포털 뉴스제휴 변화, “진상고객 많아 콜센터 폐지하는 느낌”
포털 뉴스제휴 변화, “진상고객 많아 콜센터 폐지하는 느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5.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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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다음 ‘뉴스평가위’ 설명회 현장 북새통…비판적 질문 쏟아져

[더피알=문용필 기자] 국내 포털사이트의 ‘양강’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언론사 뉴스 제휴 문제를 언론계의 자율적 결정에 맞기겠다고 선언했다.(관련기사: 포털뉴스 정화, 언론계 손에 맡긴다)

어뷰징과 신규제휴 여부에 대한 공정성 시비, 뉴스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비판 등 여러 가지 부정적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자체적인 제휴정책만으로는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엄밀히 말해 아직까지는 평가위원회 출범을 위한 준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는 단계지만, 언론사의 이해관계 및 공정성 확보 등의 측면에서 양사에 변화된 뉴스정책에 대한 설왕설래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언론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포털사이트와의 제휴 여부는 언론사의 브랜드 제고는 물론 수익문제까지 연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 28일 열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설명회'에 참석한 임선영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왼쪽)과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 ⓒ뉴시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28일 공동으로 개최한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설명회는 포털 뉴스제휴를 둘러싼 언론들의 민감한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된 자리였다. 이날 설명회에는 다양한 매체에서 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자리를 가득 메웠다.

아울러 양사의 뉴스서비스 책임자들을 상대로 질문들이 쏟아졌다. 평가위의 역할 범위 준비위에 참여하는 언론 유관기관과의 마찰 가능성, 정부기관의 참여여부, 뉴스제휴 매체수 조정문제, 준비위와 평가위에서 포털이 수행하는 역할 등이 그것이다.

언론 유관단체와 사전 공감대 형성

우선 양사는 이날 설명회 이전에 언론 유관기관‧단체와의 사전 협의를 거쳤음을 강조했다. 유봉석 네이버 미디어플랫폼센터장은 “발표 2~3주전에 사전조율이 필요할 것 같아 신문협회와 온라인신문협회, 인터넷신문협회, 언론재단 등에 브리핑을 하고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들 단체가 준비위 구성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준비위에 참여하는 유관기관과의 마찰가능성에 대해 유 센터장은 “네이버와 다음의 역할은 준비위를 출범시키고 거기서 간사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준비위를 굴러가게 하는 행정적 지원이 중심이 될 것이고 결졍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양사의 제휴정책 방식에 대해 설명을 드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평가위의 활동에도 직접 참여하지는 않는다. 평가위는 신규매체 제휴 및 기존 매체의 계약 이행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평가위의 평가를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대한 반영’이라는 표현이 불명확해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임선영 다음카카오 미디어팀장은 “기술적 문제가 없는 한 자격심사 평가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계약문제는 (이후) 계약 주체들끼리 논의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뉴스제휴 매체수를 줄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유봉석 센터장은 “이용자들에게 다양한 뉴스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매체가 더 늘어나도 꺼려지는 것은 없다”고 답했다. 정부기관의 평가위 참여여부에 대해 유 센터장은 “준비위원회가 결정할 사안”이라며 “준비위 설립을 상의한 곳은 준정기관에 해당되는 언론협회나 학회”라고 언급했다.

▲ 사진: 네이버 화면 캡처.

일단 평가위가 본격적으로 출범할 때까지 양사는 뉴스 제휴신청을 받지 않는다. 유 센터장은 “준비위에서 평가위 구성을 논의하는데 3개월은 필요할 것”이라며 “평가위가 발족하면 여러 가지 정책사항을 결정할텐데 그것도 3개월 정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신규 뉴스제휴 신청이 가능하려면 최소 6개월 정도는 소요된다는 이야기다. 제휴를 희망하지만 아직 신청하지 못한 매체들에게는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유 센터장은 “(네이버의 경우) 반기에 한번 하는 ‘뉴스스탠드’의 상반기 평가는 (일정대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와 다음의 이같은 움직임과 관련,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포털은 뉴스소비의 공론장이 됐다. (이번 조치는) 이를 제도화시키고 제도적 장치를 통해 공정성 시비를 없애겠다는 것”이라며 “낚시성 뉴스를 제도화된 방식을 통해 걸러내겠다는 것은 한 발 나아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현실적으로 힘있는 메이저 언론들의 질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새로운 평가위는) 언론기관들이 기준을 정하겠다는 것인데 기존 언론사에게 유리한 게임의 규칙이 적용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저질뉴스가 유통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평가기준의 공정성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언론)기득권자들이 신생매체나 대안언론에 일방적으로 칼자루를 휘두르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뉴스소비의 공론장을 제도화하는 또다른 이유는 다양성 보장인데 구조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목소리를 전하는 뉴스를 생산하는 매체는 한국사회에서는 영세하다. 이들의 다양성을 보장해 주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언론 기득권들이 칼자루 휘두르게 될 수도”

이날 설명회에서는 ‘비판’과 ‘지적’에 가까운 질문들도 적지않게 나왔다.

포털사이트가 뉴스제휴를 둘러싼 잡음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그 중 하나였다. 한 기자는 “콜센터에 진상고객이 많으니 스트레스가 심해 콜센터를 폐지하겠다는 느낌”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선영 팀장은 “(오히려) 책임을 다하려는 과정으로 본다”며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콘텐츠 유통자로서 원치 않았던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책임을 다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고 답했다.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어뷰징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이야기가 있다며 개선책을 묻는 질문도 있었다. 유봉석 센터장은 “‘급상승 검색’은 부정적으로 비치는 측면도 있지만 효용성과 가치도 있다”며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구성적 가치를 넓혀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28일 열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의 '공개형 뉴스제휴 평가위원회 설명회'를 찾은 취재진들 ⓒ뉴시스

어뷰징 관련 질문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주요 언론사가 어뷰징을 할 경우 이에 대한 해결도 가능한지 묻는 질문에 유 센터장은 “어뷰징 문제에 대한 조항은 계약서이 있지만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애로점이 있었다”며 “평가위가 기준을 만들면 특정 이해당사자 뿐만 아니라 보편 타당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뷰징의 주체가 언론사인데 언론 유관기관에게 평가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임선영 팀장은 “공익적 특성을 감안하면 당사자들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봤다. 실효성있게 전달되는 장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정성을 담보할 시민단체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는 “(언론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를 반영할 인사나 단체구성도 준비위에서 균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준비위 구성에 잡음이 있을 수도 있고 평가위가 구성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책은 있느냐.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임선영 팀장은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함께 한 것은 상징한 바가 있을 것”이라며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잡음과 이해관계로 인해 흩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막연히 희망적이기 보다는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쌓여있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도 있다”고 전했다.

유봉석 센터장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설명회를) 한 것이 아니다. 올 들어 두 번의 토론회가 있었다. 결론은 제3의 기구를 설립해 제휴와 관련된 객관적 내용을 담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라며 “평가위도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겠지만 지금보다 나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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