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기자’라도 좋다…1인 저널리즘 세상
‘삼류기자’라도 좋다…1인 저널리즘 세상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6.0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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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문법 파괴, 기존 언론 못지않은 영향력도

[더피알=문용필 기자] 언론사 기자들만이 ‘기사’를 독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인터넷이 발달되고 손안의 컴퓨터인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누구나 마음먹으면 다양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이른바 ‘1인 저널리즘’ 시대가 됐다.

아직 현실적인 제약은 남아있지만 1인 저널리즘은 다양한 영역에서 여론을 이끌며 제도권 언론의 아성에 조금씩 도전하고 있다.


1인 저널리즘은 말 그대로 언론사에 소속되지 않고 특정 플랫폼을 이용해 저널리즘 활동을 펼치는 것을 의미한다.

특정한 논조와 기사문법이 있는 기성 언론사 소속 기자들에 비해 자유로운 형태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때문에 기존 언론의 저널리즘에 염증을 느끼거나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1인 저널리즘이 가진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박주현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존의 매스미디어처럼 여러 단계의 게이트키핑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가감이나 첨삭 없이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기존의 일방향적 미디어 의제설정과 전달방법과는 달리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의견 교환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론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는 “대중의 직접적인 저널리즘을 실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주류 저널리즘이 사실상 와해된 상태에서 1인 저널리스트들이 나서서 사실을 추적하고 진상을 규명하고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기자의 눈이 아닌 일반인 시각으로

1인 저널리즘 하면 쉽게 떠오르는 모델은 블로그에 기반한 텍스트 위주의 형태다. 언론사들의 온·오프라인 지면 대신 블로그를 플랫폼으로 삼아 기사나 칼럼을 올리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가독율과 블로그 유입률을 높이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같은 SNS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1인 저널리스트들 중에서 ‘파워블로거’의 지위를 갖고 있는 경우 여느 언론사 못지않은 파급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아이엠피터’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정치·사회 전문 파워블로거 임병도 씨다. 지난 2010년부터는 전업으로 1인 저널리스트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그의 블로거는 월평균 방문자 수만 수십만명에 달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아이엠피터의 놈놈놈>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최근에는 대안언론 <ㅍㅍㅅㅅ>의 이승환 대표와 함께 서울시의 팟캐스트 방송 <시청뒷골목>을 맡기도 했다.

임 씨는 “(1인) 미디어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블로그를 꾸준히 하다 보니 미디어처럼 된 것”이라며 “사람들이 뉴스 보다는 블로그에서 많은 정보를 찾다보니 미디어적인 역할을 하기 위해 전문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 '아이엠피터' 임병도 씨의 블로그/사진: 해당 사이트 캡쳐.

1인 저널리즘의 장점에 대해서는 “(언론사) 기자의 눈이 아니라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자들은 ‘야마’(기사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를 데스크에서 잡아주고 그들이 의도한 방향으로 (기사를) 끌고 가려는 경우가 많지만 1인 미디어는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자유롭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의미의 저널리즘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론학도 조태희 씨(현재 휴학생)의 블로그 <TH의 옐로저널리즘>도 색다른 시도로 주목을 받을 만하다.

몇 군데 회사에 인턴지원을 했지만 모두 낙방하고 난 후 자신에게 ‘인턴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TH의 옐로저널리즘>은 유명인사나 화제인물에 집중하는 기존 매체의 인터뷰 방식과는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들을 마주한다.

또한, 인터뷰이를 직접 섭외하지 않고 자기소개와 신청을 받아 인터뷰를 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기존의 언론 인터뷰 문법을 뒤집는 발상이다. 인터뷰이의 실명을 밝히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어 묘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전문성은 기본, 다양성으로 무장

조 씨는 “기존 언론들은 아무래도 유명인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가 많지 않나. 그런데 저는 저처럼 하루 알바해서 먹고살고 중간고사 기간에 밤새워 공부하는 주변 사람들이 영감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혼자 하고 있으니 그런 보통사람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며 “지향하는 바가 뚜렷한 기존 언론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소소하게 해나간다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를 공급하는 프리랜서 기자들도 1인 저널리즘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네이버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고 있는 유명 스포츠 기자들이 이에 해당된다. 박동희 기자와 김형준 기자(야구), 서호정 기자(축구)는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각 종목 팬들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 '미디어몽구'라는 이름으로 1인 저널리스트로 활약하는 김정환 씨. ⓒ뉴시스

텍스트뿐만 아니라 영상에 기반한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이들도 1인 저널리즘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유명한 인물은 ‘미디어몽구’로 잘 알려진 김정환 씨. 김 씨는 각종 이슈현장을 자신의 카메라에 담으며 발로 뛰는 현장저널리즘을 추구한다.

지난 2005년부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김 씨는 ‘올해의 온라인 저널리스트’(2010년), 안종필 자유언론상(2012년), 송건호 언론상(2012년)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1인 영상저널리스트의 대표주자로 확고히 자리 잡고 있다.

‘삼류기자’라는 필명을 사용하는 김양균 씨의 1인 미디어 <누블롱 라 베리테>는 텍스트와 영상, 사진 기반 콘텐츠를 모두 선보이고 있는 케이스다. 프랑스어로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박훈규 씨의 1인 미디어 <길바닥저널리즘>도 1인 영상저널리즘으로 주목받는 케이스의 하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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