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진단 “번지수가 잘못됐다”
메르스 사태 진단 “번지수가 잘못됐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6.05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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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토론회…정부의 대국민 소통·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지적

[더피알=문용필 기자] 보건당국의 적절치 못한 대처와 커뮤니케이션이 국민들의 ‘메르스 공포’를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이번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 소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소통과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준비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에서 5일 열린 2015년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대국민 메르스 소통’을 점검하는 특별세션이 마련됐다. 학회장인 백혜진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날 세션에는 학계와 언론계 및 보건 전문가들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 2015년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는 ‘대국민 메르스 소통’을 점검하는 특별세션이 마련됐다. 현장 토론 모습.
이병관 한양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보건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에 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메르스 공포’,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이 원인)

이어 “최근 (메르스 매개원으로 지목되며) 낙타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낙타를 조심하라는 보건당국의) 페이스북을 보니 ‘개그콘서트’를 보는 기분이었다”며 “정부가 조롱거리가 된 것인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였다면 이를 페이스북에 올렸을까 생각해봤다”고 언급했다.

이병관 교수는 “정부가 국민정서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언론대응과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등가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언론대응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일 뿐이다. 공중과 다양하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데 전문성 부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귀옥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난 5월 20일에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이와 관련된 보건당국의) 보도자료가 나갔다. 불확실성이 높은 리스크는 교육용 자료를 전파해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는 25일에 교육용 자료를 냈더라”며 “닷새동안 사람들이 (메르스라는) 병 자체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고 이는 불안감과 유언비어의 출발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또한 “복지부나 질병관리본부가 디지털 시대의 소통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 같다. 병원 리스트 공개여부가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데, 디지털 시대에 이를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자체가 우리 사회를 잘못 읽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부의 늑장대응, 유언비어 출발점

김영욱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정부가) 괴담 운운하면서 시민을 너무 통제 수단으로만 보는 것 같은데 현대사회에서 감염병은 시민과의 파트너십이 있어야 해결된다”며 “(국민들에게) 뭔가 알려줬을 때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는 불신, 정부와 시민의 상호 불신이 가장 큰 문제다. 시민을 통제수단으로 봐서는 안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시민이 상호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처음부터 가져와 이를 끝까지 밀어야 한다”며 “(상호) 불신형태로 가면 나중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처음부터 선순환 구조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욱 교수는 “(처음 위기에) 대응할 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태가 진정되는 과정에서 그 가능성을 하나씩 없애야 한다”며 “(정부의 대응을 보면) 주의, 경계, 위기 같이 단계를 밟아 심각성을 하나씩 더하는데 결국은 뒷북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오후 메르스 환자 국가지정 격리병상인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대책 상황을 둘러봤다. 사진: 청와대 제공

의존형 기사 난무… ‘불난’ 모습 말고 대안 제시돼야

이날 토론에서는 메르스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비판과 평가도 쏟아졌다. 이귀옥 교수는 “복지부 출입기자들이 참여해서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이 있다”며 “예를 들어 치사율 같은 경우 숫자를 제시할 때 문화적 맥락이나 근거를 정확하게 짚어야 하는데 보도준칙이 안지켜진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김영욱 교수는 “(메르스와 관련해) 언론의 조급함과 전문가들의 자존심이 겹쳐서 전문가 의존형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감염전문가가 정보 공개 여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가 어떻게 위기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알겠는가.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에게는 잘 묻지 않는다.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안병정 <의학신문> 편집주간은 “정부가 하는 일이 맘에 안들겠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굉장히 고생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언론에서 질타하니 정부는 설 자리가 없고 국민 불신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

안 편집주간은 “질타할 때는 해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 전문가와 공무원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다면 국민들로 하여금 ‘우리를 방기하지 않는구나’라는 냉정을 되찾을 수도 있는데 너무 ‘불난’ 모습만 보여주는 것 같다. 대안 제시의 방향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이날 토론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방증하듯 지상파 방송사도 취재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들의 의견과 평가가 정부와 언론의 메르스 관련 커뮤니케이션에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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