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봤어야 할 미국 CDC 위기관리 인사이트
정부가 봤어야 할 미국 CDC 위기관리 인사이트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6.12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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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시스템 철학 참고해볼만…메르스 사태에서 놓친 것은 무엇?

“매뉴얼들이 정부의 위기관리 역량을 키우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고 안심하게 되는 그 지점이 더 큰 위기를 부르는 출발점이 되기 쉽다.”

[더피알=강미혜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질환) 사태가 불거지기 전 김영욱 이화여대 교수는 <더피알> 기고를 통해 ‘위기관리 매뉴얼이 주는 화(禍)’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관련기사: 위기관리, 모델의 시대에서 프랙탈 탐색 시대로)

메르스 확산과 관련해 정부의 ‘위기관리 무능’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게도 김 교수의 우려와 예상은 적중했다.

▲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12일 경기도청에 위치한 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를 찾아 경기도 내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실상 보건당국은 매뉴얼이 없어서 위기관리에 실패한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는 금과옥조와 같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포함돼 있다.

감염병 발병 시 ▲알려질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하지 말 것 ▲언론에 적극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할 것 ▲모든 정보를 공식화 할 것 ▲위기관련 전문가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상황을 충분히 설명할 것 ▲정직이 최우선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은 문서 내에만 머물렀을 뿐,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매뉴얼을 통한 위기관리 역량 강화는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의 핵심은 체화와 실행력이다.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위기관리 원칙을 제대로 숙지하고, 유사시 그 원칙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과 훈련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선진국에선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발병을 대비해 어떤 위기관리 매뉴얼을 갖고 실제 대응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자신의 블로그(jameschung.kr/archives/13779)를 통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인플루엔자 팬더믹 위기 커뮤니케이션 매뉴얼(Crisis and Emergency Risk Communication: Pandemic Influenza)’의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그는 “매뉴얼만 믿어서도 안 되지만 매뉴얼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위기관리 주체가 어느 정도까지 넓고 깊게 고민했는지, 그리고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미국 CDC의 이 매뉴얼은 참고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해당 매뉴얼 내용과 정 대표의 코멘트를 발췌해 소개한다.  

· 불확실성이 높은 보건 관련 위기가 오면, 사람들은 모든 정보(알려졌건 알려지지 않았건)를 원한다. 그들의 건강을 방어할 수 있는 잠정적인 가이드라인도 필요로 한다. When health risks are uncertain, as likely will be the case during an influenza pandemic, people need information about what is known and unknown, as well as interim guidance to formulate decisions to help protect their health and the health of others.

메르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처음부터 정부는 ‘손씻기, 마스크하기, 낙타우유·고기 피하기’ 등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보다 ‘OO병원과 OO병원 그리고 OO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들이 확진을 받고 치료받고 있으니, 이 병원 응급실과 주변 출입은 금하고…이 병원들을 방문한 분들은 연락 바란다. 그분들은 최대한 타인접촉을 삼가라’와 같은 실질적인 잠정 가이드라인이 더 필요했다.

· 중앙정부, 주정부, 지역 보건 공무원들이 모두 하나의 목소리(one voice)를 내면서 공중의 공포와 걱정, 혼란을 피해야 한다. Coordination of message development and release of information among federal, state, and local health officials is critical to help avoid confusion that can undermine public trust, raise fear and anxiety, and impede response measures.

원 보이스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여러 말들이 많다. 그럼에도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은 창구의 일원화다. 이견이 있을 수 없다.

· 지역주민들에게 자신과 가족, 동료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가이드하는 것이 위기관리의 핵심이다. Guidance to community members about how to protect themselves and their family members and colleagues is an essential component of crisis management.

과연 지금과 같이 마스크를 하고 손을 열심히 씻는 것만이 감염병을 방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물론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 공중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추측을 최소화하고, 관련 데이터를 과도하게 해석하거나 조사나 통제방식에 대해 오버해서 확신하지 말아야 한다. Information presented during an influenza pandemic should minimize speculation and avoid over-interpretation of data and avoid overly confident assessments of investigations and control measures.

이번 메르스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치명적이었던 부분이다. 확신 커뮤니케이션을 넘어 개런티(보장) 커뮤니케이션이 다분했다. ‘개미 한 마리’ ‘3차감염 방어’ ‘이번 주가 고비’ ‘잦아들 것’ ‘공기 중 감염 없다’ ‘O일까지 해결하겠다’ ‘그냥 감기 수준일 뿐’ 등 추측과 확신이 난무했다.

·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면 공중, 병원관계자, 정책관계자, 뉴스미디어들로부터 즉각적이고, 집중적이며, 지속적인 정보 수요가 생겨난다. 따라서 보건 공무원들과 공중 보건 스탭들은 언론관계와 공중 보건 커뮤니케이션에도 집중해야 한다. An influenza pandemic will generate immediate, intense, and sustained demand for information from the public, healthcare providers, policy makers, and news media. Healthcare workers and public health staff are likely to be involved in media relations and public health communications.

<*내용 참고: emergency.cdc.gov/cerc/resources/pdf/cerc-pandemicflu-oct07.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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