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응, ‘타이밍’이 PI 평가 갈랐다
메르스 대응, ‘타이밍’이 PI 평가 갈랐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06.1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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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소폭 행보 비판 속 박원순·김무성 선제적 대응으로 지지율 ↑

[더피알=안선혜 기자]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질환) 초기 대응 실패에 따른 정부 리더십이 질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 인사들 중에서 각기 다른 행보로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밤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가 메르스 방역에 직접 나서겠다고 발표한 이후, 자신을 ‘서울메르스대책본부장’이라 칭하며 메르스 사태를 진두지휘하는 모습이다. (관련기사: ‘신뢰’ 못 심어준 靑-정부, 박원순만 탓하나)

▲ 박원순 서울시장 페이스북에 올라온 인터랙티브 페이지 관련 포스팅. 본인을 서울메르스대책위원장이라 칭한 게 눈길을 끈다.
실제 의료 현장점검은 물론이고, 당초 서울시의 단독 결정에 반발해 각을 세우던 보건복지부를 비롯해 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공조 체계를 구축하며 강한 리더십을 보이는 중이다.

박 시장은 ‘알지 못함에서 두려움이 생긴다’면서 메르스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도 열심이다. 120을 통해 접수된 메르스 관련 문의들을 22가지로 간추려 정리한 포스팅을 SNS에 올리는가하면, 메르스 확진환자 발생 현황 및 경유 병원 명단 등을 시각적 요소를 활용해 정리해 놓은 메르스 인터랙티브 페이지(issue.visualdive.co.kr/mers)를 제작해 운영 중이다.

여당 수장인 김무성 대표의 행보도 눈길을 끌고 있다. 김 대표는 국민적 공포와 불안감으로 민생경제가 갈수록 위축되는 데 대해 몸소 ‘안심 메시지’를 보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지난 10일엔 메르스 환자가 다녀가 손님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방문해 가족,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했으며, 다음날에는 확진 환자가 발생했던 여의도성모병원을 방문해 마스크도 쓰지 않고 응급실 등을 둘러봤다. 단지 체온 검사를 할 때만 마스크를 착용했는데, 마스크를 굳이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안전하다는 암묵적 메시지였다.

김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도 “질병보다 질병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떨쳐내야 한다”며 “예정된 행사가 있으면 절대 취소하지 말고 예정대로 진행하고, 없는 행사를 만들어서라도 소비를 진작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겠다”고 말했다. 메르스 공포 차단과 민생경제 활성화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

두 정치인의 이같은 행보는 PI(President Identity)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가뜩이나 메르스 관련 정부 대응에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꼬리표가 붙는 상황에서 선제적이고 보다 능동적인 대처를 보여주면서 강력한 리더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 박원순 시장의 경우 지난 9일부터 11일 실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 17%의 지지율을 얻어내며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에 올랐다. 올해 들어 첫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4일 저녁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0일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부산의 한 돼지국밥집을 방문해 가족, 지인들과 식사한 모습. /사진: 뉴시스, 김무성 대표 페이스북.

유사시 리더의 역할 규정&신속 실행 중요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유사시 리더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규정하고 이를 통해 신속한 실행을 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며 “박 시장의 경우 중앙정부와 갈등이 있더라도 하나의 원칙을 보여주면서 위기 상황에서 해야 할 리더의 역할을 보여줬고, 김 대표의 경우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실행력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강 대표는 “리더들의 PI 관점에서 제일 중요한 건 리더의 실행”이라며 “아무리 전략이 좋아도 조그만 것이라도 실행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 두 정치인이 유독 주목 받는 건 이번 메르스 확산에 따른 국민적 불안감이 높아지는 가운데서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와 비교되는 측면도 있다.

박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메르스 관련 대책을 지시한 건 지난 1일 수석비서관회의가 처음이다. 지난 5월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12일만이었다. (관련기사: ‘컨트롤타워·메시지·리더’ 부재…메르스 키웠다)

보건복지부의 대면보고가 늦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5월 26일 보고 현장에서도 메르스 대책에 대한 특별한 발언이 없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이후에도 3일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 주재를 비롯해 5일 국립중앙의료원 방문, 9일 정기 국무회의 등을 갖고 지난 10일엔 예정된 미국 순방까지 연기했지만, 온 국민의 관심이 메르스 방역에 쏠려 있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통령의 구체적 액션이 결여됐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박 대통령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했는지 지난 주말(14일)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을 포함해 각 부처 장차관을 대동하고, 메르스 선별진료소와 격리병동을 운영하는 서울대병원과 메르스 사태 이후 관광객 감소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동대문 패션 상점가를 방문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4일 메르스 영향으로 해외관광객 감소와 소비위축 등 어려움을 겪는 동대문 상점가를 방문해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박 대통령 여전히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느낌”


일련의 노력들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대응이 한발 늦었다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일례로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5일 중앙일보에 게재한 ‘힘들 때 더 안 보이는 대통령’이라는 제목의 시평을 통해 “메르스 사태 초기의 느슨하고 안이한 조치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에도 박 대통령의 대응방식은 매우 행정적이고 실무적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통제본부나 병원을 찾아가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거나 혹은 환자와 전화로 통화하는 모습에서 아픔과 고통을 공감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다”며 “국민 사이에 고조된 위기감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은 여전히 한 걸음 떨어져 있는 느낌이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동대문을 방문한 박 대통령의 ‘메르스 행보’와 관련, 15일 ‘코너 몰린 박 대통령, 연일 ‘메르스 이벤트’’라는 제목의 기사로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경향은 “청와대는 14일 당초 방미 출발 예정일이 ‘이날’이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박 대통령의 메르스 행보를 부각했다”면서 “그러나 악화된 민심은 외면한 채 대통령 심기경호에 급급한 ‘박비어천가’식 서면 브리핑을 내 빈축을 샀다. 한·미관계에 손실을 입더라도 대통령은 메르스 불 끄기에 전념한다는 인상을 각인시키려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 지지율에도 일정 부분 손상이 갔다.  리얼미터가 15일 발표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4.6%로, 2주 전(5월 4주) 조사와 비교해  10.1%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에서 정부 주요 인사들의 리더십 평가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 강함수 대표는 “위기 발생 시 적절한 타이밍을 맞추지 않으면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일단 위기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조직 내부 최고의사결정자가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일정한 행위를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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