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광고·브랜딩’ 전문가 잇단 영입…왜?
정치권, ‘광고·브랜딩’ 전문가 잇단 영입…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7.0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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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정국 앞두고 홍보 강화 측면, 긍정-우려 공존

[더피알=문용필 기자] 광고·브랜딩 전문가인 손혜원 새정치민주연합 신임 홍보위원장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손 위원장의 영입에는 총선을 9개월 남짓 앞둔 상황에서 외부전문가 수혈을 통해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과거 새누리당이 광고회사 출신인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을 영입해 이미지 변신 효과를 톡톡히 본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야의 이같은 움직임은 변화와 쇄신을 가시적으로 어필할 수 있고 국민들에게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 6일 오전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손혜원 당 홍보위원장.ⓒ 뉴시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적인 불신이 여전하고 당 내부의 갈등양상이 계속 불거지는 상황에서 선거를 겨냥한 단기적인 이미지 쇄신보다는 보다 근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타난다.

여당과 야당의 차이, 그리고 공통점

손혜원 위원장은 6일 열린 새정치연합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당직자로서 처음 공식석상에 나섰다. 손 위원장은 “익숙지 않은 자리에 앉았지만 불편하지는 않다”며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다른 목표를 갖고 사람을 움직이는 일을 해야할 것 같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의 영입배경은 이날 문재인 대표의 발언 속에서 분명히 나타났다. 문 대표는 “손 위원장은 기업이나 상품이미지 디자인, 네이밍 로고 디자인 이런 면에서 대한민국 최고로 평가받아온 분”이라며 “이제부터 우리 당의 전면적 이미지 쇄신, 브랜드 제고를 전권을 갖고 총괄 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의 말대로 손 위원장은 여러 개의 히트상품을 만든 BI(브랜드 아이덴티티)전문가다. 소주업계의 양대산맥 ‘참이슬’과 ‘처음처럼’이 모두 그의 손에서 탄생한 이름이다. ‘딤채’ ‘종가집’ ‘트롬’ ‘엑스캔버스’ ‘엔제리너스’ ‘이브자리’ 등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 네임을 만들었다.

아울러 1986년부터는 브랜드·디자인 전문기업 크로스포인트에 몸담아왔으며 지난 2005년부터 3년간 모교인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같은 이력 때문에 일각에서는 손 위원장과 조동원 전 본부장을 동일 선상에 놓고 바라보는 시각들이 존재한다. 브랜드 네임과 광고카피로 히트제품을 탄생시켰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카피로 유명한 조 전 본부장은 지난 2012년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에 영입됐다. 조 전 본부장이 당 홍보의 전면에 나선 이후 한나라당은 오랜 상징색인 파란색을 벗고 ‘빨간색’ 로고의 새누리당으로 변모했다.

이는 보수진영 내부에 뿌리박혀있던 ‘레드컴플렉스’를 생각하면 파격적으로 밖에 비쳐질 수 없는 행보였다. 그러나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둠으로써 조 전 본부장의 과감한 시도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선 이후 잠시 당을 떠났던 조 전 본부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을 맡게 됐고 또다시 파격을 선택했다.

유세에 나서는 당직자들에게 카우보이 모자를 씌우고 반바지를 입힌 것. ‘혁신작렬’이라는 카피도 조 전 위원장의 아이디어였다. 이같은 시도는 세월호 참사 직후 치러진 선거인 만큼 여당에게 불리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새누리당이 선전하는 데 일조했다.

다만, 두 전문가를 똑같이 바라봐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광고·브랜딩 전문가 A씨는 “조 전 본부장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할지를 연구하는 광고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며 “(손 위원장 같은) 네이밍·브랜딩 전문가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담긴 의미를 상징화한다”고 언급했다.

A씨는 “손 위원장은 분명 훌륭한 디자이너이고 네이밍에도 탁월하지만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손 위원장 영입 소식을 들었을 때 전체적인 그림을 총괄하는 디자이너가 필요한 상황에서 훌륭한 웹디자이너를 데려온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선거 앞두고 프로파간다 선택할 여지 있어”

광고, 브랜드 전문가 영입을 통해 국민들에게 어필하려는 정치권의 시도를 두고 커뮤니케이션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러 시각이 공존한다. A씨는 새정치연합이 영입한 인물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지만 시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생각을 전했다.

▲ 지난해 3월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대표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 ⓒ뉴시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소통을 기계적인 메시지 전파로 보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여당은 정책을 포장해 메시지로 내놓는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실제보다 더 잘해왔다. 하지만 야당은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 여당보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문가를 영입한 것은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고 밝혔다.

공공PR 전문가 B씨는 눈높이를 강조했다. 그는 “PR과 광고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은 균형적이지 않다고 본다”며 “핵심은 공중의 정서와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느냐는 것이다. PR과 광고는 단지 수단이고 선택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공중의 마음을 얼마나 읽으냐에 따라 정당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선거철을 앞두고 단지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외부 전문가 영입은 단기적인 ‘반짝’ 소통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PR업계 관계자 C씨는 “시간은 좀 걸릴지 모르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국민의 마음에 와 닿는 소통을 위해서는 공공영역 PR전문가를 영입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PR전문가 D씨는 “시각적인 광고나 브랜딩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긴 안목의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부족함이 분명히 드러날 수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광고나 브랜딩 전문가가 (정당에) 들어가면 본질을 벗어나더라도 사람들을 인위적으로 이끄는 자극적인 프로파간다를 선택할 여지가 크다”고 언급했다.

다만 D씨는 “PR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드러내지 못했다는 점도 있는 것 같다. PR이라는 것은 결과물 자체가 잘 드러나지 않으니 (결과를 중시하는) 정치권에 접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광고적인 측면이 정치권에서 선전적인 효과가 크다는 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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