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와 메르스 통해 본 위기 리더십
에볼라와 메르스 통해 본 위기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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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09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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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커뮤니케이션] 언제나 위기 전면에 나서야

#. 대학교에서 위기관리 교재로 많이 사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티모시 셀나우 교수의 저서인 <위기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책에는 아래와 같은 문구가 있다.

“위기상황에서 리더는 어느 정도 공중 앞에 나서야 하고 미디어에 접촉 가능해야 할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보통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위기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또한 리더는 위기 상황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개방적으로 진솔하게 위기 상황을 논의하는 것을 주저하게 된다.”

#. 유엔, 마이크로소프트, 아이슬란드정부를 대표해 큰 규모의 재해 대응에 나섰던 재난재해 위험관리의 세계 최고 전문가인 기슬리 올라프슨(GISLI OLAFSSON)은 국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위기와 리더십의 관계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대부분 리더들은 위기의 순간이 오면 현장에 직접 가기보다 ‘상아탑’에 숨어서 지휘하기를 택한다. 세속과 동떨어진 공간에서는 보통 때처럼 과정이 결과보다 우선시되고 상관에 대한 보고가 실제 구조 작업보다 중요하다. 위기 수습에 비효율적이고 무의미한 일에 리더가 매몰되는 이유는 현장에서 자기에게 어떠한 위험이 추가로 닥칠지 겁이 나기 때문이다. 리더가 만일 두려움을 직시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면 위기에서 탈출하는 방법과 사람들을 동기부여 시키는 방법에 대해 훨씬 더 좋은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미국은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로 초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보호복을 착용한 미 보건당국 관계자가 감염자 아파트에서 큰 통을 옮기는 모습(왼쪽), 메르스 사태로 지난 6월 한국은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 사진은 마스크를 쓰고 명동거리를 걷고 있는 남녀. ⓒap/뉴시스

[더피알=강함수] 세월호 참사에서도 그랬지만 메르스 사태의 위기관리에도 어디가, 누가 컨트롤타워가 돼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국가의 경우 관련 부처와 담당 책임자가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앞의 두 전문가가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점은 위기 시 리더는 언제나 위기 전면에 나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위기에 적용되는 내용은 아니다. 컨트롤타워의 책임자도 위기의 크기와 위험을 인식하는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달라질 필요가 있다. 에볼라, 메르스와 같은 국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방역의 문제에선 당연히 국가 최고의사결정자가 참여하고 개입해야 할 위기이다. 그렇다면, 위기관리에서 리더십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공통된 초기 대응, 달랐던 후속 대처

첫째,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의 혼란을 감소시키고 질서와 통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다시 말해 위기 대응 과정을 감독하면서 대응 주체들이 위기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한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2014년 9월 30일, 미국 달라스에 거주하는 토마스 던컨은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0월 1일 언론은 던컨이 달라스 4개 학교의 학생 5명과 접촉했다는 내용을 보도한다.

그 다음날 백악관 대변인 조지 어니스트는 “서아프리카 공항에서의 검사나 미국행 승객 관찰 등과 같은 현행 에볼라 대책만으로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현재 대책을 신뢰하고 있다”라고 발표했다.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4년 12월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州) 베데스다에 있는 국립보건원 연설에서 에볼라 예방을 강조한 모습. ⓒap/뉴시스
10월 8일, 최초 환자였던 던컨이 사망하고 그 뒤로 던컨을 치료하던 간호사 2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 미국 정부는 에볼라 초기대응에 실패한 것이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에볼라는 미국에서 확산된 건강 위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종류의 위기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미국 연방정부의 역량에 대한 자신감의 위기이다”고 지적했다.

초기 진단과 대응 실패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한 달 남은 총선 관련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공격적으로 대응하겠다. 미국 본토에서 에볼라의 심각한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 사회 전역에 퍼지기 시작한 ‘에볼라공포 (Fearbola)’ 확산을 방어하고 통제하기 위해 위기 상황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현재 정부가 에볼라 확산 방지 노력을 배가하고 있으며, 조기 진단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관련 경험과 교훈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초기 정부의 판단 실패와 잘못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위기 불확실성을 통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초기 혼란스러웠던 관련 주체의 대응을 재정립하면서 모든 위기관리 주체를 하나의 팀으로 묶어 정부가 에볼라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렸다.

위기는 불확실성을 먹고 자란다. 불확실성의 일부는 ‘신뢰’를 통해 통제된다. 신뢰는 결과상의 성공 여부보다 과정상의 투명성과 일관성에 의해 얻어진다. 에볼라 초기 대응에서 실패했지만 오바마의 위기 리더십으로 상황의 불확실성을 축소시킬 수 있었다.

메르스 확산과 정부 대응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5월 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 개입은 열흘이 지난 6월 1일에 비로소 이뤄졌다. “메르스의 초기 대응 미흡, 보건역량 총동원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괴담 및 잘못된 정보는 바로 잡아야”한다고 공표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월 3일 오후 청와대에서 메르스 대응을 위한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뉴시스
대통령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메르스’ 사건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팀’이 돼야 할 관련 대응 부처에게 향해 있었다.

6월 3일 ‘긴급 점검회의’에서는 “확산 막고 대처 방안 알려라”, “컨트롤타워 구축 필요”, “정보 공개로 인해 국민 불안 커질 것” 등을 말했다. 이같은 위기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은 ‘주체 분리형’ 메시지로 구성돼 있다.

즉, 위기관리 책임 부처와 청와대의 대통령은 분리돼 있다는 인식을 형성한 셈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리더의 모습은 위기관리 주체에 대한 신뢰와 위기 불확실성의 통제력에 부정적인 영향만 미칠 뿐이다.

열 마디 말 보다 한 번의 포옹

둘째, 위기 상황에서 리더의 가장 큰 역할 중 하나는 ‘관점(Perspective)’을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사고의 균형감을 준다는 의미다.

2014년 10월 23일, 뉴욕시에서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새벽에 뉴욕시에 전화를 걸어 전폭적인 대응 지원을 약속하고 확진 판정 전 군용기를 가동시켰다. 질병통제예방센터 선발대를 뉴욕시로 급파해 환자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등 구체적인 초동 대처를 지시했다. 그와 더불어 오바마는 완치판정을 받은 간호사를 백악관에 초청해 포옹을 하고 그 사진을 백악관 홈페이지 게재했다.

이렇게 위기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와 위기 인식 관리를 리더가 직접 균형 있게 참여함으로써 신뢰를 얻게 된다. “공포에 좌우되지 말고 과학과 사실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이런 균형감 있는 조치로 인해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14일 서울대병원 메르스 격리병동을 방문해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왼쪽), 오바마 대통령이 2014년 10월 24일(현지시각) 에볼라 발병 후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간호사를 백악관에 초청해 포옹하는 장면. ⓒ뉴시스, 백악관 홈페이지

한편 메르스 관련,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했던 “일상으로 돌아와야”, “경기회복 불씨 사그라들까 걱정”, “지금이 고비, 모두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어야”, “자극적인 발언 자제 요청”, “손 씻기라든가 몇 가지 건강습관만 잘만 실천하면 메르스 같은 것은 무서워할 필요가 전혀 없다” 등의 메시지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는 시각의 의미보다는 주관적인 감정 표현 정도로 인식하게 한다.

메르스의 확진자와 격리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망자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 논리는 오히려 위기에 대한 ‘두려움’을 키웠다.

마지막으로 위기 시 리더는 갈등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내 책임이다”라는 인식 하에서 대응해야 오히려 믿음을 얻게 된다.

전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방역 관리는 국가의 책임이며 의무이다. 어떤 위기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평상시 발생할 것을 예측해 충분히 대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비를 한다고 해도 완벽할 수 없다. 위기가 발생한 후 대응의 과정은 복잡하고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형성되고 이해관계자별 입장에 따라서 위기관리는 더욱 어려워진다.

모든 주체가 메르스의 확산을 통제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외부의 비판과 공격, 실수나 실패의 지적에 대해서 직접 대응하기보다 문제해결의 방법을 얻고 해결책을 찾는 방향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것을 리더가 명확한 가이드를 제시해줘야 한다. 갈등보다는 문제해결에 초점을 맞춘 메시지를 제시하는 순간 리더에 대한 신뢰는 더욱 커지게 된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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