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8-09 16:47 (화)
감추고 싶어서, 들추고 싶어서
감추고 싶어서, 들추고 싶어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7.10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면열풍’ 대중문화 新 코드로 각광

최근 대한민국 대중문화를 이끄는 트렌드 중 하나가 가면이다. 숨겨진 모습에 일어나는 궁금증과 정체가 밝혀졌을 때 나타나는 짜릿한 반전 쾌감에 대중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같은 가면 코드는 기업들의 마케팅에도 적용돼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단순히 숨긴다’ ‘가린다는 측면을 떠나 대중들이 가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피알=문용필 기자]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어머니는 자외선이 싫다고 하셨어’ ‘찜질중독 양머리’… 화려한 복면과 이를 상징하는 기발한 닉네임이 주말 저녁 방송가의 화제가 되고 있다.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 이야기다.

관객들 앞에서 가창력 대결을 펼친다는 점에서 보면 <나는 가수다> <불후의명곡> 등 기존의 경연 프로그램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복면가왕>은 출연자의 정체를 닉네임과 복면 속에 꽁꽁 숨긴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이는 복면 속 인물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복면가왕>의 인기비결에 대해 “(출연자가) 정체를 숨기고 목소리를 통해 실력이나 존재감을 인정받는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감동과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시청자) 자신이 인정받는 것 같기 때문”이라며 또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복면을 벗는 순간 나타나는 극적반전이 짜릿한 재미를 준다”고 분석했다.

출연자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대중들이 자신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면을 벗지 않은 상태에서 일찌감치 정체가 밝혀지더라도 대중들이 그만큼 자신의 가창력과 목소리를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 mbc<복면가왕>의 한 장면./사진:해당 방송화면 캡쳐

‘가면’은 비단 <복면가왕>에만 한정된 소재는 아니다. 최근 들어 대중문화의 트렌드 코드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실물 가면이 등장하지는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가면을 씌우거나 가면의 의미를 차용하는 TV 프로그램들이 쏟아지고 있다.

KBS가 올 2월 선보였던 <마녀와 야수>는 엽기적이기까지 한 특수 분장을 하고 남녀가 소개팅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외모는 물론, 나이와 직업 같은 소개팅의 필수정보들은 가려진다. 단순히 취향과 성격만으로 상대를 파악하는 ‘블라인드 데이트’인 셈이다.

현실탈출과 진실추구, 양면적 심리 투영

<복면가왕>이 출연자의 얼굴을 가렸다면 엠넷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목소리에 복면을 씌웠다. 스타가수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출연자들 중 가창력자와 음치를 구분해 최종 1명을 선택하고 마지막에 듀엣무대를 펼치는 포맷이다.

가창력자가 선택되면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할 수 있고, 음치를 택하면 포복절도할 웃음을 안겨준다. 음치로 지목된 탈락자가 반전의 가창력을 선보여 선택자의 얼굴을 화끈거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가면과 복면을 소재로 한 드라마 두 편도 비슷한 시기에 방영됐다. KBS의 <복면검사>와 SBS의 <가면>이 그것이다.

소재는 비슷해 보이지만 장르와 스토리 전개는 다르다. <복면검사>는 복면을 쓰고 악(惡)을 소탕하는 검사의 활약상을 그린 히어로물인 반면, <가면>은 실제모습을 숨긴 채 보이지 않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다.

사실 가면이라는 코드는 대중문화 전반에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슈퍼맨>이나 <배트맨> <각시탈> 같은 히어로뿐만 아니라 영화 <반칙왕> <복면달호>와 같이 비교적 평범한 이들이 가면을 쓰고 또 다른 자아를 표출하는 모습은 대중들에게 익숙한 소재다.

유난히 가면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최근 들어 부쩍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린다’ ‘숨긴다’는 의미에서 보면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이는 일차원적인 해석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가면이 가진 다양한 함의에 주목한다.

▲ kbs <마녀와 야수>의 한장면./사진:해당 방송화면 캡쳐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가면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은) 가면을 쓸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고뇌나 양면성을 짚어낼 수 있고, 그런 측면에서 가면 이면의 현실을 드러내고픈 욕망이 투영돼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가면을 통해 현실과 무력감을 벗어나고 싶어 하는 심리들도 존재하지 않나 싶다”고 의견을 전했다.

‘가면 열풍’은 오히려 진실에 대한 희구라는 시각도 있다. 트렌드 전문가인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소장은 “최근 가면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폭된 것은 SNS 때문”이라며 “주변 사람에게만 보였던 가면을 전방위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드러내다 보니 진실에 대한 애착이 생기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소장은 “겉으로 보이는 것은 멋있지만 그 안에 숨겨진 것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오히려 ‘가면의 세상’에서 진실을 원하게 돼 그런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복면가왕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가면을 벗는 것, 가면에 가려진 실체다. 껍데기가 아닌 진실인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