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2B 기업은 홍보가 필요없다?
B2B 기업은 홍보가 필요없다?
  • 신동광 (the-pr@the-pr.co.kr)
  • 승인 2015.07.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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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패와 창 역할…‘Good Guy in Misfortune’ 기억해야

“우리 회사는 B2B라 홍보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돼.”
“우리가 그렇게까지 홍보를 할 필요가 있나?”

[더피알=신동광] B2B 기업 홍보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듣는 사내 청취담들이다. 회사에서 홍보업무가 인정 받지 못한다는 푸념을 늘어놓을 때 나오는 단골 메뉴다.

‘B2B’란 단어가 ‘Business to Business(기업 대 기업 간 거래)’에서 나왔다는 걸 모르는 홍보인은 없을 거다.

우리말로 생산재 기업부터 자본재, 중간재, 투자재 기업까지 다양한 이름을 사용한다. 주로 최종제품의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원료나 반제품을 생산하며 대표직종으로 금속, 전선, 전기, 반도체, 석유화학 등이 있다.

홍보인생 13년 중 7년 반을 소비재 기업에서 보냈고, 이후부터 지금까지 B2B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B2B 홍보는 소비재와 많이 다르다. 보도 아이템을 찾기 힘들고, 홍보활동의 필요성을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런 편견을 뚫고 열심히 광고와 홍보 활동을 진행하던 기업들도 있었다. 그 중 S기업과 D기업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상황이 좋지 않아 안타깝다.

그래도 B2B 기업들에겐 홍보가 필요하다. 이들에겐 홍보가 방패와 창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첫 번째 기능은 방패의 역할인 ‘보험’이다.

B2B 기업의 다수를 차지하는 장치산업의 경우, 항상 환경과 안전의 이슈를 안고 간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평소 좋은 이미지를 쌓은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극명히 갈린다.

평소 ‘국가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기업’, ‘이웃과 사회와 나누는 기업’의 이미지를 쌓는 경우 여론이 호의적이다.

‘Good Guy in Misfortune(불운에 빠진 착한 사람)’. 평소에 행실이 나쁜 배드 가이(Bad Guy) 기업이 아니라, 원래 좋은 기업인데 이번에 공교롭게 운이 좋지 않았다는 이미지다.

이 착한 녀석의 인상을 심어주려면 무엇보다 홍보활동이 중요하다. 국가산업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모습을 알려야 한다.

타깃 채널이 꼭 메이저 중앙지일 필요는 없다. 공장이 위치한 고장의 지역지와 관련 업계와 학계의 전문지도 좋다. 단 지속적이어야 한다. 이미지가 좋아지면 부정적 이슈에 대한 언론의 논조가 완화되고, 이는 행정처분에도 영향을 미친다.

두 번째는 공격의 창(槍) ‘로비(LOBBY)’다.

“그 기사 나간다고 독자가 반도체를 사겠어? 전선을 사겠어?” B2B 기업에서 이런 회의론을 듣는 건 어렵지 않다. 언뜻 맞는 말 같지만 틀린 말이다.

기업은 신사업 진출이나 사업 영역 확장을 위해, 정부의 인허가를 받고 규제를 풀어야 할 경우가 있다. 이 때 판단의 근거는 바로 여론이다. 그 중에서도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정부가 기업의 요청에 대해 심사할 때 근거 논리로 가장 신뢰하는 채널이 바로 미디어다. 평소 언론을 통해 좋은 이미지로 지지 받는 기업이라면, 인허가 취득은 한결 더 수월할 거다. 우선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때 주민들이 피켓 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낮다.

하지만 B2B 기업들은 대부분 인지도가 높지 않다. 더구나 비즈니스에 대한 오해도 많이 산다. 2010년대 초반 단일 기업으로 10조원 가까운 매출고를 올리던 L기업조차도 일반 대중에겐 ‘그게 뭔데’ 회사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이를 숙명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 미디어를 통해 부지런히 회사를 알려야 한다.

보도아이템은 있다. 비즈니스가 아이템이 없다면, 기업문화나 사회공헌 활동을 조명할 수 있다. 미디어가 주목할 이벤트가 없다면, 행사를 기획하고 만들도록 설득하는 방법이 있다.

나아가 시민단체나 학계의 오피니언 리더와 우호적 관계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이들이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고와 대외활동을 해준다면, 여론은 더 쉽게 조성될 것이라 기대한다.

독자가 반도체를 살 수는 없겠지만, 지지와 성원을 통해 시설 확장을 도울 수 있다. 홍보가 결국 사업을 만드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렇기에 B2B홍보는 아주 매력적인 분야다. 보도자료가 일상인 소비재기업이 보병전이라면, 오랜 기간 굵직한 아이템을 준비하는 B2B 홍보는 포병전이다.

광고도 하지 않는 인지도 낮은 기업이, 홍보를 통해 국민에게 사랑 받아 더욱 발전하게 만드는 것. 바로 B2B 홍보인의 비전이다. 세상을 깜짝 놀래킬 그 날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신동광


LS-Nikko동제련 대외협력팀 홍보 담당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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