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갑질기자’란?
진정한 ‘갑질기자’란?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7.20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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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토크] 한 언론사 기자의 ‘갑질논란’과 평판관리

[더피알=강미혜 기자] ‘갑질’은 어느새 부턴가 우리사회 ‘공공의 적’이 됐다.

백화점 모녀 횡포 논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10원짜리 동전으로 임금을 준 업주 등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사건의 배경에는 어김없이 갑질이 있었다.

대다수 서민들에게 갑질은 가진 자의 오만함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하는 예민한 키워드다. 여론을 살피고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언론에게도 빠질 수 없는 기삿거리가 된다.


그런데 갑질 문화를 지적하고 개선을 촉구해야 할 언론이 최근 갑질로 도마 위에 올랐다. 정확히는 한 언론사 기자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한국필립모리스 기자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자리 문제로 기자와 아르바이트 직원 간 시비가 붙었는데 결국 해당 직원이 사표를 냈다.

그 과정에서 기자가 필립모리스 홍보팀에게 전화를 걸어 ‘(기자실 담당 직원이) 불편하니 교체해 달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편집국에 이 사실을 알리겠다’ 등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갑질기자’라며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미디어오늘> 보도에 따르면 갑질한 기자로 지목된 당사자는 알려진 내용의 사실관계가 다르고 모두 왜곡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면서 매체명과 자신의 실명까지 나간 것은 다분히 의도가 있다고 판단,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한다.

불미스러운 일로 기자 개인과 그가 속한 언론사, 나아가 필립모리스 홍보팀까지도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 셈이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한순간에 일자리를 잃게 된 아르바이트 직원이다.

이번 갑질기자 논란은 언론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언론계와 홍보계에선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건이었다.

일이 벌어진 바로 다음날인 15일 모바일 메신저를 중심으로 속칭 ‘찌라시’로 급속히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언론사와 기자 실명은 물론 자세한 상황묘사까지 더해져 신빙성 있는 모양새를 띄었다.

당사자인 기자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는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설령 기자의 주장이 맞다고 결론나더라도 갑질논란에 자신이 거론된 자체로 이미 불명예를 안은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은 누구든 평판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다. 조직의 VIP, 공인, 브랜드, 나아가 일반 개인들도 평판에 신경 써야 탈이 없다. 기자도 마찬가지다.

특히 기자의 경우 사회적으로 갑의 위치에 설 때가 많다. 대통령에서부터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 그 어디라도 접근 가능한 업의 특성, 여론을 반영하고 때론 주도하며 누군가의 평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펜의 힘이 기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SNS 문화가 정착되면서 말 한 마디에, 행동 하나에 공인은 물론 일반인까지 순식간에 마녀사냥을 당하는 경우를 숱하게 보아왔다. 술자리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 지금은 찌라시 형태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해진다.

PR업계에선 종종 갑으로서 대접받는 것을 당연시하다 못해 과하게 요구하는 기자의 행위를 성토하는 고발성 글들도 떠돈다. 잘못하면 ‘진상기자’로 널리 이름을 떨치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은 ‘기레기’(기자+쓰레기)란 말이 익숙해졌을 정도로 언론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갑질기자 논란에 대해서도 기레기라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약자가 아닌 권력자에게 ‘갑질’하는 기자를 대중은 기대한다. 기자에게 그보다 더 좋은 평판관리가 또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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