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종식, 과제는 남았다
메르스 종식, 과제는 남았다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5.07.2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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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공중보건 위기 대비, 지금이 적기

[더피알=유현재] 작년에도 그랬고 안타깝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국민들은 ‘위기관리’ ‘위기관리 매뉴얼’ ‘재난, 재해, 감염병 창궐 시 커뮤니케이션’ 등 평소 자주 회자되지 않는 개념들을 미디어를 통해 접해야 했다.

이 말은 곧 경험하기 싫은 사건, 사고와 감염병 유행 등 일련의 비상 상황들이 끊임없이 발생했다는 의미며, 그로 인한 국민들의 괴로움과 불안에 대해 정부가 발 빠르게 대응해주지 못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 황교안 국무총리가 메르스 종식을 선언한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거리고 있다. ⓒ뉴시스

일단 특정한 상황이 발생하고 사태가 조기 수습되지 않는 모습이 관찰되면 국민들은 당연히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정부가 과연 작금의 부정적인 상황에 대비해 미리 세워놓은 작전이 있는지, 혹은 예상치 못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과학적이고 실제적인 ‘매뉴얼’이라는 지침은 보유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궁금해 한다. (관련기사: 정부가 봤어야 할 미국 CDC 위기관리 인사이트)

또한 국민들은 정부가 국민들과의 빠르고 효율적인 소통을 단행, 공조를 이끌어내 하루 빨리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선도하기를 바란다. 이 같은 제반 과정에서 정부가 말 그대로 ‘능수능란하게’ 활용해야 하는 사항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Risk Communication)’이다.

일정한 지역사회 혹은 국가에서 자주 발생하지 않는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피해의 최소화와 국민들의 빠르고 안정적인 일상 복귀를 위해 소통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바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다.

세부사항으로는 기 발생한 사안들에 대해 어떠한 내용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 의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판단하는 작업을 들 수 있다. 또한, 얼마나 자주 어떠한 미디어를 통해 어느 곳에서 특정한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 및 실행도 중요한 작업일 것이다.

급박한 상황에는 아이러니하게도 급박하게 결정해야 하는 사안들이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위 매뉴얼이라고 불리는 상세한 행동지침도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매뉴얼의 기획에서 제작, 적용 또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사안이라는 말이다. (관련기사: 메르스 초기, ‘심리적 방역’ 실패했다)

쉽고 믿을 수 있는 정보원 필요

그렇다면 향후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위기, 그 가운데에서도 특히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건강 위해 상황에 직면했을 때 과연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것일까? 다소 역설적이고 억지일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평소에 잘하자”라는 유치한 원칙을 제안해 본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메르스의 악몽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비판하고 반성해야 하는 부분은 너무나 다양하며, 이는 일반 국민들은 물론 사태의 종식을 위해 최전선에서 활동한 정부 당국자들도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일 것이라 생각한다.

▲ 지난 7월 19일 삼성서울병원 입구에서 한 직원이 출입자의 체온을 검사하는 병원 관계자를 격려하는 모습. ⓒ뉴시스

가장 시급하고 심각한 개선을 요하는 부분 가운데 하나는, 메르스와 같은 건강 위해 상황 발생 시 필수적인 정부 당국과 국민들 간의 효율적 소통일 것이다.

복기해 보면 정부는 특정한 정보를 감추려 했고, 국민들은 신뢰하지 않았으며, 마침내 스스로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추측해 퍼뜨렸다. 일정 시간 경과 후 마침내 정부는 해당 정보를 전면 공개했다. 대단히 매끄럽지 않은 소통이 국가와 국민들 사이에서 있었던 것이다. (관련기사: ‘메르스 공포’,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이 원인)

초일류 병원으로 간주되던 의료기관이 삽시간에 바이러스의 진앙으로 폐쇄되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처방되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비효율적이었다.

이 같은 불협화음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메르스가 안정되고 있는 바로 지금부터 정기적이고 지속적이며 상세한, 그리고 국민들이 접하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쉬우며 믿을 수 있는 정보원들에 대한 정비가 시작돼야 한다. (관련기사: 메르스 사태 진단 “번지수가 잘못됐다”)

필자는 수 년 전 일부 국민을 대상으로 구제역 등 건강과 관련된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아보는 정보원에 대해 연구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다수의 참가자들은 기본적으로 각자 상이한 정보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유명 포털사이트, 식약처, 질병관리본부, 보건복지부, 특정 의료기관, 지인, 미디어 등 일관되지 않고 다양했다. 결국 건강 위해 상황이 발생해서 이래저래 혼란할 시기, 국민들이 무조건 믿고 찾아가서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는 대표적이고 단일한 정보원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관련기사: 메르스 대책, ‘소통법’부터 배워야)

연구를 통해 밝혀진 또 하나의 결과는 바로 동일한 건강 관련 정보, 예를 들어 구제역 발생 시 국민들의 행동요령을 누구에 의해 전달하느냐에 따라 국민들이 체감하는 신뢰 수준은 다르다는 수치였다. 정부 당국자, 방송인, 수의사 등을 가상으로 등장시켜 동일한 정보를 전달하는 실험을 진행했고,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의 다수는 수의사를 화자로 제작한 미디어 콘텐츠에 가장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정보의 선순환적 유통, 관계 발전으로

▲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 메르스 관련문구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뉴시스

이를 통해 확보한 시사점은 첫째, 건강 관련 위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이 곧바로 찾아가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단일화되고 대중적인 정보원 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관련 정보들은 반드시 국민들이 인정할 수 있는 해당 분야 최고 수준의 전문가가 전달해야 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정 건강 위해 상황과 관련된 발표가 진행되면, 정보에 노출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발표자의 대학 전공과 경력까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버리는 우리 국민들은 정보에 대한 신뢰를 그의 전문성으로 판단한다는 의미였다.

국민을 위한 단일화된 창구는 보건복지부일 수도 있겠고 질병관리본부일 수도 있을 것이며, 여타 핵심 기관이 고려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업무가 엄연히 구분돼 있으며 책임 영역과 분야도 분명히 다르기 때문에 모든 건강 위해 상황을 관류하는 통일된 창구를 만들기 어려운 현실은 존재할 것이다. (관련기사: 세월호-메르스, 위기관리 실패의 데칼코마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일반 국민들은 그 같은 구분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민들은 전문가가 아니기에 특정 건강 위해 상황이 발생하면 도대체 어느 곳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준거로 삼아 행동해야 할지 헷갈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정 상황을 주관하는 핵심 기관을 구분하기 힘들며, 자신이 취득한 제반 정보들에 대한 정확성도 판단하기 어렵다. 이 같은 현실을 근거로 대중성과 정확성, 그리고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건강 위해 상황 관련 통합 정보원을 정비해야 한다.

메르스 초기, 국민들은 지역번호까지 눌러야 하는 메르스 핫라인에 대해 난감해했다. 메르스의 증상이 느껴질 경우 스스로 급박하게 누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번호의 조합이었던 것이다. 이 같은 불만을 감지한 정부는 세 자리 번호로 통일시켰고 현명한 결단이었다. 쉬워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

국민들을 위해 상설로 건강 위해 관련 정보를 공급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해당 분야에 가장 정통한 정보원이 활용되기를 희망한다. 국민들이 정보원의 신상을 꼼꼼하게 조사해도 전문성에 대해 수긍할 수 있는 누군가가 전면에 등장해 행동 지침을 제시하면 신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같은 건강 관련 정보의 선순환적 유통이 정착되면, 관계의 형성 및 발전이 이뤄질 것이며 국민들은 정부를 더욱 믿고 의지하게 될 것이다. ‘평소’에 제대로 쌓여지는 이 같은 신뢰감은 향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건강 위해 상황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최선의 정보가 전달되고, 국민들은 전해진 정보에 의해 적극 협조하고 행동한다면 위기는 가장 최소화된 피해만 남기고 극복될 확률이 높아진다. 메르스가 안정된 요즘, 상상하기 싫지만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또 다른 건강 관련 위해 상황의 극복을 위해 대비해야 할 시기는 아닐까.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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