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롯데가 잃은 홍보적 가치 넷
‘경영권 분쟁’ 롯데가 잃은 홍보적 가치 넷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5.08.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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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기업이미지 추락…PI에도 큰 타격

[더피알=강미혜 기자]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에 ‘일본기업’ ‘재벌민낯’ ‘골육상쟁(骨肉相爭)’이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따라붙고 있다. 재계 5위 그룹의 이미지가 한순간에 날개 없이 추락하는 모양새다.

▲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특히 이번 롯데가(家) 내분은 당사자들이 갈등을 대외에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전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현대나 두산, 금호아시아나 등 과거 경영권 분쟁을 겪었던 그룹들이 법적다툼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잡음이 흘러나왔던 것에 비해, 롯데는 육성파일 및 동영상 공개라는 초강수 여론전으로 ‘막장드라마’ 보다 더하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롯데의 경영권 분쟁이 부자간, 형제간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주주총회 표 대결과 소송이란 ‘강제결정’으로 첨예한 갈등이 봉합될 것이란 시각이 대체로 우세하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롯데는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첫째, ‘롯데=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의 공고화다.

이번 분쟁으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가 일본 롯데홀딩스라는 점이 널리 알려졌다. 그러면서 롯데가 사실상 일본기업 아니냐는 정체성 논란이 일고 있다. 역사문제 등으로 일본에 감정이 좋지 않은 국민정서상 ‘반(反)롯데’ 여론으로까지 비화되는 상황.

▲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 단위: %(지분율) ⓒ뉴시스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신동빈 회장은 3일 기자회견에서 롯데가 일본기업인지 묻는 질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못 박았다. (관련기사: 고개숙인 신동빈 회장 “국민들께 진짜 죄송스럽다”)

그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롯데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한국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비즈니스에까지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롯데의 경우 백화점과 카드, 제과 등 소비자와 직접 연계된 B2C 업종이 주력 계열이라는 점에서 ‘일본기업’이라는 세간의 인식은 향후 경영활동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최고경영자의 이미지 손상이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이다. 그렇기에 홍보부서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PI(President Identity) 관리다. 그런데 롯데는 이번 경영권 갈등으로 PI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우선은 한국기업 대표로서 한국말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함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100% 일본어로 소화, ‘무늬만 한국인’이라는 뒷말을 낳았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기자회견에서 한국어로 또박또박 답변하는 등 형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 일본식 발음이나 억양이 진하게 묻어나긴 마찬가지였다.

골육상쟁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는 점도 PI에 적잖은 부담이다. 당초 이번 경영권 분쟁은 ‘신동주 대 신동빈’, 즉 형제간 싸움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영상을 공개하면서 ‘신격호 대 신동빈’이란 부자 대립구도로 번졌다.(관련기사: 롯데 경영권 분쟁 ‘여론전 양상’)

해당 영상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은 “둘째 아들 신동빈을 한국롯데회장, 한국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 그리고 신동빈은 어떠한 권한이나 명분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장남에 힘을 실어줬다. 또한 “70여년 간 롯데그룹을 키워온 아버지인 저를 배제하라는 점을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고, 용서도 할 수 없다”는 말로 신동빈 회장에 대한 배신감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결국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게 되면 아버지의 뜻을 거스른 아들로 낙인 찍힐 것이 자명해졌다. 반대로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해도 동생을 몰아낸 비정한 형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신동빈 회장에 그룹 경영권을 부여한 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진: 관련 내용을 보도한 sbs 뉴스 화면 캡처.

셋째, 내상을 입게 된 기업문화다.

총수일가의 ‘밥그릇 싸움’을 지켜봐야만 하는 20여만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에 떨어졌다. 경영권이 누구 손에 쥐어지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시에 내부 불안감도 커져만 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번 싸움에서 이긴다면 신동빈 회장 측 인사로 채워져 있는 한국 롯데 계열사들은 대대적 인적쇄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비전에 대한 직원 공감대도 무너졌다. 그간 롯데그룹은 ‘사랑과 신뢰를 받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여 인류의 풍요로운 삶에 기여한다’를 미션으로 내세우며, 이는 내부 구성원들의 조직에 자부심과 결속력을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경영권을 둘러싼 볼썽사나운 다툼은 ‘사랑과 신뢰’라는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모든 기업이 직원을 대상으로 기업 철학의 내재화에 힘 쏟는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롯데는 경영권 분쟁으로 그간 쌓아온 신뢰라는 자산에 큰 생채기를 남기게 됐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3일 오후 귀국길에서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마지막으로 반기업 정서 확산이다.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반기업 정서가 강하다. ‘재벌’로 대변되는 대기업, ‘오너체제’라는 특수성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 이런 가운데 롯데 사태가 반기업 정서의 뇌관을 건드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재벌그룹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여론이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소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우하는 ‘비상식적’ 지배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도 “롯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재벌들의 싸움이 무엇이 문제인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고 발언하는 등 정치권도 재벌지배구조 폐해를 지적하고 나섰다.

악화되고 있는 재벌그룹에 대한 이미지는 광복절 기업인 사면 논의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기업인 사면을 거듭 주장했던 재계는 롯데 사태로 특사 논의가 물거품될 지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폭로전과 비방전으로 얼룩진 롯데의 경영권 분쟁. 결론이 어떻게 날 지 현재로선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이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기업명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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