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장수 무전단명’, 지자체가 막아야
‘유전장수 무전단명’, 지자체가 막아야
  • 유현재 (hyunjaeyu@gmail.com)
  • 승인 2015.08.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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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의 Now 헬스컴] 지역별 빈부격차, 건강격차로…커뮤니케이션 해법 찾을 때

[더피알=유현재] 얼마 전 ‘가난한 동네 빨리 죽고 부자 동네 오래 산다!’는 제목의 기사를 접했다. 익히 짐작한 바였지만 수치에 근거한 기사를 탐독하고 나니 다시 한 번 마음이 먹먹해졌다.

개별 기초자치단체, 특히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사이에 존재하는 재정격차 및 건강을 위해 투입되는 예산 차이, 그로 인한 구민들 간의 건강격차가 무섭게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한 개인이 어느 구에 주소를 두고 있느냐에 따라 건강상태, 기대수명, 사망률 등이 대충 파악될 수도 있다는 슬픈 내용이 아닐 수 없다.

▲ (자료사진) 재래시장 한 켠에 농작물 좌판을 편 노인이 피곤한 듯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사망률 측면에서 강남·서초·송파 등 소위 강남3구의 사망률은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금천·중랑·강북구 등은 높은 수준의 사망률을 보이고 있다. 자치구보다 세부적인 ‘동’으로 구분해서 더욱 심층적으로 파악했을 때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사망률이 가장 낮은 42개동 가운데 무려 30곳, 즉 70% 이상이 강남3구에 속해있지만, 사망률이 가장 높은 40개동은 60% 이상(25개동)이 흔히 강북으로 표현되는 구에 소속돼 있었다. 동별 사망률의 격차는 현 시점에서 최대 약 4배까지 벌어져 있는 상태며, 그 차이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자치구별로 구민의 건강관리를 위해 투입하는 비용을 분석해보면, 상기 결과가 왜 도출되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가장 높은 보건예산을 집행하는 자치구와 가장 적은 보건예산을 지출하는 자치구의 차이가 무려 3배에 달했다. 보건예산은 주민 1인당 건강관리를 위해 자치구가 배정하는 금액인데, 비교적 많이 지출하는 곳이 강남구·중구·종로구·성동구·서초구 등이었다.

다소의 예외적 경우도 존재하겠지만 대체로 ‘잘 사는’ 동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삶의 여유는 물론, 건강과 관련된 혜택 또한 이래저래 받으면서 상대적으로 장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 된다. 그에 비해 재정 자립도가 낮은 구에 사는 사람들은 정반대의 현실을 견뎌내며 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은 이미 모든 이가 알고 있을 정도의 대중적 개념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상기 데이터 등을 기준으로 판단해보면 ‘유전건강’ 혹은 ‘유전장수’, ‘무전질병’에 ‘무전단명’까지 일군의 찜찜한 어구들도 언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같은 건강불평등 상태를 최소화하고 개선하려면 어떠한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인가.

‘건강區’ 만들려면

건강예산 지출의 근간이 되는 기초자치단체의 재정 자립도 혹은 재정적 건전성은 하루아침에 개선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따라서 ‘건강한 구’가 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여유가 어느 정도 달성돼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현 상황에서라도 지자체 장을 비롯한 결정권자들이 자치구민들에게서 발견되는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물적 투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첫 술에 욕심내기보다 꾸준한 관심 증가와 중요성 인지를 바탕으로 구민들의 건강관리와 건강한 환경조성, 건강할 수 있는 권리 부여 등에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노력이 상당 기간 지속되면 객관적인 건강 수준을 판단하는 척도들, 즉 건강검진 수검률이라든가 흡연비율, 질병에서의 회복률과 대응시스템, 나아가 사망률 등이 동반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예산을 투입하는 직접적 노력들과 병행해 지자체가 관심을 기울이길 희망하는 또 다른 분야가 바로 헬스커뮤니케이션(이하 헬스컴)이다. 건강 개선을 위해 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내 더욱 활발하게 실행하기를 부탁드린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비교적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하진 않는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사람들을 설득해서 건강한 행동양식을 일상화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이 헬스컴의 중요한 목적이다.


흡연율이 높은 특정 자치구에 금연 분위기가 강력하게 형성될 수 있도록 지역적 특성에 맞는 전략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헬스컴이며, 암 검진 등 중요한 건강검진을 무료 혹은 저비용으로 국가가 제공하고 있음에도 혜택을 누리지 않는 이들을 설득해서 행동변화를 유도하는 작업도 긴급한 헬스컴이다.

유난히 자살률이 높은 자치구에서 자살취약계층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전화방문 등을 진행하는 것도 너무나 필요한 헬스컴이 된다. 자치구를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다양한 중독과 치명적 부작용들에 대해 논의하는 장을 구민회관에서 상설로 기획하거나, 각 학교를 위한 연중 홍보를 고안하는 작업도 헬스컴일 것이다.

현재 각 지자체가 처한 재정적·현실적 상황 아래에서도 구민들의 건강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법들, 특히 커뮤니케이션에 의한 구체적 작전들을 추가로 수립하고 실행하는 노력이 활발해지기를 바란다. 지극히 실제적인 예로써 자치구마다 설치돼 있는 보건소의 활용을 증가시키는 홍보노력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겠다.

무료 혹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보건소가 정확하게 우리 구의 어느 곳에 위치해 있는지, 방문할 수 있는 시간은 언제인지, 만약 방문하면 도대체 어떠한 종류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미처 파악하고 있지 못한 구민들도 꽤 존재하지 싶다. 이 같은 현실을 인지하고 구민들을 대상으로 더욱 자연스러운 보건소 방문을 환기하는 캠페인은 건강 수준 향상을 위한 중요 수단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

또한 건강 검진을 격년 주기로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나 수검률 개선이 요구되는 현 시점에서, 지자체별 혹은 대상자별로 더욱 효과적인 홍보활동을 펼쳐 최소한의 질병예방과 조기진단, 장기적 건강관리를 지원하는 노력도 대단히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믿는다.

이처럼 개별 자치단체가 ‘헬스컴이 필요하다’라는 시각으로 해당 지역과 구민들을 관찰해보면, 단언컨대 다뤄야 할 분야들이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평등한’ 100세 시대, 헬스컴으로 준비

지금은 소위 ‘100세 시대’를 너무나 쉽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다. 일부 광고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아 재정 설계를 제대로 하라며 겁을 주기도 하며, 은퇴 이후 무려 30여년 운운하며 다양한 핑크빛 제안을 쏟아내기도 한다.

‘누구나’ 100세를 살 것처럼 당연하게 이야기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머잖은 미래에 누군가는 100세를 훌쩍 넘겨 110살, 115살까지 건강하게 살아낼 것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런저런 이유로 일찍 사망하는 경우가 분명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도 개별 지자체별 건강 수준과 기대 수명, 사망률에 엄연히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의 차이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지자체는 특별한 노력을 다한 결과로 해당 지역 거주민들이 수준급의 평균 수명을 유지하게 될 것이며, 상대적으로 더욱 건강한 삶을 제공하는 보금자리로 탈바꿈돼 회자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본격적인 100세 시대가 도래 했을 때 평균 수명이 높은 구, 지자체의 자부심과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구의 사람들은, 그동안 현실적인 한계 사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구로 격상된 지역에 대해 신선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지역민들의 건강수준 개선이라는 너무나 중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감히 더욱 강화된 형태의 헬스컴을 요청드리는 바이다. 다양한 헬스컴 활동이 변수가 돼 건강증진 효과가 가시화된 사례는 이미 수많은 논문들, 보고서들에 의해 입증돼 있다. 사안은 다양하고 할 수 있는 헬스컴은 무궁무진하다.

유현재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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