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메르스 후속 대책, “역량 없다면 외부서 끌어와야”
정부의 메르스 후속 대책, “역량 없다면 외부서 끌어와야”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5.09.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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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본부 산하 위기관리 전담부서 신설…사전훈련·인력배치가 관건

[더피알=문용필 기자] ‘메르스 위기’를 넘긴 정부가 국가방역체계를 개편하면서 감염병 관련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담부서 설치방안을 발표했다.

신설부서가 메르스 사태 당시 제기된 ‘소통 부재’ 논란을 씻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위기 발생 시 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상시적인 대국민 소통 조직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조언들이 이어지고 있다.

국무조정실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내놓았다. 질병관리본부장을 기존의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감염병에 대한 24시간 정보 수집·감시, 신고·접수, 즉시 지휘통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긴급 상황실을 구축한다는 내용 등이 주요 골자다.

▲ 정부가 발표한 국가방역체계 개편안 일부./사진:보건복지부

이 가운데 눈에 띄는 대목은 위기관리 강화를 위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전담부서’ 신설이다. 메르스 확산의 큰 이유로 지적된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위기관리 소통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물론, 평상시에도 국민소통을 강화하고 정보공개의 세부범위와 방법 등을 사전 수립하는 한편, 신종 감염병 발생시 절차에 따라 관련 정보를 즉시 공개해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 보건정책팀 관계자는 해당부서가 질병관리본부 산하의 상시적인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설부서는 질병관리본부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전담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는 별도의 홍보·커뮤니케이션 조직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다. (관련기사: ‘메르스 공포’, 땜질식 커뮤니케이션이 원인) 다만,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세부 인력구성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것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의 미숙한 커뮤니케이션이 메르스 사태를 키웠지만, 뒤늦게나마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담조직이 꾸려지는 것은 다행이라는 견해다.

헬스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는 “그동안 (위기커뮤니케이션 전담부서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조직이 갖춰진다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레티지샐러드 대표도 “방향성은 맞다고 본다”며 “메르스 사태의 반면교사로 커뮤니케이션 파트를 강화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언급했다.

공공PR 전문가인 유재웅 을지대 의료홍보디자인학과 교수는 “질병과 관련된 부분은 사안의 성격상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만시지탄’이라는 생각이지만 전담조직이 생긴 것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철저한 실무형 조직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부서를 신설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제2, 제3의 메르스를 대비한 커뮤니케이션 매뉴얼과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 (관련기사: 메르스가 남긴 세 가지 키워드, ‘가이드라인·리더십·민간전문가’)

이와 관련, 김동석 대표는 “메르스 사태를 보더라도 위기가 확산된 다음 준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감염병 위기는) 굉장히 급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진정시키기 어렵다”며 “‘사후’를 컨트롤하기 보다는 사전에 해외 선진 커뮤니케이션을 조사하고 위기시 소통 전략을 미리 짜놓는 등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용민 대표는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커뮤니케이션 파트가 상설화돼 있는데 업무의 대부분이 위기 대응 훈련”이라며 “위기가 발생시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취합 방법, 감지방법 등을 계속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인력 배치 또한 중요하다. 감염병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질병에 대한 지식이 갖춰져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에도 능한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김동석 대표는 “위기 대비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인력들이 배치돼야 한다”며 “위기 상황에서는 의료진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물론, 대언론 소통도 해야 한다. 도움을 줄 수 있는 관련 기관과의 관계 구축도 필요하다. 국제적 공조와 국내 커뮤니케이션, 언론대응, 관련 기관 관리 등 굉장히 많은 (파트의) 담당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용민 대표는 “실무자 구성에 있어서 경험이 있는 사람을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겠느냐가 관건”이라며 “역량이 없다면 외부에서 끌어와서와도 같이 실무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감염병에 대한 위기 대응) 준비를 중심으로 한 철저한 실무조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대표는 “(커뮤니케이션) 전담부서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메르스 사태와 같이 큰 위기가 닥쳤을 때 WHO(세계보건기구)처럼 정보를 취합해서 브리핑하는 훈련된 전문가 그룹이 배치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언급했다.

소통 컨트롤타워 기능 제대로 하려면

이런 이유로 외부의 헬스커뮤니케이션 혹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전문가가 신설부서에 영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하지만 국내는 관련 전문가들이 많지 않을뿐더러, 급여나 직급 등 처우문제에서도 제약이 뒤따른다는 지적이다.

▲ 질병관리본부에 마련된 중앙메르스방역대책본부 ⓒ뉴시스

결국 차선책으로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자문단을 만들어 상시적으로 협력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공무원들은 중요한 정책에 대해 자문기구를 두는 케이스가 많기 때문에 자문단이 구성될 것”이라고 봤다. 유재웅 교수도 “외부전문가 집단이나 전문회사와 협업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신설부서의 업무영역이 단지 위기 대응 커뮤니케이션 분야에만 그쳐서는 안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동석 대표는 “위기 커뮤니케이션은 전반적인 상황과 연결되고 부처에 대한 신뢰라는 부분이 있다. 단순한 위기 커뮤니케이션 부서가 아닌 질병에 대해 평상시에도 소통할 수 있는 부서를 만들고 그 안에 위기소통팀을 가동하는 것이 훨씬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무리 (위기대응을) 잘해도 평상시에 제대로 (국민들과 소통)하지 않는다면 누가 신뢰를 하겠느냐”며 “실제적인 효과를 생각한다면 좀 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만들어야 한다. SNS와 인터넷 담당자도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 일반적인 부처의 커뮤니케이션 팀 정도의 규모로는 꾸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본적으론 가장 중요한 점은 신설부서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이다. 특히 질병관리본부의 외청 승격 문제가 이번 개편안에서 배제된 만큼 상급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김’이 여전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유재웅 교수는 “신설부서가 복지부 안에 속해있다는 한계는 있지만, 질병관리본부가 얼마나 전문성과 순발력을 갖고 상황에 대응하느냐에 따라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며 “질병이라는 특수성과 이에 대한 전문성, 그리고 홍보감각이 갖춰진다면 다른 부서가 본부의 영역을 건드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의 경우 국방에 대한 전문성이 가장 높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많이 낼 수있지 않느냐”며 “질병관리본부도 전문성이 있고 권위 있는 조직으로 인정받는다면 (감염병 위기) 상황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고, 다른 부처와의 협조관계도 가져갈 수 있다. 기관의 위계도 중요하지만 어떤 식으로 일을 해나가느냐에 따라 관계는 변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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