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태로 재조명되는 명성·이슈·위기관리
롯데 사태로 재조명되는 명성·이슈·위기관리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5.09.0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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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무너진 신뢰 회복하려면

[더피알=최영택]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기업의 명성관리, 이슈관리, 위기관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롯데의 정체성 논란, 지배구조 문제, 416개의 순환출자 구조 정리, 추락한 이미지 회복 등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문제를 수습하는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란 지적이다.

가족 간 벌어진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은 일단 차남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상처뿐인 영광이다. 국내 재계 5위 그룹의 민낯이 드러났고, 롯데는 깊은 내상을 입었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0일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는 과정에서 취재진에 둘러싸여 있는 모습. ⓒ뉴시스

국세청 등 정부의 압박과 국민들의 반(反)롯데 정서 속에 신동빈 회장이 나서 ‘호텔롯데 기업공개와 순환출자해소’ 의지를 밝히며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지만 사태 수습까진 갈 길이 멀다. 무엇보다 오랫동안 쌓은 신뢰가 무너진 것이 뼈아프다.

롯데그룹의 첫 번째 실책은 오너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약관 20세에 일본에 건너가 번 돈을 한국에 투자해 관광·유통·화학산업을 개척했다. 한국의 산업화에 기여한 바가 크며 존경받을 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경영권 이양의 때를 놓쳤다.

특히 이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창업주의 건강 이상설이 흘러나와 그동안 쌓아온 ‘신격호 신화’의 명성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일부 언론들은 한창 나이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고 지배구조 개선까지 마친 구자경 LG명예회장이나 고(故) 이동찬 코오롱 회장과 비교하며 사태를 꼬집었다.

롯데의 이슈관리 실패도 아쉬운 부분이다. 롯데는 그동안 일본기업, 소비기업, 보수적이고 ‘짠돌이 기업’이란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한 선제적 이슈관리가 필요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관련기사: 롯데 사태, ‘선제적 이슈관리’의 뼈아픈 교훈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기업문화, 갑질 행태, ‘유통공룡’ 등 부정적 이슈로 언론의 도마에 자주 올랐다. 총수 한 사람에게 집중된 전근대적인 경영방식과 상명하복식 군대문화 역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부정적 이슈를 미리 관리했더라면 사태 확산을 막는 ‘보험’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롯데의 홍보도 미흡했다. 롯데는 주력 계열사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B2C기업임에도 홍보조직이 취약하고 투자도 인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컨설팅회사 대표는 “롯데는 위기관리 교육도 거의 안하고 너무 소극적으로 홍보를 한다”고 지적했다. ‘돈 번 것을 밖으로 티 내지 말라’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침에 따른 것이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대외홍보와 위기관리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롯데와 홍보팀은 향후 해결해야 할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 후 신동빈 회장 원톱체제로 굳어졌다고는 하나 경영권 안정과 지배구조 개선, 순환출자 해소 등 국민들과 약속한 경영상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광복 70주년에 벌인 골육상쟁으로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회복하고, 바닥에 떨어진 직원들 사기도 고양해야 한다. 기업비전과 기업문화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홍보팀은 지금부터 명성관리, 이슈관리, 위기관리를 포함한 장기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해 하나씩 실행에 옮겨야 한다.

신동빈 회장의 달라진 리더십도 중요하다. 신 회장은 지난달 26일 실무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TFT 구성은 롯데그룹 경영투명성 강화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첫 걸음”이라며 “겸허한 마음으로 착실히 준비해 롯데를 사랑해 주시는 국민 여러분의 신뢰와 기대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가 국민의 사랑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신 회장이 약속을 얼마나 제대로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다. 롯데의 일거수일투족에 언론과 국민들의 이목이 여전히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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