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빠진 폭스바겐의 위기관리
‘액션’ 빠진 폭스바겐의 위기관리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5.11.06 12: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날개 없는 추락...전문가들 “리더의 빠른 결단·소비자 대응 시급”

[더피알=박형재 기자] 배출가스 조작 파문으로 날개 없이 추락하고 있는 폭스바겐. 친환경의 대명사로 불렸던 클린 디젤 엔진의 신화는 무너졌고, 그에 더해 휘발유 차량에 대한 ‘연비 뻥튀기’로까지 치닫고 있다. (관련기사: ‘양두구육’ 폭스바겐, 위기 끝이 안 보인다)

연이은 악재 속에서 폭스바겐은 전 차종 무이자할부와 무상보증 2년이라는 파격적인 서비스를 내세워 국내 시장 만회에 나섰지만 등 돌린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 폭스바겐의 10월 한국 판매량은 전월 대비 70% 가까이 급감한 947대(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발표)를 기록했다. 브랜드 순위에서도 폭스바겐은 푸조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 지난달 1일 국립환경과학원 직원들이 배출가스 조작 모델인 아우디 a3 차량의 배기가스 오염 물질을 검사하고 있다. ⓒ뉴시스

지금까지의 대응만으론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은 위기관리 실패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사태를 수습하려면 “리더의 빠른 결단과 소비자 대응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폭스바겐 위기 유형은 사실상 ‘기업범죄’로 신속히 핸들링돼야 하는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사후 관리가 지지부진한 것은 핵심 인물들이 권력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이슈를 방치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일반적으로 기업범죄라 해도 새로운 리더십이 구축되면 사태가 수습되기 마련”이라면서 “아직까지 그런 조치들이 진행되지 않는 걸 보면 위기를 관리해야 할 주체(리더)가 위기 속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검토할 게 많다면 일단 소비자 조치라도 빨리 진행해 불만을 다독여야 하는데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차량들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면서 “이는 법적으로 무조건 리콜해야 하는 안전문제 대신 환경문제로 이슈를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사측의 시간끌기는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을 불러오고, 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각종 소송비용, 전세계 벌금만큼 재무적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과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코리아 사장이 국토교통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일반 증인으로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봉수 피크15커뮤니케이션 대표는 “폭스바겐은 위기 극복을 위해 영국 BBC방송의 ‘지미새빌 스캔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직의 민감한 문제에 대해 외부인사가 성역 없이 파헤침으로써 일체의 의혹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BBC는 2011년 방송인 지미새빌이 사망한 뒤 그가 생전에 여성 수십명을 성추행한 사실을 알아냈다.특히 BBC 기자가 이 같은 내용을 취재했지만 데스크에서 보도를 막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BBC는 즉각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고 위원장에 경쟁사 스카이뉴스의 사장 출신 닉 폴라드를 선임했다. 세부적인 조사는 영국왕실법률가 앨런 맥린에게 맡겨 신뢰를 회복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는 “폭스바겐의 경우 조작 사태에 대해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했지만 가장 중요한 액션(action)이 빠진 상태”라며 “소비자들에게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이냐를 고민하고 우선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기업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면서 “무조건 안 걸릴 것이란 믿음으로 저지른 조작의 대가는 더 크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폭스바겐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일류기업이라도 소비자를 속이면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신뢰가 깨지면 거래는 불가능해진다.

한편 국제신용평가사 S&P는 지난달 12일 폭스바겐의 신용등급을 앞선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S&P는 “폭스바겐이 이번 조작사태에서 회사의 경영과 통제, 위기관리 등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강등배경을 설명했다.

폭스바겐 스캔들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제작사 이파인 웨이는 파라마운트와 함께 폭스바겐 사태를 영화화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뉴욕타임스 기자인 잭 유잉이 집필중인 폭스바겐 스캔들 관련 서적의 영화화 판권을 최근 사들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