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 카드뉴스, ‘안녕’을 고할 때
천편일률 카드뉴스, ‘안녕’을 고할 때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5.11.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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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서 무력화된 ‘밀어보기’…사용자 이탈 초래, 장기적 효과 재고해야

[더피알=안선혜 기자]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한 기사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카드뉴스는 웬만한 언론사에서 너나할 것 없이 선보이는 일반적인 콘텐츠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명제에도 어느 정도 부합하고, 모바일로 옮겨가는 독자층을 잡기 위해서도 이 작업은 병행되고 있다. (관련기사: ‘소셜 독자’ 움직이는 기사는 따로 있다하지만 최근 들어 카드뉴스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페이스북이 이미지 포스팅에 대한 정책을 변경하면서다.

▲ 여러장의 이미지가 등록될 시에는 대표 이미지를 제외한 나머지 이미지는 + 몇 장 형태로 표시가 된다. (자료사진) 출처: 조선일보(왼쪽)와 스브스뉴스 페이스북. 

페이스북상에 여러 장의 사진을 올릴 경우, 기존엔 좌우로 스와이프(특정 방향으로 미끄러지듯 터치하는 것)해가면서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미지를 한 번 터치하면 세로로 이미지가 쭉 나열되고, 또 한 번의 ‘추가 터치’를 통해서만 좌우로 넘겨볼 수 있다.

이진혁 슬로우뉴스 편집위원은 “1~2년 전부터 카드뉴스가 대유행을 했지만, 페이스북이 정책을 변경하면서 해당 포스팅을 보기 위해서는 추가의 터치가 필요해졌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한 번의 터치가 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는 많은 수의 사용자 이탈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이 편집위원은 “심지어 이제는 세로로 이미지가 펼쳐짐에도 과거 하던 방식대로 카드뉴스에 좌우로 넘겨보라는 의미로 화살표를 넣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짬뽕닷컴(jjambong.com)을 운영하는 조종완 씨도 “(페이스북에서) ‘밀어보기’는 사싱상 무력화됐다고 보는 게 맞다”며 “‘한 번 더 클릭’은 유저들에게는 큰 요청으로 받아들여진다”고 같은 견해를 표했다.

여기에 카드뉴스는 언론사 사이트로 트래픽을 가져오지 못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이 편집위원은 “카드뉴스처럼 이미지만 공유하는 형태는 그저 페이스북에서 소비되고 끝”이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자사 웹사이트에 카드뉴스를 올리기도 하지만, 이미지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효과적이지 않다”고 봤다.

▲ 아시아투데이는 자사 홈페이지로 이동해 카드뉴스를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자료사진) 출처: 아시아투데이 페이스북. 

조 씨도 “카드뉴스는 메시지 전파가 최종 목표이기에 그외 추가 행동(언론사 사이트 방문 등)을 요구하기에는 적합한 방식이 아니다”며 “차라리 이미지 한 장과 링크가 KPI(핵심성과지표) 측면에서는 효과적”이라 제언했다.

효과 대비 실무자들의 노력을 너무 많이 필요로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 씨는 “이런 포스트는 몇 장의 이미지와 +8과 같은 형태로 타임라인 상에 흐른다. 담당자는 모든 이미지에 공을 들여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그럴만한 가치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타임라인에 노출되는 이미지는 소수인 데 반해 카드뉴스 제작을 위해 투입되는 자원은 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의견이다.

이 편집위원 역시 “기존 기사를 재활용한다 해도 상당한 품이 들어가는데, 효과를 측정하기 쉽지 않고 자사 웹사이트로 트래픽을 유입시키지도 못한다”면서 “카드뉴스처럼 웹사이트 유입이 힘든 형태의 콘텐츠를 페이스북에서 공유한다면, 최소한 그 목적은 뚜렷해야 하고 그에 맞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드뉴스를 일종의 서비스 콘텐츠 형태로 발행해 페이스북 페이지의 구독자(좋아요)수를 늘렸더라도, 추후 자사 웹페이지가 링크된 포스팅을 올렸을 때 유입량 증가를 최종목표로 삼는 등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해외언론 모바일 맞춤 다양한 실험 중

천편일률적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해외 언론들은 모바일 최적화를 위한 다양한 콘텐츠 실험을 하고 있다.

일례로 <뉴욕타임스>는 지난 5일(현지시간) 가상현실(VR)을 도입한 새로운 형식의 메이킹필름을 발표했다.

전쟁과 박해로 집을 잃은 각국 아이들의 현실을 담은 이 영상은 시점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360도 동영상으로 구글카드보드를 통해 가상현실로 감상할 수 있다.

해당 영상은 <뉴욕타임스>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감상할 수 있고, 자사 정기구독자들에게는 구글의 협찬으로 무료로 구글카드보드를 지급한다.

몰입감을 높여주는 VR 기사라는 실험도 눈여겨볼 대목이지만, 소셜미디어가 아닌 자사 플랫폼인 앱으로 독자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가디언>의 경우 지난해 4월 ‘The Shirt on your back(당신이 입는 셔츠)’이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턱없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방글라데시 의류 노동자의 실태를 다룬 이 영상은 마하문다(Mahamunda)라는 여성의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화면 오른편에 독자가 해당 콘텐츠를 이용한 시간과 마하문다가 같은 시간 동안 번 돈, 또 같은 시간 영국 상점에서 마하문다가 만든 옷을 팔아서 번 돈이 동시에 정보로 제공된다.

다큐멘터리가 재생되는 동안 초 단위로 증가하는 영국 상점의 매출과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마하문다의 임금이 실시간으로 비교되면서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선다.

▲ 가디언이 발표한 ‘the shirt on your back’ 다큐멘터리. 좌측 상단에 이용자가 영상을 본 시간과 그 시간 동안 방글라데시 여성인 마하문다(mahamunda)가 벌어들인 임금, 같은 시간 영국 상점에서 번 돈이 함께 표시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013년 9월 미국 워싱턴DC 내 해군 복합단지(네이비 야드) 총격 난사 사건을 트위터, 텍스트 기사, 사진, 동영상, 그래픽 등을 모두 모아 타임라인 형태로 실시간 업데이트 한 바 있다.

모바일에 특화시킨 UI로, 페이지 이동 없이 관련된 사건 소식을 빠르게 트래킹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적이다.

국내 언론사들도 인터렉티브 뉴스 등의 형태로 디지털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지난 5월 <한국일보>가 디지털뉴스부와 사회부가 공동기획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월급통장’이란 인터랙티브 뉴스를 선보이며 화제가 된 바 있고, <KBS>는 디지털뉴스국 주도 하에 지난 6월부터 메르스 감염 현황을 인포그래픽과 인터랙티브 형식을 결합해 제공하고 있다. (10월25일 최종 업데이트)

<한겨레>도 지난해 3월 스피드 스케이터 이규혁 선수의 스케이팅 일대기를 ‘굿바이, 히어로’ 라는 인터랙티브 기획기사로 선보인 바 있다. 사진과 그래프 등을 곁들여 이 선수의 경기 활약을 스크롤을 내리면서 동시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 추가합니다

모바일 시대 디지털 혁신을 위한 국내외 언론 사례와는 별개로 카드뉴스의 대안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독자 질문이 있어 답변을 짧게 드립니다.

우선 전문가들은 본문에 언급된 대로 한 장의 임팩트 있는 이미지와 링크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대안은 동영상 콘텐츠를 우선시 하는 페이스북 정책을 감안해 여러 이미지를 이어붙인 짧은 동영상을 게재하는 것인데요. 요즘 유행하는 ‘움짤(gif 파일 형식의 움직이는 짤방)’ 등도 이에 들어가겠지요.

물론 여력이 된다면 동영상을 제작해 올려도 무방하고요. 다만 이 경우는 자사 홈페이지 유입이 목적이 아닌 일종의 브랜딩 차원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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