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폴레 사태로 보는 ‘진정성’의 양면
치폴레 사태로 보는 ‘진정성’의 양면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6.03.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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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기업평판 따라 주가도 출렁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① 치폴레 사태로 보는 ‘진정성’의 양면
② 부메랑 된 치폴레의 홍보전략, 돌파구는 어디에?

[더피알=임준수] 미국에서 지난 십여년간 치폴레(Chipotle) 멕시칸 그릴과 견줄 만큼 경이적인 성장을 한 체인 음식점은 없다. 1993년 콜로라도주 덴버의 대학가에서 요리사 스티브 엘스가 시작한 치폴레는 현재 2000개 넘는 본사직영 가맹점을 두고 있다. 2006년 1월 22달러에 신규상장(IPO)한 이래 미 월가의 ‘달링(Darling)’으로 불리며 투자자들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아왔다.

맥도날드의 메뉴판을 바꾸게 할 만큼 영향력 있는 월가의 식당가맹점 전문 분석가인 마크 칼리노우스키는 꾸준한 성장이 이어질 경우 2010년에는 치폴레 주가가 13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거듭 예측했다. 이같은 기대에 화답하듯 치폴레의 시장 가치는 작년 8월 230억달러(약 28조원)까지 도달했다.

▲ 치폴레는 '진정성이 담긴 음식'을 기업철학으로 내세운다. 출처=치폴레 홈페이지

치폴레는 맥도날드와 같은 기존 패스트푸드점을 꺼리고 더 건강한 먹거리를 챙기는 밀레니얼 세대의 수요를 정확히 파고들면서 성공신화를 썼다.

창업자이자 공동 CEO인 스티브 엘스는 ‘진정성이 담긴 음식(Food With Integrity)’을 기업 철학으로 정했는데, 이는 땅과 동물을 책임 있게 다루면서 만드는 환경친화적인 음식을 뜻한다. 이를 위해 이른바 로컬에서 재배한 신선한 재료들을 사용한다고 홍보해왔고, 패스트푸드업계 최초로 유전자변형 제로(Non-GMO) 재료만을 사용한다고 선언했다.

불황을 모르고 성장하던 치폴레는 최근 비상이 걸렸다. 작년 7월 워싱턴주 시애틀의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던 고객 5명이 장출혈성 대장균(E-coli) 식중독 증세를 보인 이후, 작년 12월까지 최소한 6개 지역에서 환자들이 발생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12월 초에는 보스턴 칼리지 학생 120여명이 치폴레에서 식사한 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이 사건 후 치폴레의 주가는 계속 내려가 지난 1월 12일에는 작년 8월 고점을 찍었을 때 대비 약 47% 하락한 400달러 선까지 미끄러졌다.

월가의 ‘달링’, 식중독 사태에 발목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치폴레 측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일단 ‘진정성이 담긴 음식’이란 기업 철학에 맞는 캠페인과 미디어관리를 해온 에델만에 결별을 통보하고 새로운 PR회사를 물색했다. 표면적으로는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다른 대규모 사업체를 대행한다는 이유지만 최근의 위기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13일에는 투자자, 금융인, 분석가들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 초대해 긴급 투자자 컨퍼런스 자리를 마련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이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치폴레 임원들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조만간 치폴레 관련 대장균 조사의 종식을 선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사건이 종결되면 이메일을 이용한 대규모의 DM캠페인과 점포 확장 및 성장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특히 CEO 스티브 엘스가 나서서 향후 치폴레에서는 식중독 관련 위험률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만들 것을 약속함으로써 투자자들의 박수를 얻어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치폴레의 주가는 소폭 반등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부 투자자나 식품안전전문가들은 치폴레의 사업 모델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로컬에서 재배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다’는 방침은 원재료의 재배나 운송 과정이 복잡하기에 식품안전 관련 사고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앞으로도 이 문제가 불씨로 남아 있을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대규모 하청에 의존하는 다른 패스트푸드업체는 재배 및 수송 과정이 단순해 통제가 쉽지만, 공급망이 복잡한 치폴레는 그만큼 더 예측하지 못한 상황들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자연산을 강조한 치폴레의 허수아비 광고

또 다른 문제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안티(anti)도 늘어났다는 점이다. 온라인 경제 관련 뉴스 및 견해 매체인 <24/7 월스트리트>는 지난 1월 9일 각종 자료를 바탕으로 ‘미국의 가장 싫어하는 회사들(America's most hated companies)’이란 순위를 매겼는데 전체 10곳 중 치폴레가 10위에 랭크됐다.

미국에서 가장 크고 잘나가는 PR회사 에델만이 PR활동을 맡고, 2012년과 2014년 연이어 칸 국제광고제 PR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던 치폴레가 왜 사람들이 싫어하는 회사 축에 끼었을까? 심지어 치폴레가 ‘기업윤리와 사회적 책임(CSR)을 잘 구현한 성공사례’라는 연구 논문마저 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오명을 얻게 됐을까?

감동적 캠페인의 역습

가장 큰 비판은 진정성에 대한 의심에서 비롯한다. 양심적이고 친환경적인 먹거리를 들먹이는 것이 그저 마케팅 술수일 뿐 진정성이 없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치폴레의 ‘진정성이 담긴 음식’을 ‘진정성이 들어있는 마케팅’이라고 비꼰다. 그간 선보인 ‘백 투 더 스타트(Back to the Start)’나 ‘허수아비(The Scarecrow)’와 같은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광고들이 ‘기승전-치폴레’로 끝나기에 기업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것이다.

미국 코미디 동영상 사이트 ‘퍼니 오어 다이(Funny or Die)’에는 ‘순수한 상상’을 ‘순수한 조작(pure manipulation)’으로 바꾼 허수아비 패러디가 올라오기도 했다.

우리와 함께 순수한 상상 속으로 들어오세요. 거대한 기업에 의해 만들어진 당신을 위한 광고와 함께요. 우리는 먼저 당신을 막대한 예산을 들인 애니메이션 속으로 떨어뜨릴 것입니다. 당신이 보게 될 것은 순수한 조작입니다. 이는 단지 광고의 한 방법일 뿐이에요. [중략] 우리는 메시지를 아주 영리하게 통제한답니다. 또 우리는 진실을 숨기죠. 그냥 우리 브랜드와 관계를 맺으세요.

역설적이게도 치폴레의 두 브랜드 캠페인이 사회에 던진 화두와 감동이 큰 만큼 이들은 치폴레 먹거리에 대해 깐깐하게 따지고 든다. 치폴레가 아직 과학적으로 판명나지 않은 유전자변형생물(GMO) 논쟁에 끼어들어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한다.

인체에 유해하다고 해서 GMO원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같은 논리로 치폴레는 WHO에서 ‘2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적색 고기류를 쓰지 않아야 한다고도 반박한다. 심지어 일부 비판자들은 미국 청원사이트(www.Change.org)에서 치폴레가 적색 고기를 쓰지 말도록 촉구하는 청원운동을 전개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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