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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지 않아도 괜찮아
똑같지 않아도 괜찮아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03.2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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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탈피! 사회적 메시지 소비자를 움직이다

[더피알=안선혜 기자] 완벽한 몸매의 절대적 상징이었던 바비가 통통해지고, 휠체어 탄 레고 인형이 등장했다. 유명 패션위크 런웨이에서는 빅 사이즈 모델과 다운증후군 소녀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자신들의 아이와 똑같은 장난감을 만들어달라는 부모들의 청원은 온라인 여론을 움직이고 기업을 바뀌게 했다. 휠체어 탄 인형을 출시하며 레고 측이 무심히 내뱉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한 것”이란 말은 이제 다양성의 시대를 방증하고 있다.

▲ 메이키즈가 토이라이크미 캠페인에 화답해 제작한 3종 인형.

영국 소형 장난감 업체 메이키즈(Makies)에서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만든 멜리사는 얼굴에 커다란 분홍 반점이 있는 인형이다. 흑인 인형인 헤티는 양쪽 귀에 인공 와우(청각장애인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전자장치)를 착용하고 있고, 에바는 안경을 쓰고 시각 장애인용 지팡이(케인)를 짚고 있다. 백색 피부에 오밀조밀한 이목구비를 자랑하는 여느 인형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 인형들은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영국 여성 3명이 의기투합해 시작한 ‘토이라이크미(#ToyLikeMe·나같은 장난감)’ 캠페인에 화답해 내놓은 제품으로, 메이키즈는 지난해 이 3종 인형 출시 후 연이어 배에 인슐린 펌프를 단 인형을 추가로 선보이기도 했다.

획일화된 꾸밈이 아닌 자신과 같은 모습을 통해 자녀들이 장애를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하고 싶었던 부모들의 바람이 독특하고 개성 있는 인형으로 발현된 것이다.

▲ 토이라이크미 캠페인 일환으로 제작된 외발 스파이더맨. 출처=토이라이크미 페이스북

토이라이크미는 단 3명이 시작한 캠페인이지만, SNS를 통해 널리 확산되면서 참여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들은 레고와 플레이모빌, 마텔 같은 대형 완구업체들에도 캠페인에 동참을 요구하면서 자신들의 페이스북을 통해 장애 인형들의 모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안내견과 함께 이동하는 알라딘이나 휠체어를 탄 농구선수, 외발 스파이더맨 등이다.

사람들에게 친숙한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장애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춘 것이 특징적이다. 웹사이트 구축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28일 동안 700명 이상의 지지자들로부터 1만6000파운드 이상을 모으는 등 많은 지지를 입증했다.

완구 회사들의 이유 있는 변신

정형화된 인형의 모습에 변화를 시도하는 현상은 이제 곳곳에서 관찰된다. 바비 인형을 출시하는 마텔사는 올해 처음으로 다양한 몸의 바비를 출시했다. ‘몸매가 다소 굴곡진(curvy) 바비’와 ‘키가 큰(tall) 바비’ ‘아담한(petite) 바비’다. 1959년 바비가 출시된 이후 57년 만에 처음 있는 시도다.

아름다운 몸매의 대명사였던 바비 인형이 이같은 변화를 시도한 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획일적인 미(美)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상적인 몸매로 사랑받아 왔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인 신체 비율이 여성의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쓴소리를 수용한 것이다. 이와 관련, 타니아 미사드(Tania Missad) 마텔 이사는 “소녀들이 자신의 몸매가 어떤 모습이 되든 상관없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고 홈페이지 동영상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마텔은 이밖에도 피부색과 눈 색깔도 보다 다양화시켰다. 30종의 머리색, 24종의 머리스타일, 22종의 눈 색, 14종의 얼굴 모양, 7종의 피부톤 등을 조합해 총 33개의 새로운 인형을 선보였다.

▲ 마텔에서 올해 출시한 다양한 체형의 바비 인형들.

레고그룹은 올해 독일 장난감 박람회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모형을 선보였다. 오는 6월에 발매될 ‘레고 시티(Lego City)’ 세트에 포함된 피규어로, 유모차를 끌며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모습 등도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반영한 것”이란 게 레고 측의 설명이다.

레고는 그간 사회적·문화적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오기도 했는데, 이번 결정으로 환영을 받는 분위기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던 ‘토이라이크미’ 캠페인 페이지에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이 “지금 진정으로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등의 감상평을 남기기도. 캠페인을 이끈 레베카 앳킨슨은 “문화적 소외를 끝낼 수 있는 시발점”이라며 “장애 아동의 목소리를 높이는 기회”라는 평가를 내렸다.

남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 완구기업 토이 플래닛은 지난 2014년부터 ‘성 중립적(gender neutral)’ 광고물을 선보이고 있다.

총을 든 남아와 여아의 모습을 나란히 배치하거나 아기 인형을 각자의 품에 안고 있는 모습 등이 등장한다. 전동 공구를 갖고 노는 여아, 모형 유모차를 끌고 가는 남자 아이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자라나는 아동에게 고정된 인식을 주입시키지 않고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을 조성하는 일련의 시도라 할 수 있다.

美의 기준은 내가 세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움직임은 비단 완구업체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지난해 패션계를 중심으로는 인종과 장애를 둘러싼 편견에 도전하는 다채로운 시도들이 펼쳐졌다.

▲ 다운증후군 모델 메들린 스튜어트. 출처=메들린 페이스북

지난 9월 뉴욕패션위크에서는 호주 출신의 18세 다운증후군 소녀가 FTL모다 쇼에 섰다. 이 소녀는 매들린 스튜어트로, 처음으로 런웨이를 밟은 다운증후군 모델이란 이정표를 남겼다. 액세서리 브랜드 ‘에버마야(everMAYA)’는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핸드백 라인을 만들고 매들린 스튜어트를 모델로 기용하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오른팔이 없는 미 뉴저지의 레베카 마린은 의수를 끼고 같은 무대에 올랐다. 10대 시절부터수십 차례 뉴욕 에이전시를 찾아다닌 것으로 알려진 그녀는 결국 모델의 꿈을 접고 자동차판매원으로 일하다 FTL모다 쇼 오디션을 통과하면서 뉴욕패션위크에 오르게 됐다. FTL모다에서는 이전에도 휠체어를 탄 모델, 의족과 의수를 한 모델들을 등장시킨 바 있다.

플러스 사이즈(대형 사이즈) 모델 애슐리 그레이엄이 론칭한 란제리 브랜드 ‘어디션 엘르’는 뉴욕 패션 위크 런웨이에 자신과 같은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세웠다. ‘여성의 몸이 다양하다’는 것을 인정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시도다.

그밖에 SPA 브랜드 H&M이 의류 재활용 광고 캠페인 ‘클로즈 더 루프Close the Loop)’에서 처음으로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 마리아 이드리시를 모델로 기용하거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유색인종 모델을 더 캐스팅하라는 촉구 편지를 쓰는 등 기존의 편견을 깨뜨리고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광고 캠페인도 눈길을 끈다. P&G의 생리대 브랜드 올웨이즈(Always)는 ‘#여자애처럼(#LikeAGirl)’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여자아이 같다’는 말에 담긴 성차별적인 시선을 지적하고, ‘진짜 여자아이 같다’는 건 보다 긍정적인 의미일 수 있음을 강조한 광고 캠페인이다.

해당 광고 영상에서 사람들은 여자 아이처럼 뛰거나 던져보라는 주문에 수줍은 듯한 동작을 우스꽝스럽게 따라하지만 실제 여자 아이들은 이를 다르게 받아들인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달리라는 말 같다”며 자신의 의견을 똑부러지게 전달하는 모습이다. 소녀라는 말에서 떠오르는 많은 이미지들이 어른들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 영상은 말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을 요구하면서, 여자 아이 같다는 건 결국 자기 자신 같다는 말에 다름 아님을 강조한다. 획일화된 소녀의 이미지가 아닌 각자 고유의 모습으로 모든 일을 펼쳐나가라는 응원이다.

낮은 사회적 관용도, 다양성 확대 걸림돌로

사회적 편견을 깨는 퍼포먼스 뿐 아니라 다양성을 존중하고 각 타깃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일본 라이브스타일 브랜드 무지(MUJI)는 자사 문구제품과 부엌용품 등에 왼손잡이용 상품들을 내놓는다. 왼손잡이용 마우스, 커터칼, 주방용 칼, 자, 글로브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종합편성채널 JTBC가 ‘달라서 더 아름다운 세상’, ‘레인보우’ 캠페인 등을 펼치며 다양성의 가치를 확산시키려는 모습이다. 개국할 때부터 ‘다채로운 즐거움’을 표방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매년 조금씩 다른 캠페인을 펼쳐왔는데, 재작년부터 다른 것이 아름답다는 의미의 ‘다름다운’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광고도 집행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회사 로고송은 다문화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 합창단이 부른다. JTBC 관계자는 “다채로운 즐거움이란 채널 슬로건을 바탕으로 다양성, 관용, 이해 등을 이야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엔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자 했다”고 전했다.

▲ 플러스 사이즈 패션 매거진 <66100>

우리나라 최초로 해외 런웨이 무대에 선 플러스 사이즈 모델인 김지양씨는 플러스 사이즈를 위한 잡지 <66100>을 발간하고 있다. 뚱뚱하든 그렇지 않든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다. 제호인 66100은 옷 사이즈 66 혹은 100이상을 입는 이들을 위한 상징적 숫자다. 지난 2014년 6월 창간해 계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해야한다는 사회적 인식은 존재하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주류 문화에서의 본격적 변화를 찾긴 힘들다.

JTBC의 경우도 사회적 책임이 보다 엄중한 방송사라는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일반 사기업에서는 왼손잡이용 제품조차 발견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단지 CSR 차원에서 장애인이나 다문화가정 아동을 지원하는 사례는 있어도 보다 폭넓게 대중이 인식할 수 있는 공간에서 이뤄지는 마케팅이나 일련의 캠페인을 찾기는 쉽지 않다.

황부영 브랜다임앤파트너즈 대표는 “기존에 갖고 있던 미의 기준과 다른 기준이나, 다른 문화권의 자극을 받아들일 때 소비자들의 관용 정도는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내수 시장 규모가 작은 것도 있지만, 서구권에 비해 소비자들의 관용 정도가 낮다 보니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도 소극적이다”고 바라봤다.

다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마케팅에 담아내는 건 긍정적인 시도지만 마케팅적으로 활용한다는 오인을 받는 건 조심해야 할 점이다.

일례로 미국은 지난해 3월 ‘레이스 투게더(Race Together)’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으나, 한 달도 채 안 돼 매장 내 캠페인을 철회하게 됐다. 온라인에서 긍정적 반응보다는 기회주의적이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봇물을 이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스타벅스의 ‘정치적 CSR’은 왜 실패했나)

당시 매장 캠페인은 고객들이 음료를 주문하면 컵에 레이스 투게더라는 문구를 적어주거나 스티커를 붙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백인 위주 경영진의 생색내기”라는 조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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