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빤’ 만우절 마케팅의 숨겨진 이야기
‘약빤’ 만우절 마케팅의 숨겨진 이야기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6.04.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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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연애질(?), 코스프레, 보도자료 트릭까지…“만우절은 기업의 명절입니다”

[더피알=이윤주 기자] 매년 4월 1일이면 기업들은 소비자를 낚을 만우절 이벤트를 내놓는다. 가벼운 장난이라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적잖은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해 갖은 수를 궁리하는 마케팅·PR 담당자들. 2016년 만우절 마케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해 만우절 당시 비빔면 1.5개 출시 소식으로 화제를 모았던 팔도가 이번엔 ‘비빔밥’을 들고 등장했다. 팔도는 밥+나물+참기름+비빔소스 제품을 진짜처럼 구성한 사진 4장과 함께 ‘(절)대 놀라선 안돼 (우)리가 이걸 (만)들고야 말았음’이라는 문구로 만우절 장난임을 암시했다.

▲ 팔도가 제작한 팔도비빔면 가상 사진. 사진=팔도 페이스북.

이기태 팔도 SNS 담당자는 “작년 만우절 때 내놓은 비빔면1.5 반응이 엄청나게 좋았다. 그게 계기가 돼 올해 만우절 이벤트도 계속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고퀄의 B급 콘텐츠를 지향한다”며 “처음엔 팀 내에서 (비빔밥 포장지를) 직접 만들어봤는데 영 아니더라. 그래서 고급화를 위해 실제 패키지처럼 왕뚜껑에 직접 비빔밥도 넣어 다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팔도는 지난 만우절 비빔면 1.5개의 폭발적 호응에 힘입어 올해 실제로 비빔면1.2 한정판을 출시하기도 했다. (관련기사:만우절 농담이 현실화…팔도 ‘1.2 비빔면’ 나와) 때문에 몇몇 누리꾼들은 이번에도 소비자 반응을 지켜본 뒤 신제품으로 출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담당자는 “비빔면 10억개 돌파, 3월 비빔면 성수기, 고객 감사 의미 등 복합적인 면이 맞물려서 비빔면1.2 제품이 나온 것”이라며 “(올해 만우절 이벤트를 기획하며) 비빔밥 출시를 고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만들어질 가능성이 아예 없진 않다”며 여운을 남겼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과 11번가는 업계 라이벌 관계를 딛고 만우절에 ‘연애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당당히(?) ‘연애 중’임을 표시했다. 

하루살이 연애지만 서로의 페이지 댓글에 ‘냄새나, 내꺼 냄새’ ‘약 하지, 사랑의 서약’ ‘질척대는 사랑 별로, 내 마음의 별로’라는 말들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싹틔웠다.

▲ g마켓에 올라온 '11번가님과 연애 중'포스팅과 댓글. 사진=g마켓 페이스북

G마켓 홍보팀 관계자는 “11번가 쪽에서 먼저 이벤트를 제안했다”며 “이후 G마켓 SNS마케팅팀에서 ‘연애 중’으로 포스팅하자는 세부방법을 제시해 진행하게 됐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에는 옥션까지 참여해 삼각관계 막장 치정극으로 기획했지만 내용이 너무 복잡해서... 조율 과정에서 옥션은 빠졌다”고 귀띔했다. 이어 “오늘(4월 1일) 저녁에 싱글로 변경됐다는 사진 댓글을 달면서 결별할 예정이다”면서 “하루짜리 계약 연애...즐거웠어요 11번가..♡”라고 다소 슬픈 소식을 전했다.

게임회사 넥슨은 직원들이 게임 캐릭터로 변장한 채 일하는 모습을 SNS을 통해 내보냈다. ‘이상한 나라의 넥슨’ 콘셉트로 캐릭터들이 헬스장에서 운동기구를 이용하고 CEO실에서 뒷짐지고 창문을 바라보는가하면 식당에서 검으로 식빵을 썰기도 한다. 그들은 지금도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까?

▲ 넥슨 게임 캐릭터들이 사내에서 돌아다니는 풍경. 사진= 넥슨 페이스북.

이에 대해 넥슨 홍보팀 안영모 SNS 담당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 담당은 “작년 만우절엔 엘리베이터로 들어가는 모습까지만 담았다면, 올해는 캐릭터들이 회사 내 시설을 이용하는 것까지 보여줬다”면서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까 하고 홍보팀이 머리를 맞대 고민했다”며 넥슨에 있는 IT기기를 비롯해 게임 코스튬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해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사업팀별로 흩어져있는 게임 캐릭터 코스튬을 모으고 촬영에 임했다. 사진 속 캐릭터들은 본사 직원들. ‘저도 하고 싶습니다’라며 스스로 자원한 이들도 있었다.

철저한 준비로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은 덕분에 벌써부터 내년 만우절을 걱정하는 처지다. “사실 지금 이벤트 기획 담당자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어요. 다음번에는 (반응이) 없으면 어떻게 하냐고 고민 중이에요. 아마 내년엔 다른 방식으로 선보이겠죠.”

그런가하면 더 큰 스케일로 언론사 기자까지 속이려 한 항공사도 있다.

제주항공은 만우절을 맞아 ‘제주항공 기내에서 상공을 VR로 감상할 수 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럴듯하게 홍보영상도 첨부했다.

해당 영상은 수석 엔지니어가 등장해 승객 선호도 조사를 배경으로 VR시스템을 기획했다며 직접 비행기에 탑승해 VR을 이용하는 모습을 비춘다. 하지만 영상 마지막에 ‘이태원 라이어 클럽’이라는 배너가 올라오며 만우절 라이어(liar)였음을 드러낸다.

영상에 등장하는 여성 연구원은 실제 제주항공 여행문화연구소 소속 직원이며, 수석 엔지니어는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배우다.

제주항공 고객마케팅파트 이경미 대리는 “마케팅팀에서 만우절 아이디어를 놓고 회의하던 중 최근 VR이 이슈화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기획했다”고 전했다. 이 만우절 이벤트를 기획하는데 걸린 시간은 한 달. 실제 항공기 스케줄에 맞춰 촬영하기가 가장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이 대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후 일부 언론에서 실제 VR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으로 오해해 기사화되기도 했다”며 웃픈 해프닝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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