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습격, 구글처럼 하라
포지셔닝 습격, 구글처럼 하라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6.04.11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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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고객 마음 선점하는 실행

[더피알=신현일] 꼰대의 진화버전 ‘개저씨’, 뜻풀이를 굳이 하지 않아도 느낌이 온다. 청년들과 여성들 사이에서 혐오와 분노를 일으키는 아저씨들을 일컫는 말이다. 특히 공공장소뿐만 아니라 직장에서 개저씨들의 활약은 두드러진다.

▲ 요즘 청년들과 여성들 사이에선 혐오와 분노를 일으키는 아저씨들을 '개저씨'라고 표현한다.
어쩌다가 존경의 대상인 ‘중년어른’의 반쪽인 아저씨가 개저씨로 전락했는지! 세대 간 이해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디지털이란 환경적 변화로 소통의 방법과 언어적 가치가 혼란스러운 지금, 개저씨 현상은 단순히 아저씨들의 ‘꼰대짓’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나의 기준에서 의사소통하는 부정적 현상의 단면이라 볼 수 있다. 공심위상(攻心爲上),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최고의 병법이라는 삼국지의 가르침처럼 다시 한 번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지피지기해야 백전백승


학부모들 사이에서 ‘민사고보다 알파고’라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은 세기의 대결로 오랫동안 평가받을 것이다.

‘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라는 명언으로 인류최강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알파고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기만을 두 손 모아 기도했건만, 세판을 연속으로 패한 뒤엔 1승만이라는 절박한 외침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변칙수가 묘수라는 전례를 남기며 승리한 알파고 때문에 인공지능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무섭고도 섬뜩한 이야기를 앞으로도 여러 번 보고 듣게 될 것이다. 우리가 맞이해야 하는 숙명 같은 시대가 도래하는 데 있어 알파고-이세돌 대결이 아마도 부싯돌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와의 제5국을 마치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대결도 대결이지만 해당 매치업을 준비한 구글의 진짜 묘수에 놀라움을 넘어 그 치밀함에 머리가 쭈뼛 설 정도다.

전 세계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승승장구한 구글 딥마인드와 알파고의 로고, 대국마다 등장하는 구글 딥마인드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의 차분하면서도 겸손한 인터뷰와 이세돌에 대한 후한 평가, 전 세계인의 머릿속에 ‘인공지능=구글’이라는 공식을 가장 먼저 새겨 버린 ‘포지셔닝 습격사건’ 같은 느낌이다.

인공지능이란 다소 어려운 주제를 ‘바둑’이라는 가장 복잡하고 논리적인 게임의 테마로 풀어냈고, 이세돌이라는 아이코닉(Iconic)한 플레이어, 전세계 실시간 방송의 포메이션(formation·축구에서 작전 수행을 위한 대형)을 결합시켜 전세계 고객의 마음을 훔쳐버린 사건이 됐다.

컴퓨터 2000여대의 프로세스와 1개의 인간두뇌와의 대결, 이세돌의 이전 경기 사전 시뮬레이션, 중국 고수들과 비공개 연습 등 이미 게임은 불공평한 상태에서 시작됐다.

그럼에도 4국에서 펼쳐진 이세돌의 기개 넘치는 대응력과 치밀함은 알파고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고 결국 첫 승을 거머쥐었다. 값진 1승으로 완벽한 구글의 5대0 완승 시나리오에 살짝 찬물을 끼얹으며 마무리가 됐지만 어쨌든 구글은 가성비 최고의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셈이 됐다.

구글의 인공지능 브랜딩에 대한 마케팅 포지셔닝 전략은 대성공을 거뒀지만 왠지 씁쓸한 뒷맛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국을 보면서 승부도 승부였지만 실시간으로 전세계에 전파되는 파급력에 디지털의 무서움과 강력함을 다시 한 번 경험했다.

과거 TV와 신문 등으로 고객을 사로잡던 시절과는 너무 다른 변화를 실감하게 되면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마케팅 포지셔닝 전략의 중요성을 새삼 강하게 느꼈다.

지성이면 감천

알파고와 이세돌 못지않은 아주 핫한 대결이 최근 있었다.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글로벌 IT행사 중 하나인 ‘모바일 월드 콩그래스(MWC)’에 2016년 최대 빅매치인 삼성전자 S7과 LG전자 G5의 매치업이었다.

삼성전자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의 CEO와 같이 무대에 등장하면서 그 위용을 뿜어냈다. 당연히 삼성전자의 압승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 삼성전자 언팩행사에 깜짝 등장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설립자와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오른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그러나 LG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는데, 스마트폰인 G5를 공개하며 무서운(?) 친구들도 함께 데뷔시켰다. G5와 프렌즈는 스마트폰과 카메라, 오디오, VR, 홈모니터링 등 여러 디바이스끼리 모듈 형태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차세대 스마트폰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했다.

LG전자는 G5와 프렌즈를 통해 MWC 2016에서 가장 많은 32개의 어워드를 수상했다. 주최 측으로부터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G5가 선정되면서 뒤처지던 스마트폰의 약자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모멘텀도 다지게 됐다.

또한 제품과 함께 공개된 LG G5와 프렌즈의 영상광고는 최근 ‘겸손 마케팅’으로 고객들에게 회자되고 있던 LG전자의 소심함(?)을 과감하게 씻어주는 걸출한 역작을 만들어냈다. (아래 영상 참고)

애플과 삼성, 거기에 중국산 스마트폰까지 합세하며 경쟁에서 밀리던 LG전자는 G5로 고객들의 마음을 다시금 두드리고 있다. 아직 완전히 마음을 훔치진 못했지만 싸워서 연락이 뜸한 애인을 다시 만날 때의 설렘이나 두근거림처럼 고객들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브랜드와 고객 간의 관계는 꼭 연인 사이와 닮아있다. 진심 어린 관심과 애정, 끊임없는 표현이 없으면 이내 돌아서버리고 다른 이성에게 눈길을 돌리곤 한다. 반면 꾸준하게 애정을 쏟다 보면 고객은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브랜드를 좋아하고 결국 사랑하게 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단단한 애정이 생기면 때로 실수를 용납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식어가는 감정에 속상하지만 다른 이성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는 의리와 충성심까지 보여주기도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을 이해하고 새로운 가치, 관여도와 공감대가 충분한 가치를 제공해야 된다는 점이다. 마케팅 전략에서 시장 세분화와 타깃팅 그리고 포지셔닝에서 실제 실행 단계는 포지셔닝이라 할 수 있다.

앞서 구글의 사례를 보면서 느낀 바는 디지털 사회가 도래하면서 고객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 더 어려워지기도 했지만 속도나 파급력에서는 더욱 큰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촉한의 임금 유비가 제갈량을 얻기 위해 그의 초막에 몸을 굽혀 세 번이나 찾아가 간청해 제갈량을 얻었다는 ‘삼고초려’. 직장이든 가정이든 사회든 사람의 마음을 얻고 깊숙이 자리매김해 흔들림 없는 애정과 사랑을 얻는 건 예나 지금이나 모두 똑같이 어렵고 중요한 일이다.

혐오스런 이미지의 개저씨든 인간미 없는 구글의 인공지능이든 삼고초려하는 자세로 우리네와 소통한다면 훨씬 더 가깝고 친근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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