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_스토리에_대한_사소한_오해들1
#브랜드_스토리에_대한_사소한_오해들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6.04.21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브랜드텔링1+1] 예쁘고 화려해야 시선 잡는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유난히 높은 톤의 쇼호스트 목소리에 이끌려 잠시 홈쇼핑 채널에 머물게 됐다. 듣고 보니 배우 고현정이 제품 기획과 개발, 디자인, 모델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과정에 참여해 탄생했다는 일명 ‘고현정 크림’이라는 제품 코이(Ko’Y)였다.

대표적인 피부미인으로 꼽히는 그녀가 직접 기획하고 투자했다고 하니 이전의 모델로만 있었던 제품들과는 전혀 다른 접근 태도가 느껴졌다. 결국 그녀가 이 크림을 만들면서 했던 생각과 의도에 공감하면서 어느새 전화기를 들고 주문하고 말았다.

그뿐이랴? 독특한 용기형태를 보고 묻는 식구들에게 ‘피부에 닿는 것은 무조건 청결해야 해. 그래서 스패출러(제품을 떠서 사용할 수 있는 도구)가 크림 가운데 이렇게 동그란 공간에 있는거야’라며 그날 들었던 쇼호스트의 멘트를 그대로 전달하고 있었다. 고현정이 생각하고 구현한 이 사소한 용기형태는 브랜드 스토리(Brand Story)일까, 아닐까?

오해1. 희소성 있는 유래만 가치 있다?

흔히 브랜드 스토리라고 하면 브랜드의 기원, 즉 유래가 무조건 특별해야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탄생에 대한 신화화에 초점을 맞춘다. 브랜드 스토리 구성에 있어 브랜드의 출발점이 중요한 건 맞다. 그러나 브랜드 스토리의 영역은 이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미세한 부분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결국 하나의 브랜드를 특징짓는 ‘콘텐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를 특징짓는 콘텐츠의 파급력이 크다면 소비자는 움직이게 돼 있다. 사람들은 자기가 들은 이야기를 전하기 좋아하는 본능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입에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지금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다. 사람들은 내가 아는 이야기가 담긴 브랜드 이야기를 자기도 모르게 전파하면서 결국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브랜드 스토리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타 브랜드와의 경쟁우위를 주는 효과가 있는 셈이다. 관건은 브랜드를 특징짓는 파급력 있는 스토리는 비단 브랜드의 기원이나 유래에서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쉽게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는 이야깃거리들은 브랜드가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사소하면서 가려웠던 어떤 부분이 심리적·물리적으로 해결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환경에 좋지 않으니 제발 자사제품을 사지 말라’고 얘기하는 파타고니아의 ‘생각’은 소비자의 신뢰를 자극하는 좋은 브랜드 스토리다.

그 어떤 브랜드보다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만드는 파타고니아는 아무리 친환경적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새 옷을 만들고 산다는 것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2/3의 천이 버려진다고 말한다. 제품을 쉽게 사고 버리기보다 기존의 제품을 수선해서 오래오래 입으라고 하니 의류회사의 아이러니한 메시지이다.

이들의 대담한 생각에 대해 소비자들은 수많은 공유와 캡처된 광고이미지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지지를 보냈다. 파타고니아를 검색했을 때 중고제품들이 많이 발견되기를 바란다는 이들의 바람처럼 고객들은 오래 입은 자신의 파타고니아 제품들을 SNS에 올리고 서로 공유하며 파타고니아의 브랜드 스토리를 전파하고 있다.

오해2. 브랜드 스토리=이야기 만들기

작년 가을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를 접했다. 2년 후에나 출시될 IT제품의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는 작업이었다. 아직 모양도 갖추지 않은 제품에 대해 스토리를 잡는 것은 그 제품의 히스토리, 기술적 특성, 감성적 가치 등을 하나하나 짚어가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비하인드 스토리라며 그들이 이 작업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를 놓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동화작가까지 섭외했다가 둘러 돌아왔다는 얘기를 해주며 한숨을 지었다. ‘스토리’라고 불리는 점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스토리를 개발하겠다고 하면서 캐릭터의 탄생 스토리와도 같은 꾸며낸 이야기를 가능한 예쁘고 좋은 표현으로 포장하는 일로 착각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그저 이야기 구조로 표현하는 기법상의 스토리텔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브랜드 스토리는 ‘콘텐츠’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왜 이 브랜드가 시작되는 건지, 어떤 과정과 어려움을 극복해 왔는지, 결국 어떤 혜택과 만족을 줄 것인지에 대한 그 브랜드만의 관점, 그 브랜드만의 콘텐츠 말이다.

결국 브랜드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이어지는 생각, 철학, 가치, 즉 DNA라고도 말할 수 있는 작업이 바로 브랜드 스토리 작업이다. 골방에 들어가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 브랜드를 언어로 예쁘게 포장해내는 작업으로 오해돼서는 안 된다.

‘엔제리너스’라는 커피전문점 브랜드의 초기 커뮤니케이션은 그야말로 ‘엔젤(angel)’ 일색이었다. 브랜드네임이 엔제리너스였으니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메인 로고에 등장하는 아기천사 외에도 일러스트작가와 동화작가를 동원해 개구쟁이 천사 가브리엘, 로맨티스트 라파엘, 공주병 안젤라 등 3명의 천사들을 등장시켜 이들의 탄생스토리가 초기 커뮤니케이션을 장악했다.

그 작업들은 브랜드 스토리라기보다는 천사에 대한 스토리텔링이었다. 최근엔 지나치게 분산된 그간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기분 좋은 경험’을 주는 커피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다. 천사 스토리텔링에서 엔제리너스란 브랜드 스토리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 엔제리너스는 천사 스토리텔링에서 브랜드 스토리로의 전환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지난 3월 개최된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오스카상보다 더 값진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5번째 도전에서야 트로피를 거머쥔 그의 수상소감은 이제야 오스카상을 받는다는 탄식, 아쉬움, 기쁨에 대한 화려한 표현과 상투적 감격에 대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 거두절미하고 환경에 대한 건강한 생각과 우리가 사는 지구와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디카프리오의 수상을 축하하는 다양한 패러디들과 함께 영상과 수상멘트는 수없이 많이 공유됐다. 환경과 평화를 사랑하는 배우로서 그의 영향력은 기대 이상으로 높아졌을 것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화려한 표현이 아니라 훌륭한 ‘콘텐츠’임을, 브랜드 스토리의 가장 좋은 콘텐츠는 그 브랜드만의 ‘생각’임을 보여주는 좋은 장면이었다.

누군가 점점 훌륭해져 마침내 굉장해지는 것을 발견하는 것은 진심으로 멋진 일이다. 브랜드 스토리는 바로 그런 의미의 작업이다. 한 브랜드만의 훌륭한 생각과 콘텐츠를 찾아내고 이를 가장 결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마침내 굉장한 브랜드로 만들어가는 과정 말이다.

이 멋진 과정을 위해선 기원이나 유래에 한정된 제한된 생각도, 이야기 표현에 치중한 지엽적인 시도 역시 당장 자제해야 할 사소한 오해들인 것이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