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_스토리에_대한_사소한_오해들+1
#브랜드_스토리에_대한_사소한_오해들+1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6.04.26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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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검’과 ‘검술’은 같을 수 없다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브랜드_스토리에_대한_사소한_오해들1에 이어...

[더피알=원충렬] 일본은 2020년 올림픽을 위해 1964년 개최된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을 철거했다. 그 과정에서 700개의 관중석 의자를 카리모쿠(Karimoku)라는 가구회사에서 수거했다.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을 더해 스툴과 체어, 벤치 타입으로 재탄생시켰다.

본래의 자리에 있어야 본래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을 형태의 의자가 소멸 직전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의자가 품은 스토리의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 스토리는 다름 아닌 지난 추억의 단편이고 역사의 서사이다. 가구로서의 의자는 앉기 위한 사용을 전제한다. 하지만 스토리로서의 의자는 ‘사용의 필요’가 아닌 ‘소유의 욕망’이 구매를 종용한다.

▲ 카리모쿠가 도쿄올림픽 스타디움에 있던 의자를 이용해 새롭게 재탄생시킨 의자들.

“바퀴를 사용하지 않는 훌륭한 사회는 존재했지만, 스토리를 말하지 않는 훌륭한 사회는 없었다.” <어스시 연대기>를 쓴 판타지 문학의 전설적인 작가 어슬러 르 귄(Ursula Kroeber Le Guin)의 말이다. 비단 저명한 사람들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근래엔 저마다 스토리를 이야기한다.

기업 마케팅에서도 그렇고, 정부 정책에서도 유독 스토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거나 참신한 스토리의 부재에 아쉬움을 지적하는 대목을 쉽게 접한다. 그런데 잘 들어보면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니 그저 따라내는 소리일 때도 많다.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가 종종 보인다. 그러면서도 스토리를 만병통치약인양 강조한다. 함부로 약 팔지 말자. 잘 알고 떠들어야 한다.

오해1. 브랜드 스토리와 스토리텔링

어디에서는 브랜드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하고 누구는 스토리텔링이 대세라고 한다. 언뜻 같은 이야기 같은데 사실 좀 다르다. 용어에 대한 오해가 종종 있다. 마치 경제학의 스톡(Stock)과 플로(Flow)의 차이처럼 그 개념이 다른데 의외로 혼용되는 경향이 있다.

브랜드 스토리는 말 그대로 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 혹은 브랜드로부터 파생된 이야기이다. 일반적으로 (그 분량과 상관없이) 하나의 완결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 감성과의 접촉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잘 가공된 이야기는 당연히 수용성이 높아진다.

스토리텔링이란 브랜드 스토리와 같은 위계에서 구분되는 개념이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법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정확하다. 단어의 의미 그대로, 이야기 구조로 표현하고 이야기하듯 전달하는 표현방식이다.이를테면 브랜드 스토리가 ‘검’이라 한다면, 스토리텔링은 ‘검을 휘두르는 기술(검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혹은 ‘야구배트’가 브랜드 스토리라면 ‘타격법’이 스토리텔링이다.

▲ '브랜드는 스토리로 가득하다'.

그런데 좋은 검이나 좋은 배트를 만드는 방법은 실상 좋은 검법이나 타격법과는 다른 영역의 것이다. 물론 좋은 검과 좋은 검술이 만나야 최고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겠다. 하지만 검객에게 훌륭한 대장장이가 될 것을 요구하진 않는다. 좋은 배트를 만드는 장인이라고 프로야구의 3할타자일 수는 없듯이.

브랜드 스토리와 스토리텔링을 구분하지 못하는 건 그래서 문제가 된다. 각각의 전략, 실행의 과정과 전문가들이 다르다. 그런데 그냥 한묶음으로 접근을 하면 결과물도 안 좋고 나중에 뭐가 문제였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일쑤다. 실제로 브랜드 스토리에 대해 마음은 급하고 이해는 얕은 사람들이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이루지 못할 때엔 대체로 이 용어에 대한 이해부터 잘못됐을 때가 많다. 의외로 꽤 많다.

오해2. 스토리에도 금수저 흙수저?

온라인 뉴스 미디어 <허핑턴포스트>가 한국에 상륙하던 시기, 론칭 광고의 메인카피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인생은 뉴스로 가득하다’. 이 말을 브랜드에도 그대로 대입할 수 있다. ‘브랜드는 스토리로 가득하다’.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게 된다. 탄생에서 성장, 그리고 다양한 굴곡들의 과정에서 브랜드와 관여된 내외부의 사람들이 가진 생각이나 에피소드만 모아도 몇 트럭, 아니 몇 기가(Giga)의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물론 그 이야기가 다 매력적일 수는 없고, 전부 다 브랜드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도 아니다. 브랜드 스토리라고 한다면 필수적으로 그 브랜드에 담긴 철학이나 본질과 이어져야 할 것이며, 필연적으로 고객에게 매력적인 인상을 남겨야 한다.

게다가 예전에는 스토리가 소통되는 창구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자연히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 하나가 선택되고 가공돼 간판격으로 존재했다. 선별의 최우선순위는 역시나 탄생의 유래였다. 히스토리보다 강력한 스토리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었고, 어떤 수저를 물고 태어난 브랜드인지를 설명해주는 것만으로 신뢰도와 자부심이 쑥쑥 커지기도 했다. 변변한 뒷 배경이 없거나 역사가 짧은 브랜드들은 교묘하게 태생을 꾸미거나 눈속임으로 치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제되고 선별된 이야기만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과 기회가 비약적으로 확대돼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스토리의 유통력이 과거와는 천지차이다.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찾아내고 유통하고 때로 새롭게 재생산한다.

여러 SNS의 타임라인을 보면 다양한 브랜드들의 감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브랜드는 스토리로 가득하다. 그것을 세상에 풀어놓아주려면 당연히 최초의 수집과 기록은 필요하다. 어쩌면 이제 브랜드 스토리의 가장 훌륭한 스토리텔러는 고객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야깃거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준비해두고 찾기 쉬운 곳에 마련해두는 것이 브랜드 관리자의 몫일 수 있다.

생명력 주는 과감한 투자

지금 NBA에서는 ‘덩크 대신 3점슛 쏘는 조던’이라 불리는 스테판 커리가 대세이다. ‘평균 이하, 발전가능성 낮음 등’의 드래프트 리포트를 비웃듯이 NBA의 뉴오리지널로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스타다.

그의 폭발적 성장 스토리를 옆에서 함께 누리고 있는 브랜드는 나이키가 계약 연장을 포기한 2013년부터 커리와 손잡은 ‘언더아머(Under Armour)’다. 수년간 고질적 발목부상을 겪어온 스테판 커리가 언더아머로 농구화를 바꾸면서 강철 발목으로 돌아왔다는 스토리는 에어 조던급의 폭발력을 가져왔다.

▲ 언더아머 광고에 등장한 스테판 커리.

실제로 언더아머는 광폭 성장 끝에 미국 시장에서 아디다스를 넘고 나이키를 위협하는 자리까지 올라왔다. (관련기사: 나이키 잡는 언더아머, 광고캠페인에 전략 담겼다)

흔히 이러한 언더아머의 선택을 나이키가 1985년 마이클 조던을 잡은 혜안에 비견하기도 한다. 엄청나게 운이 좋았다고도 평하지만, 그보다는 아직 점화하지 않은 특별한 스토리에 과감한 투자를 한 결과로 보는 게 맞겠다. 어떤 브랜드에도 스토리는 가득하다. 아직 쓰이지 않은 스토리마저도.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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