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여론조사, 필요성-신뢰성 괴리 커
선거 여론조사, 필요성-신뢰성 괴리 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5.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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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 조사결과 응답자 71% ‘여론조사 정확하지 않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대다수의 유권자들은 선거 여론조사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그 신빙성에는 의문을 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치러진 제 20대 국회의원선거 과정에서 사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선거결과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제 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청계천에 설치된 투표참여 홍보물. 뉴시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이번 총선에서 투표한 19세 이상 유권자 11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최근 발표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론에 보도된 선거 여론조사에 대해 응답자의 70.5%가 관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관심이 없었다는 응답자는 29.5%에 머물렀다.

‘정치인들이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응답도 70.1%에 달했다. 언론이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많이 보도해야 한다는 의견은 56.5%로 ‘그렇지 않다’는 응답(43.4%)보다 10%p 이상 높았다.

선거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가족, 친구, 직장동료와 대화해 봤다는 응답자는 82.5%에 달했으며 문자메시지나 SNS, 이메일 등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한 경험을 가진 응답자는 51.2%였다. 상당수의 국민들이 이번 총선 여론조사에 시선을 집중시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선거 여론조사의 영향력 인식과 관련한 조사에서는 선거 여론조사가 자신의 투표여부에 도움을 준다는 응답자는 36.7%였다.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응답자 역시 37.8%로 비슷했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에 선거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 10%의 투표율 상승 혹은 하락으로도 선거판세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 여론조사의 파워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게다가 응답자의 50%이상은 선거 여론조사가 타인의 투표여부와 후보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이와 관련, 이번 조사를 진행한 김위근 언론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유권자는 후보가 어떤 평가를 받고있는지 궁금해한다. 이는 다른 유권자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지만 선거는 50%+1표로 결정된다”며 “특정 후보의 지지도는 자신의 의견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선거여론조사는 후보들이 누군지 알려줄 알려줄 뿐만 아니라, 관심을 유발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어떤 측면에선 단순히 재미를 준다는 것도 선거여론조사의 미덕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접한 매체비중, 지상파-포털 압도적

하지만 신뢰도와 관련된 질문에는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다. 응답자의 29%만이 여론조사가 과학적이며 정확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반면,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71%를 차지했다. ‘선거여론조사는 편향되지 않고 공정하다’는 항목에는 68.5%가 ‘아니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응답자는 31.5%에 불과했다.

실제로 이번 총선 과정에서 각 언론사들과 리서치 기관들이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는 실제 투표결과와 큰 괴리감이 있었다.

대체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두거나 적어도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를 이뤘지만 정작 개표함을 열어보니 새누리당은 총 300석 중 122석을 얻는데 그쳤다. 반면, 야 3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은 과반수를 확보해 16년만의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다만, 선거 종료 직후 발표된 언론사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67%의 응답자가 정확하다는 의견을 내놓아 선거 과정에서 발표된 사전 여론조사에 비해 높은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위근 선임연구위원은 “비전문적이고 목적의식을 가진 선거 여론조사는 유권자들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선거여론조사 결과 보도 내용이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있는 선거 분위기와 다른 경우도 있다”며 “무엇보다도 선거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실제 선거 결과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신뢰도를 쌓기 위한 방법론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여론조사 방법이 개발되고 보급돼야 한다. 최근 ARS 방식이나 샘플링 방식 등에 대한 논란이 있다”며 “결과 보도와 관련해서는 과대, 과소 해석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통계적 유의성에 입각한 기술과 해석이 있어야 한다”며 “특히 많은 유권자가 선거일에 가까이 다가와서야 후보자를 결정하는 현실에서 선거일 전 6일 이내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금지하는 것은 여론을 제대로 알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선거 여론조사가 통상적으로 보수정당에 유리하다는 속설을 입증하는 데이터도 이번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다. 정치이념성향에 따른 선거여론조사 응답경험을 조사한 결과 보수성향 응답자의 48.4%는 ‘응답한 적 있다’고 답한 것. 반면, 진보성향 응답자는 38.2%만이 선거여론조사에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성향은 34.4%에 그쳤다.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연령대별로 보면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많다고 평가되는 60대 이상과 50대 유권자가 각각 53.7%, 49.1%의 응답경험을 갖고있는 반면, 진보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20대, 30대는 각각 27.1%와 30.2%에 그쳤다. 40대의 경우 43.9%가 선거여론조사에 응답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선거 여론조사 응답거부 이유를 묻는 조사(복수응답)에서도 뿌리깊은 불신의 시선이 감지됐다.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어서’라는 의견이 38.6%로 가장 높았던 것. ‘응답이 귀찮아서’(37.1%)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을까 꺼림칙해서’(27.9%), ‘다른 일로 바빠서’(26.4%) 등의 답변이 그 뒤를 이었다. ‘응답유출 우려 때문에’ 응답을 거부했다는 유권자도 11.6%였다.

선거 여론조사에 참여한 유권자 중 79%는 ‘끝까지 응답했다’고 답했다. 고의적으로 다르게 응답한 경험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적) 없다’는 유권자가 93.1%에 달했다. 선거 여론조사 참여율이 그리 높다고는 볼 수 없지만 막상 참여했을 경우에는 비교적 성실하게 조사에 임했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지점이다.

▲ 자료: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여론조사 결과를 접한 매체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지상파 TV(79.8%)였다. 이어 인터넷 포털사이트(73.5%)가 2위를 차지했다. 종편과 보도전문채널을 포함한 케이블 TV도 70%의 높은 비중을 보였다. 종이신문(44.3%)과 소셜미디어(38.5%), 모바일 메신저(33.3%)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이번 조사는 지난 4월 18일부터 4일간 실시됐으며 응답률은 6.6%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9%p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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