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의 시대, ‘PR윤리’를 다시 꺼내다
투명성의 시대, ‘PR윤리’를 다시 꺼내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7.20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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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경쟁 속 놓치고 있는 가치, ‘신뢰자산’ 필수적
<더피알>은 지난 5월호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옥시레킷벤키저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홍보를 대행한 PR회사의 윤리의식을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기사를 접한 많은 PR인들이 공감의 의견을 보내왔다.이에 PR윤리의 현주소를 보다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물론 ‘윤리’라는 단어 자체는 어딘가 모르게 따분하고 해묵은 느낌을 준다. 이상과 현실에 엄연한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 그러나 PR윤리는 업계의 상생, 나아가 PR업의 존재가치와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① 투명성의 시대, PR윤리를 다시 꺼내다
② 들키면 망신…공중 기만하는 ‘페이크PR
③ 내‧외부 압박 속 PR윤리 지키려면

[더피알=문용필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특정 기업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사회에 큰 악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보여준 사례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PR계에는 또다른 화두가 던져졌다. 옥시의 홍보를 대행한 국내 PR회사가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이 회사는 해명성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옥시 측의 사과 입장자료를 배포했다. 업계를 중심으론 비윤리적인 행태를 보인 기업의 홍보를 굳이 맡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문제를 두고 갑논을박이 오갔다. 현재는 외국계 PR회사가 옥시 홍보를 하는 상황. 결국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PR윤리’라는 오랜 이슈를 재차 수면위로 끌어올린 계기가 됐다.(관련기사:가습기 살균제가 ‘PR윤리’도 죽였나)

▲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pr은 향후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상 윤리의식은 기본적 소양임에 분명하다. PR도 예외는 아니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한국PR학회장)는 “PR윤리는 실질적이고 실무적인 것이다. PR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며 “다방면에 걸친 PR활동의 기준점을 잡아준다고 볼 수 있다”고 의미를 밝혔다.

김수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공중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이 PR의 목적”이라며 “이를 위해 (윤리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PR의 전문성을 갖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측면”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Public Relations’ 즉, ‘공중과의 관계’라는 PR의 근본 취지를 감안할 때 신뢰는 핵심이다. 윤리가 결여된 상황에서 신뢰를 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신성인 한국PR기업협회 회장(KPR 대표)은 “윤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신뢰를 계속 유지하는 비결”이라며 “전문 직업으로써 PR의 위상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조삼섭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교수 역시 “PR회사는 신뢰를 커뮤니케이션의 자산으로 중요시 하는데 그 구성요인을 보면 정직성과 투명성 등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는 PR의 사회적 파급력이 결코 작지 않다는 점에서 윤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PR은 사람이나 제도를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업이다. 때문에 윤리가 부족하다면 PR의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도 위험성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PR의 지속가능 차원에서도 윤리는 중요한 요소다. 과거 TV나 신문 등 전통매체에 기반한 미디어 환경은 다양화, 파편화되고 있다. SNS와 1인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정보를 다루는 시대다. 보는 눈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PR은 향후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비윤리적 기업 대변자 될 수 있나

차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소셜미디어가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사소한 PR활동으로 인한 부정적 이슈는 크게 (부각)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PR의 기본정신은 관계지향성인데 이해관계자와 약자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것이 PR전문성과 기업평판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도 말했다.

실무적 차원으로 보면 공중을 상대로 한 PR행위에서 윤리가 표면화되는 케이스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를 비호하는 PR활동을 들 수 있다. 옥시의 사례가 여기에 해당된다. PR윤리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는 가장 보편적인 케이스이기도 하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자라 해도 변호사가 필요하듯, PR이 비윤리적인 기업의 대변자가 되어도 윤리에 어긋나지 않을까. 이에 대해 김수연 교수는 “정말 윤리적인 PR회사라면 부도덕한 클라이언트를 상대하지 않는 것이 PR윤리라고 본다”며 “변호와 PR은 다른 개념”이라고 다소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최홍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PR을 해석할 때 변호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중재자가 돼야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그런데 변호사 역할을 하려다보니 윤리적인 문제들이 생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PR에는 엄연히 ‘위기관리’라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비윤리적 행태는 곧 부정적인 이슈를 뜻하는 만큼 위기관리 컨설턴트에게 적절한 대응을 요청하는 것은 기업으로써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김동석 대표는 이같은 점을 들어 “변호사들이 범죄자에 대한 변호 권리를 갖듯이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위기관리 영역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을 위한 옥시의 사죄 간담회. 뉴시스

아울러 “나쁜 기업이라고 해도 그들이 처한 위기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모면해주는 것까지 하지 말라는 것은 심한 가이드라인”이라며 “판단은 PR회사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사실을 왜곡하는 방향을 추구하거나 거짓말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은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아닌 ‘모사꾼’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기본전제다.

이와 관련, 위기관리 전문가인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위기관리와 PR윤리는 단추와 단추 구멍 같은 관계”라며 “평소 PR이라는 단추가 윤리적으로 잘 구성되고 제대로 된 크기와 간격으로 붙어있어야 위기발생시 관리라는 단추 구멍에 쏙쏙 끼워져 윤리적 완전체를 이루게 된다”고 비유했다.

PR의 발상지 격인 미국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클라이언트가 비윤리적일 경우 PR담당자는 언제든 업무를 거부할 수 있다”며 설명했다.

개인적 신념에 따른 선택도 가능하다. 김 교수는 “예를 들어 낙태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실무자인데 회사가 낙태를 금지하는 가톨릭 클라이언트를 맞이했다면 양심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때 업무에서 빠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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