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면 망신…공중 기만하는 ‘페이크PR’
들키면 망신…공중 기만하는 ‘페이크PR’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7.22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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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스킨십 적절성도 전면 재검토해야

<더피알>은 지난 5월호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옥시레킷벤키저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홍보를 대행한 PR회사의 윤리의식을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기사를 접한 많은 PR인들이 공감의 의견을 보내왔다.이에 PR윤리의 현주소를 보다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물론 ‘윤리’라는 단어 자체는 어딘가 모르게 따분하고 해묵은 느낌을 준다. 이상과 현실에 엄연한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 그러나 PR윤리는 업계의 상생, 나아가 PR업의 존재가치와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① 투명성의 시대, PR윤리를 다시 꺼내다
② 들키면 망신…공중 기만하는 ‘페이크PR’
③ 내‧외부 압박 속 PR윤리 지키려면

[더피알=문용필 기자] PR윤리가 강조되는 두 번째 케이스는 공중을 기만하는 ‘페이크(fake)성’ PR이다. PR인, 혹은 PR회사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고 마치 일반인인 것처럼 특정 기업을 홍보하거나 라이벌 기업에 흠집을 내는 행태가 그것이다.

최홍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월마트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의 월마트 지점들을 돌면서 자신의 블로그에 관련 글을 올린 여행자가 있었다. 블로그를 통해 월마트 직원의 친절함 등 긍정적인 점들을 부각시켰는데 알고 보니 PR회사 직원이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1년 IT업계 라이벌 구글을 은밀하게 비방하려다 들통이 나는 바람에 얼굴을 붉혀야 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PR회사 버슨마스텔러는 당시 미국 내 주요 언론사와 유명 블로그를 상대로 구글의 SNS ‘소셜서클’이 개인정보를 침해하고 있다며 기사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취재 결과, 버슨마스텔러의 클라이언트가 다름 아닌 페이스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페이스북은 이를 시인해야 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케이스를 찾아볼 수 있다. 전문적인 PR이라고 볼 수 없지만 인터넷 댓글로 여론을 형성하는 이른바 ‘댓글부대’나 특정 식당으로부터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리뷰글을 작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는 일부 ‘맛집블로그’가 여기에 해당된다. 최홍림 교수는 “(페이크성 PR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슈가 제기되면 해당 기업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해관계자에게 마땅히 알려야할 이슈를 숨기는 것도 PR윤리와 직결된다.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가령 쓰레기 매립지에 아파트를 새로 짓는 건설회사가 있다. 그런데 환경당국의 검사결과 인체에는 해가 없다는 판정이 나왔다”며 “이럴 경우 아파트를 쓰레기 매립지에 건설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혹시 모를 유독가스나 공해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PR인의 책임 중 하나는 (사실을 알리도록) 외부공중의 입장에서 경영진을 설득하는 역할”이라며 “기업의 입장을 외부공중에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기업 속에서 하나의 ‘내부공중’이 되라는 것이다. 그래야 양자에게 모두 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페이스북은 지난 2011년 it업계 라이벌 구글을 은밀하게 비방하려다 들통이 났다. 이 사건을 다룬 블룸버그통신 인터넷 판.

신문과 지상파 방송이 정보제공 플랫폼의 거의 전부였던 과거에 비해 줄었다고는 하지만 제품이나 서비스를 과대포장하는 ‘부풀리기 PR’도 여전히 문제가 된다.

이유나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 2명이 지난 2014년 발표한 논문 <PR실무자의 역할 및 PR가치인식 유형에 따른 윤리의식 연구>에는 설문조사 대상이 된 일선 PR인들의 생생한 고백이 담겨있다. 한 30대 여성 실무자는 “제일 놀랐었던 경험은 보도자료의 수치를 거짓으로 말하는 게 많다는 것”이라며 “예를 들면 회사의 매출이나 점유율”이라고 털어놓았다.

한 20대 남성 실무자는 “제약회사에서 어떤 획기적인 치료제가 나온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생명을 연장하는 정도의 수준일 때가 있다”며 “이것을 어떤 획기적인 것처럼 메시지를 써야 할 때 좀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기자접대문화, 스킨십인가 뇌물인가

언론과의 부적절한 유착도 PR윤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언론홍보가 PR의 가장 중요한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기자와의 불필요한 스킨십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정당한 광고 비즈니스의 영역을 벗어난 금전적 대가, 혹은 과다한 향응접대를 통해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사를 이끌어 내거나 경쟁사를 음해하는 등의 행위가 그것이다.

이와 관련, 김동석 엔자임헬스 대표는 “기사는 언론인의 고유 권한이다. PR인은 기자를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배웠다”며 “조종은 날조하는 것이고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언론을) 컨트롤하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은 PR윤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접대를 당연시하는 국내 언론의 풍토상 어쩔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대기업 홍보임원 A씨는 “잘못됐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있다”면서도 “공중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해서는 신뢰와 이해를 쌓는 게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기자를 만나야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왕이면 맛있는 음식이나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그래야 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이해와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김장열 교수는 “미국에는 접대문화라는 말이 없다”며 “기자와 취재원이 만났을 때 한국에서는 취재원이 술이나 밥을 사는 문화가 정형화됐지만 미국에서는 아예 식사를 안 하거나 각자 나눠서 내는 케이스가 많다. 취재원이 내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은 지불하지 않는다. 그 이상을 넘으면 뇌물로 인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은 pr인과 언론인 사이의 부적절한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김 교수는 미국PR협회 공인 전문가(APR) 시험에 출제되는 문제를 예로 들었다. 평소 친분 있는 기자가 집을 얻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고 할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이다.

김 교수는 “한국 정서로는 빌려줄 수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정답이 ‘No’다. 기자가 우월한 지위를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자이기에 빌려줄 수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언론인을 부패방지의 대상으로 포함시킨 ‘김영란법’은 언론과 PR인의 부적절한 고리를 끊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과거와 같은 부적절한 언론홍보 행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일선 기업 홍보담당자 B씨는 “사적인 친분이나 비윤리적 로비는 굉장히 약화됐다. 개인적인 친분으로 기사가 (유리하게)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전했다. 대신 협찬이나 광고 같은 형태의 금전적 거래가 기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B씨는 “기업 비즈니스로 인해 언론이 ‘게이트키핑(Gate keeping)’권을 행사하지 않는 셈이다. 보도자료를 충분히 검토해야 하는데 이를 비즈니스라는 명목으로 검증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기업과 언론이 서로를 이용하는 관계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모바일과 웹에 기반한 뉴미디어들이 점차 다변화되면서 올드미디어의 경영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측면과 무관치 않다.

김장열 교수는 “인쇄언론이 힘들어지면서 기업입장에서는 예산만큼의 미디어 커버리지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브랜드 저널리즘 같이 언론이 아닌 타깃에 직접 다가가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찾게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 (PR 관련) 언론의존도는 더 줄어들게 되고 접대문화도 점점 사라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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