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압박 속 PR윤리 지키려면
내·외부 압박 속 PR윤리 지키려면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7.26 12: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령은 강령일뿐…“잘못하면 PR직종 사라질 수도”
<더피알>은 지난 5월호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 옥시레킷벤키저의 진정성 없는 사과와 홍보를 대행한 PR회사의 윤리의식을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기사를 접한 많은 PR인들이 공감의 의견을 보내왔다.이에 PR윤리의 현주소를 보다 깊이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물론 ‘윤리’라는 단어 자체는 어딘가 모르게 따분하고 해묵은 느낌을 준다. 이상과 현실에 엄연한 괴리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 그러나 PR윤리는 업계의 상생, 나아가 PR업의 존재가치와 직결된 문제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① 투명성의 시대, PR윤리를 다시 꺼내다
② 들키면 망신…공중 기만하는 ‘페이크PR’
③ 내‧외부 압박 속 PR윤리 지키려면

[더피알=문용필 기자] PR윤리강령은 비윤리적인 PR활동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서구의 PR선진국들은 거의 예외 없이 이를 마련해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PR협회와 한국PR기업협회가 각각 10개, 14개 조항으로 된 강령을 제정해놓은 상태다.

지난 1999년 제정된 PR협회 윤리강령은 미국PR협회의 것에 바탕을 두고 만들어졌다. 첫머리에는 PR인의 최고 가치를 ‘공익’에 둔다고 명시돼 있다.

PR기업협회의 윤리강령은 지난 2000년 당시 협회 창립과 함께 만들어졌다. ‘PR협회의 윤리강령 기본정신에 전적으로 찬동한다’는 문구가 삽입됐으며, 언론관계와 회원사간의 관계 등을 조항별로 명시했다. 신성인 회장은 “PR기업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려면 윤리강령이 중요하다는 판단 하에 당시 창립회원사들과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전했다.

두 협회 모두 회원사가 강령에 위배되는 행동을 할 경우 즉각 협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특히 PR기업협회의 경우 가입신청서에 강령준수를 서약하도록 명시했다. 신성인 회장은 “미처 예측을 못했거나 시대가 변하면서 (강령에) 추가해야 할 부분이 생길 수 있다”며 “(공익이라는) 기본정신을 지키면서 회원사와 협의를 통해 발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도로 상당수의 PR회사는 자체 윤리강령도 마련해놓고 있다. 한 PR회사 대표는 “협회 강령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해 내부에서 더욱 자세하게 만든 것이 있다. 여기에 준해 직원들에게 (윤리)교육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협회의 윤리강령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 정도면 충분히 기능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장열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미국PR협회에는 개인, 기업, PR회사뿐만 아니라 학교나 정부도 포함돼 있다”며 “PR회사들이 속한 기업PR협회도 자체윤리 강령을 갖췄고, 각 기업들도 내부 윤리강령을 다 마련해두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각각의 (윤리)항목별로 가이드라인과 사례가 축적돼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pr학회는 10개 조항으로 된 윤리강령을 제정해놓은 상태다. 홈페이지

그러나 각국의 윤리강령이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

김수연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전 세계 PR협회 윤리강령을 살펴보니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가치는 정직성과 비밀보장, 이해충돌에 관한 것이었다”며 “흥미로운 점은 대부분의 PR협회가 클라이언트의 경쟁사에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는데 유럽의 일부 국가는 이를 자율로 정했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다만, 국내의 경우 PR강령은 그 자체가 선언적이고 이상적인 측면이 많기 때문에 PR실무자들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령을 위반하더라도 회원 제명 이상의 제재조치는 할 수 없는 실정이다. 회원에서 제명되더라도 PR비즈니스는 계속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선 기업 홍보담당자 B씨는 “그냥 이상적이라고 봐야 한다. 강제성이 없는 선언”이라며 “과대광고와는 달리 법제화가 돼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최홍림 교수는 “국내에서는 윤리강령 교육이 안 된 경우도 많다”며 “자체 윤리강령이 있는 PR회사라 하더라도 직원들이 윤리강령의 유무조차 모르는 케이스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연 교수도 “구체적 사례를 들어 강령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요한 것은 교육인데 아무리 윤리강령이 훌륭해도 (실무자들이) 모르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실제로 한 기업의 PR담당자는 협회 차원의 PR윤리강령 내용을 아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이유나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 2명이 지난 2014년 발표한 논문 <PR실무자의 역할 및 PR가치인식 유형에 따른 윤리의식 연구>에서도 PR협회의 윤리강령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의견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한 30대 여성 PR인은 “강령을 위한 강령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막상 업무 상황에 처했을 때 윤리강령을 고수하며 현실과 타협하지 않을 시 바로 닥치게 될 손해가 더욱 크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또다른 여성 PR인은 “항상 고려해야 하는 것은 회사의 이익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기도 했다.

교육은 교육일 뿐…현실과 이상의 괴리

PR윤리의 이상과 현실이 괴리감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공적책임이 크다고 해도 엄연히 비즈니스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PR은 기업이나 조직의 경영활동이기 때문에 최고경영자의 지배를 받는다. 결국 PR윤리라는 것은 해당 기업이나 조직의 경영윤리의 연장선에 있다”고 언급했다.

▲ (자료사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청에 출석하던 존 리 옥시레킷벤키저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

정 대표는 “기업, 조직, 최고경영자의 윤리와 다른 PR윤리란 존재하지도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윤리적인 오너 아래에서는 비윤리적 PR이 실행될 수 없듯, 비윤리적 오너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면 어떻게 PR이 혼자 윤리적으로 일을 진행해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PR회사는 더욱 복잡하다. 클라이언트의 윤리를 따라야 하고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윤리도 함께 따라야 한다”며 “PR회사의 윤리는 먼저 피(fee) 수입규모와 비례할 수 있다. 일단 생존할 수 있고 돈을 많이 벌어야 윤리성에도 눈을 뜨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이언트와 윤리적인 부분에서 충돌하게 되면 PR회사는 계약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다. 문제는 기업의 PR부서에서 일하는 실무자다. 조직의 명령을 거부하면 자칫 ‘밥줄’이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B씨는 “기업 PR담당자들이 과장·과대 홍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대체로 경영진의 압박 때문”이라며 “부도덕한 지시임에도 거부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대기업 홍보임원은 “비윤리적인 지시를 거부하려면 결국 회사를 나오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한탄하며 모 금융회사 홍보임원 C씨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회사는 경영위기에 처하면서 나중에는 휴지조각이 돼버린 채권을 발행했는데 C씨는 채권발행을 홍보하면서 고객과 회사 중 누구를 우선순위에 둬야할지 고민하다가 결국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는 것이다.

결국 PR윤리의 광범위한 확산은 이러한 이상과 현실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느냐에 달려있다.

B씨는 “경험상 경영진과 PR부서 간의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경영진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일방적인 (하향식) 커뮤니케이션만 존재한다면 해결은 요원하다”며 “당장의 이익보다는 좀 더 큰 이미지를 그리는 차원이라면 충분히 설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차희원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전문화된 PR회사라면 (비윤리적 PR로 인한) 부작용을 설명해야 한다”며 “윤리적인 PR이 왜 필요한지 (클라이언트 스스로) 자각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클라이언트가 PR회사를 하청업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변호사나 의사처럼 프로페셔널의 입지를 갖춘다면 클라이언트로서는 (충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비윤리적 경영이 부정적인 효과로 다가올 수 있음을 인지하고 PR회사를 믿고 따라오도록 전문가의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PR회사도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홍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도 “사회적으로 PR실무자의 지위가 높아져야 한다. 지시받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며 “그런 인식이 커져야 PR의 윤리적 역할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사회에서 윤리적인 역할을 다 하지 못한다면 인정을 받을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되면 PR이라는 직종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최 교수는 PR인 개개인의 역량강화도 주문했다. 그는 “PR에는 매니지먼트(management)와 테크니션(technician)으로서의 역할이 있다. 처음에는 PT나 보도자료 작성 등 테크니션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중재자로서) 매니지먼트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오래 갈 수 없다”고 충고했다.

김찬석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한국PR학회장)는 “실무자들의 자존감 향상이 필요하다.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동종업계 종사자에 대한 존중이 선순환 돼야 한다”면서 “PR이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기인식에 PR윤리가 함께할 때 윤리의 구체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