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회춘’하는 법
브랜드가 ‘회춘’하는 법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08.2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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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됨≠고루함, 핵심은 너와 나의 ‘연결고리’

에스콰이아(1961년생) 용각산(1967년생) 바나나맛 우유(1974년생) 맥심(1989년생) 삼다수(1998년생)… 이들 브랜드의 나이를 모두 합치면 191살이다. 적게는 이제 막 만 18세를 넘겨 성인이 됐고 많게는 중년의 55세가 됐다. 평균나이는 38.2세. ‘장수’라는 수식어가 낯설지 않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브랜드도 늙는다.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장수브랜드는 출시 이후 많은 세월이 흘러 네이밍과 패키지 등에서 다소 촌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 브랜드를 기억하고 사용하는 소비자 역시 연령대가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자연히 장수브랜드에게는 ‘올드하다’는 인식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사람만이 안티에이징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도 젊어져 좀 더 오랫동안 소비자와 호흡하고 사랑받으려 애쓴다. 이에 ‘늙은’ 브랜드들은 나이를 잊고 고루한 이미지를 벗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다.

마케팅 이론상으로 브랜드는 제품의 수명주기에 따라 언젠가는 시장에서 쇠퇴한다. 소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경쟁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브랜드를 리포지셔닝해야 한다.

반면, 브랜드는 제품과 달리 수명주기가 없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다. 단순히 오래됐다고 늙어 생을 다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래됐다는 것은 브랜드의 정통성이라는 장점과 유행이 지나 낡아 보인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면서도 “후발 브랜드들이 의도적으로 ‘오래된 것=유행이 지나 늙은 브랜드’로 포지셔닝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오래된 브랜드는 대체로 젊게 변신하기 원한다. 더 오랜 시간 시장에 남아 있으려면 젊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장수브랜드들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공략하는 ‘젊어지기’ 마케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평균나이 38.2세, 젊음과 스킨십

먹는 물 시장 1위 브랜드 삼다수는 다소 올드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위해 음악마케팅을 시작했다. 소녀시대 태연과 슈퍼주니어 규현을 모델로 내세워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제작한 것. 이와 더불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영타깃과 가까워지는 ‘브랜드 리프레시먼트’를 진행했다. ▷관련기사: 제주의 힐링을 듣고 보고 느끼다 

올해로 만 27살이 된 맥심도 젊은 소비자 대상 스킨십을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4~6월 두 달간 성수동에 마련한 팝업 북카페 ‘모카책방’이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차원을 넘어 보다 트렌디한 감성으로 맥심 모카골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체험마케팅의 일환이었는데, 수많은 인증샷을 배출하는 핫플레이스로 꼽히기도 했다.

 

 

 

2016년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브랜드 노쇠화 탈피’로 정한 에스콰이아는 병맛과 아재개그라는 요즘 유머코드를 활용한 광고캠페인을 선보였다. ▷관련기사: 세련된 그의 찌질한 매력 또 용각산은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던 ‘쓱 광고’ 열풍에 동참, ‘ㅇㄱㅅㅋ(용각산쿨)’ 바이럴 영상으로 화제를 모았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는 젊은 소비자와 소통하는 마케팅이 실제 매출 증가로 연결되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부터 제품 용기의 ‘바나나맛우유’라는 브랜드 네임에서 자음 세 개를 지우고 소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백을 만들었다. ‘ㅏㅏㅏ맛우유’의 빈 공간에 글자를 채워 자신만의 바나나맛우유를 만들도록 한 것. ▷관련기사: 바나나맛 우유의 이유 있는 ‘ㅏㅏㅏ’

그리고 해시태그를 활용해 이를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도록 하는 소비자 참여를 유도했다. SNS상에는 관련 게시물이 수천 건에 이를 정도로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고, 지난 5월 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앞서 지난 2014년 5월 비락식혜는 강제전성기를 맞은 김보성을 모델로 ‘우리 몸에 대한 의리’를 콘셉트로 광고를 선보인 바 있다. 당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으리시리즈’를 활용한 코믹한 내용으로 제작된 온라인 영상은 공개 5일만에 조회수 200만건에 달하는 등 큰 화제를 모았다. 광고 후 젊은 소비자가 주를 이루는 편의점에서 매출이 50% 가량 증가한 것을 포함해 연간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3% 이상 신장한 300억원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김보성 내세운 비락식혜 광고, 온라인서 ‘대박’

교복 걸친 아재되지 않으려면…

여러 브랜드의 이같은 ‘회춘활동’은 젊은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아 매출 증대로까지 연결됐다는 점에서 성공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이뤄냈는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김지헌 교수는 “브랜드가 노후화되면 일반적으로 브랜드 활성화(brand revitalization)를 진행한다”며 “이미지 개선을 위한 전략은 크게 재포지셔닝(repositioning)과 리뉴얼(renewal)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정(情)’을 콘셉트로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한 초코파이.

우선 재포지셔닝은 기존 브랜드의 콘셉트와 아이덴티티를 모두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정하고 관련된 브랜드 요소(brand element)도 새롭게 바꾼다. 확실한 이미지 개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몇 번의 광고와 홍보캠페인을 진행하다가 별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어 성공하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방식이다.

리뉴얼은 슬로건, 징글, 브랜드 글자체 등의 브랜드 요소에만 변화를 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쉽지만 이미지 개선효과는 재포지셔닝만큼 크지 않다. 따라서 파리바게뜨 등과 같은 브랜드가 몇 년마다 간판과 매장 분위기를 바꾸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해야만 효과가 있다. 이미 너무 오래돼 노후화된 이미지가 고착된 경우 리뉴얼로 큰 효과를 보긴 어렵다.

브랜드 활성화 전략에서 특히 중요한 점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고 일관된 브랜딩 활동을 구상하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비락식혜의 의리광고는 재미있지만 식혜의 아이덴티티로 의리가 적합한가에는 의문이 남는다. 반면 초코파이의 정(情) 캠페인은 감성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하고 꾸준한 브랜딩 활동을 진행, 초코파이와 정이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관련기사: 오리온 초코파이의 이유있는 변신

1961년 출시된 박카스도 시대 흐름에 따라 타깃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잘 한 브랜드로 기억된다. 1990년대 ‘신한국인 캠페인’을 전개한 박카스는 당시 사회를 이끌어가는 아버지·어머니 세대의 자양강장제로 인식됐다.

이후 2000년대에는 꾸준한 광고 캠페인을 통해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고 ‘국토대장정’이라는 참여 프로그램을 더해 젊은 타깃층과 스킨십을 넓혀갔다. 최근에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에 브랜드를 투영하며 언제나 동시대를 살아가는 브랜드로 호흡해 가고 있다. ▷관련기사: 지친 청춘에게 주는 응원의 선물 하나

 

▲ 시대별로 타깃에 맞춰 변화해온 박카스 광고.

 

‘러브마크’를 남겨라

이처럼 감성을 통해 오랫동안 소비자와 호흡하는 사례는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우리 심장에 꽂힌 큐피트의 황금화살이란 의미인 ‘러브마크(love mark)’를 만드는 데 성공한 코카콜라가 대표적이다.

러브마크는 시대를 초월하는 인류보편적 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야 한다. 코카콜라가 선택한 러브마크는 바로 ‘행복’. 행복을 열어주고(Open happiness), 행복을 맛보게 하고(Taste the feeling), 행복을 전하는(Share a coke) 마법의 물로, 시대가 바뀌어도 메시지는 일관되게 ‘콜라는 행복이다’를 세뇌시킨 것이다.

물론 젊은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코카콜라는 광고에도 많을 공을 들인다. 코카콜라가 올해 선보인 ‘테이스트더필링(Taste the Feeling)’ 캠페인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들리는 클럽용 일렉트릭 비트와 달콤한 멜로디를 갖고 있다. 음악은 세계적으로 급부상한 스웨덴 출신의 신예 20대 작곡가 겸 DJ 아비치(Avicci)가 제작했고, 런던 태생으로 호주의 떠오르는 20대 가수 콘래드 스웰(Conrad Swell)이 보컬을 맡았다.

 

▲ ‘행복’을 키워드로 꾸준히 커뮤니케이션해 온 코카콜라가 새롭게 선보인 ‘이 맛, 이 느낌(taste the feeling)’ 캠페인.

 

광고의 모델로 등장하는 20대 남녀들은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만나서 곧바로 강렬한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 행복이라는 가치는 영속하지만, 행복을 느끼는 세대는 끊임없이 신세대로 바꾼 것이다. ▷관련기사: ‘자극적 사랑’ 얘기하는 코카콜라의 진짜 노림수

임준수 시러큐스대 PR학과 교수는 “결국 브랜드의 노화를 방지하고 구매력이 높은 젊은 층에게 다가서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절대가치를 소비자의 마음에 감성적으로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순히 현재 잘 나가는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거나 젊은 소비자들의 문화 코드, 채널로 접근하는 방식은 장수하는 브랜드를 구축하기 보다는 단기적 ROI를 끌어올리는 수준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헌 교수 역시 “오래된 브랜드는 정기적으로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이미지가 노후화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특히 장기적 관점에서의 브랜드 활성화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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