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돈 내고 어떻게 취재하나”…김영란법에 속 끓이는 기자들
“매번 돈 내고 어떻게 취재하나”…김영란법에 속 끓이는 기자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09.08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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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스티켓’도 법 위반? 전문가 법리적 해석 엇갈려

[더피알=문용필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되면서 남보다 더 속앓이를 하는 이들이 있다. 문화예술 전문매체 기자와 일간지 문화담당 기자들이다.

오는 28일부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적용대상인 기자들은 5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공연 기획사나 주최 측이 기자들에게 제공했던 이른바 ‘프레스티켓’도 여기에 해당되지 않느냐는 것. 웬만한 공연의 티켓가는 5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련기사: “김영란법 이후…도대체 언론홍보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자료사진. 뉴시스

이렇게 되면 결국 각종 공연이나 전시회를 취재해 리뷰 등의 기사를 써왔던 문화예술 분야 기자들은 취재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대중가수들의 콘서트를 취재하는 가요담당 기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소속 매체에서 취재비를 지원할 수도 있지만 이는 일부 대형 언론사들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재정이 넉넉지 않은 중소언론사들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프레스티켓을 단순한 향응이나 선물이 아닌 정당한 취재업무의 수단으로 보고 김영란법 위반사항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온다. 

모 문화전문지 소속 A기자는 “(프레스티켓으로) 공연을 관람한 후 꼭 기사를 쓰지 않더라도 다른 기사를 쓸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로 축적할 수 있는데, 김영란법이 발효되면 그런 풍부한 기사소스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며 “결국에는 단편적인 기사를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 인터넷신문의 가요담당 B기자는 “가격을 떠나 취재를 위해서 티켓을 제공받는 것인데 이를 단순한 선물이나 향응으로 규정한다면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자가 직접 못 본 상태에서 쓰면 기사의 질도 굉장히 떨어지고 (담당) 기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주최 측의 입맛에 맞는 보도자료만 베껴 쓰는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공연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도 은폐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프레스티켓 제공은 김영란법 위반 사유에 해당할까. 아직 법 시행 이전인데다가 관련 판례도 나오지 않은 만큼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법무법인 공명의 강현철 변호사는 ‘위반사유’라고 봤다. 강 변호사는 “업무상 취재목적으로 공연을 봤다고 하더라도 무료 티켓이라면 김영란법에서 규정한 금품수수에 해당될 수 있다”며 “(언론사가) 자비를 들여서 취재하고 기사를 쓰라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강 변호사는 “사회상규상 예외규정 적용여부를 두고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기자들만 참석했다면 몰라도 유료관객이 있다면 예외 요건에서 탈락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김영란법 제 8조 3항 6호는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을 예외로 규정해놓고 있지만 유료관객이 섞여있다면 ‘일률적’이라는 표현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 강 변호사의 해석이다.

반면, 법무법인 천고의 김재헌 변호사는 “(프레스티켓은) 업무의 일환이기 때문에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법에서는 사회상규라는 부분을 중요하게 본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김 변호사는 “언론사 내부에서 관련 매뉴얼이나 기준을 만들어둔다면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문화·예술 취재활동 크게 제약받을 것”


다만, 김 변호사는 “취재를 위해 1장 정도라면 몰라도 2장 이상 제공된다면 이는 업무의 목적을 넘어서는 것이므로 (김영란법에) 저촉될 여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기자가 공연 주최 측에 2장 이상의 티켓을 요구하는 것은 그간 관행처럼 있어왔다. 동료 기자나 지인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B기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긴 하지만 취재를 신청하면 보통 1장씩 제공되는데 추가 요청을 하면 2장씩 빼주기도 한다”고 전했다. 

물론, 프레스티켓을 제공받지 못하더라도 공연 취재 기회가 완전히 봉쇄된 것은 아니다. 뮤지컬이나 연극의 경우 기자들을 상대로 공연의 일부분을 보여주고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프레스콜’을 실시하기 때문이다.

공연의 일부만을 유료로 볼 관객은 없기 때문에 김영란법 저촉대상으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또한 참석자들이 모두 기자이기 때문에 ‘일률적’이라는 예외 요건도 충족할 수 있다. 강현철 변호사도 “예외규정 적용이 보다 쉬울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프레스콜만으로는 충분한 취재가 어렵다는 것이 기자들의 항변이다. C기자는 “공연 전체를 봐야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주요 장면만 보여준다면 주·조연간의 밸런스를 파악하기도 어렵다”고 강조했다.

▲ 프레스콜만으로는 충분한 공연취재가 어렵다는 것이 기자들의 입장이다. 사진은 지난달 열린 서울예술단 창단 30주년 기념 공연 프레스콜. 뉴시스

이런 이유로 A기자는 “앞으로는 영화 언론시사회처럼 ‘프레스데이’ 공연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실제로 프레스콜에서 공연 전체를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B기자는 프레스데이 가능성을 일축했다. “기자들이 온다고 해서 공연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며 “굳이 프로모션을 해야 할 명분이 있지 않다면 프레스데이를 실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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