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된_스토리텔링_파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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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6.09.1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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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양적 증가가 질적 증대 될 수 없어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원충렬] 브랜드 스토리텔링이 주제인 글을 여러 번 썼다. 각각의 내용은 달랐겠으나 스토리텔링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이 왜 중요한지는 매번 강조했다. 사실 스토리텔링의 효과와 중요성은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해왔다. 넘칠 정도로. 심지어 요즘은 정부 관료부터 교육자에 이르기까지 스토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유행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렇게 만연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야기되는 문제가 있는데, 너도 나도 하는 통에 양적으론 증가하지만 그중 제대로 하는 비율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저 남들 하는 만큼의 시도만으로는 이미 부족하다.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상당히 오래 됐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예전의 사례들이 언제까지나 만족의 기준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재미있거나 기발하게 이야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한결 더 고도화된 방식으로 스토리텔링이 전개되고 있다.

브랜드와 함께 변하는 스토리

근래 봤던 가장 인상적인 브랜드 캠페인이라면, 에어비앤비의 ‘리브 데어(live there, 그곳에서 살다)’ 캠페인이었다. (국내에서의 메인 카피인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특히 이 캠페인이 인상적인 것은 공유경제의 대표주자였던 에어비앤비라는 브랜드의 본질과 가치를 새롭게 규정함에 있어, 고객 관점의 스토리텔링을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그 전에도 흥미로운 캠페인들을 보여준 바가 있지만, 이번엔 확실히 여행자들의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브랜드를 새롭게 정의한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보고자 하는 이들은 기존의 여행 방식을 고수하겠으나, 현지인처럼 살아보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은 에어비앤비를 선택하라는 선언이다.

방문이나 관광이 아니라 일상! 단 하루일지라도 그 장소에서 ‘살아보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에어비앤비가 처음 등장했을 때 그들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고 파트너와 사용자를 확장시켜야 했던 때의 커뮤니케이션에서 확실히 진일보했다.

에어비앤비는 이제 개인의 취향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해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을 펼친다고 밝혔다. 이미 세세한 서비스나 UI도 함께 변화했다. 브랜딩에 있어서도 그에 동조하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시작했고, 호스트들이 모은 정보로 엮은 가이드북이나 여행자들의 경험을 엮은 스토리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확장시키고 있다.

비즈니스가 성장하면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주제와 방식이 달라지는 건 너무나도 당연하다. 따라서 브랜드도 필요한 시점에 맞게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꾼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하던 얘기만 계속 한다고 해서, 그 일관성을 늘 칭찬받는 것은 아니다. 그건 사실 눈치와 센스의 문제다. (아재개그를 생각해보라)

기술로 업그레이드되는 고객 경험

과거에 비해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기울이는 기업이나 브랜드는 확실히 많아졌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해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객 경험도 늘어났다는 것은 자명하다. 이 상황(사람들이 스토리텔링 방식의 브랜딩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정교한 접근이나 내실 있는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새로움 역시 중요한 이유이다.

다름과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이야기에 누가 색다른 흥미를 느끼겠는가? 마치 영화의 CG와 비슷하다. 처음 등장했을 때엔 그 자체로 신기하고 놀랍지만, 몇 번 보고 나면 입체적 시각 경험만으로 영화 보는 즐거움 자체가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기본적인 영화적 완성도로 회귀한다. 그러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3D 영화 아바타가 나왔을 땐 또 어땠나? 기술의 신기원에 다들 놀라워하고 다시 새로움에 열광한다.

스토리텔링도 그렇다. 기본적인 이야기의 완성도는 필요하다. 때로 그것만으로 승부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돼 변별력이 생기지 않는 순간에 이르는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새로움으로 스토리텔링의 경험을 보완해 줄 필요가 있다.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는 VR(가상현실)을 이용한 캠페인을 연속적으로 진행하며 재미를 보고 있는 듯하다. 근래엔 도심의 거리에서 VR 사이니지를 통해 마치 다른 도시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한 바 있다.

항공사 브랜드로서 지긋지긋한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기에 좋은 스토리텔링 캠페인이라 평할 만하다. 그런데 이 캠페인을 보고 기시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을 것 같다. 프랑스의 철도법인인 SNCF가 몇 년 전 진행해 화제가 됐던 ‘Europe. It's just next door(유럽. 문을 열면 바로 있다)’의 옥외 디지털 캠페인이 그 기시감의 원인일 것이다.

유럽 5개 도시의 거리에 커다란 문을 설치하고, 이 문을 여는 시민들이 그 안에 설치된 대형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다른 도시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경험은 루프트한자가 진행한 VR 캠페인과 기본적인 골격이 유사하다. 캠페인의 메시지는 다르지만, 해당 캠페인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느꼈던 기분은 딱히 다를 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의 디테일만은 VR 기술을 통해 확실히 새로워졌다. 이렇듯 최신 기술은 그 자체로 신선한 경험을 창조한다. 설령 베이스에 있는 아이디어가 전혀 새롭지 않더라도, 경험되는 스토리텔링은 발전할 수 있다. 스토리 자체가 다를 수 없다면, 최소한 전달하는 방식과 기술만큼은 최신식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스토리텔링에도 급이 있기 마련

모두가 웰빙을 말하던 시대를 돌아보자. 가장 웰빙과 동떨어져있을 것 같은 정크푸드의 패키지에도 자랑스럽게 웰빙식품이라는 문구를 찾아볼 수 있었다. 실제 제대로 된 웰빙을 누린 이들은 소수였다. 에코는 또 어떤가? 모두가 친환경을 말하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제대로 친환경인 경우는 드물다.

모두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엔 조급함으로 달려들거나 큰 고민 없는 졸속의 결과물, 베끼기나 흉내내기가 동반된다. 내부에선 그저 했다는 것으로 자위하기 쉽고, 그럼에도 결과적으로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그런 케이스는 계속 쌓여나갈 것이다. 그리고 나서 스토리텔링도 단지 포장이고 기만일 뿐이라는 이야기도 그 즈음에 나올 것이다.

그 사이에도 브랜드 스토리텔링의 장인들은 초심자나 미숙련자들의 헛손질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들의 이야기를 더욱 탄탄하고 매력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 사이에서 더더욱 빛날 것이다.

그러니 남들이 한다고 그저 관행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은 고객의 감성과 맞닿는 결정적 순간의 커뮤니케이션이다. 가장 완성도 높은 내용과 가장 최신의 기술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 누구나 한다고 아무나 성공하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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