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메이커’ 된 PR회사들, 왜?
‘뉴스메이커’ 된 PR회사들, 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10.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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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대형이슈에서 잇달아 거론…業 자체 곡해 우려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근 PR회사들이 잇달아 뉴스의 중심에 서고 있다. 세간의 주목을 끄는 굵직한 이슈가 터져 나올 때마다 ‘홍보대행사’란 이름으로 덩달아 조명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이는 고객사의 커뮤니케이션 파트너 또는 조력자로서 ‘음지’에서 활약하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커뮤니케이션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예민한 이슈와 맞물려 거론된다는 점에서 PR업 자체가 곡해될 우려가 있다는 시선도 있다.

가장 최근에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PR회사는 코콤포터노벨리(이하 코콤)다. 삼성전자를 상대로 지배구조변경을 요구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대언론 홍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

▲ 코콤포터노벨리가 최근 배포한 엘리엇의 보도자료.

현재 코콤 측은 엘리엇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언론사의 취재를 돕는 선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일엔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 명의의 자료를 내보내기도 했다. 두 회사는 삼성전자 지분 0.62%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김기훈 코콤 대표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엘리엇 측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배포하고 기자들의 추가적인 문의에 응대하고 있다”며 “(엘리엇에) 별도의 한국지사가 없다보니 국내 분위기나 반응 등에 대한 의견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콤이 엘리엇의 국내 홍보를 담당한다는 소식은 주요 언론에서도 비교적 비중 있게 다뤄졌다. 엘리엇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전력이 있기 때문. 코콤 측으로서는 엘리엇과의 파트너십 구축에 어느 정도 부담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이슈관리에는 이런 일(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우리는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고 (엘리엇도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 불법적인 회사이거나 사실을 숨기거나 왜곡해달라는 요청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논란이 된다고 해서 배제한다면 PR회사가 어떻게 이슈관리를 할 수 있겠는가”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코콤이 주목 받는 또다른 배경은 지난해 엘리엇의 언론홍보를 담당한 회사가 뉴스커뮤니케이션즈(이하 뉴스컴)였다는 점도 한몫한다. ▷관련기사: 엘리엇 ‘삼성 합병 반대’, 글로벌 PR대행사가 배후지휘

뉴스컴은 회사 대표인 박수환씨가 대우조선해양 비리 연루 의혹을 받아 구속 기소되면서 언론지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곳이다. 남상태 전 사장 재임 당시 홍보대행을 맡은 뉴스컴은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정·재계를 중심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면서 PR업계 전반의 이미지도 실추시켰다. ▷관련기사: 뉴스컴 이슈로 보는 PR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

▲ 대우조선해양 비리연루 의혹으로 구속 기소된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뉴시스

뉴스컴은 대우조선해양을 시발로 불법적인 영업 행태가 불거지면서 경영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일례로 구글코리아는 지난달 30일 뉴스컴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KPR을 새로운 파트너로 맞이했다. 업계에선 뉴스컴이 사실상 폐업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를 넘기며 지속되고 있는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선 외국계 PR회사 웨버샌드윅 코리아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새로운 언론홍보 파트너를 찾는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웨버샌드윅은 신 전 부회장 측의 SDJ코퍼레이션과 협업해왔지만 약 1년 만에 결별했다. 양측의 계약 해지를 두고 언론에서는 무수한 분석이 오갔다. 현재 신 전 부회장 측의 언론창구는 에그피알이 맡고 있다.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의 언론홍보를 담당했다 된서리를 맞은 사례도 있다.

국내 PR회사 프레인은 비윤리적인 외국계 기업의 언론창구가 됐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게다가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비판을 받은 옥시의 최초 이메일 입장문을 프레인이 배포하면서 비판은 가중됐다. 지금은 외국계 PR회사 플레시먼힐러드 코리아가 옥시 측의 언론홍보를 대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보상→배상, 태도 달라진 옥시…에이전시도 바꿔

이처럼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이슈에 PR회사들이 뉴스메이커로서 부각되는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비판과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는 과정에서 공교롭게 PR회사들이 같이 거론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보도에서 알려진 것처럼 일부 PR회사의 일탈이 있는 건 맞다”면서도 “업의 특성상 외부 커뮤니케이션 파트너로서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도 전부 부정한 일을 하는 것처럼 비쳐질 때가 많아 씁쓸하다”고 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형 이슈가 터지면 속된 말로 탈탈 털리게 되는데, 그 와중에 언론대응을 맡았던 (PR)회사들도 엮이게 되는 것”이라며 “언론의 보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슈의 주변부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다. 언론의 접점에 있는 회사들은 앞으로도 더 뉴스에 오르내릴 가능성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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