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눈치 보는 사보, 각기 다른 노선
김영란법 눈치 보는 사보, 각기 다른 노선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10.1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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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변경 혹은 디지털 전환…발행인 대표이사→외주대표 바꾸기도

[더피알=안선혜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종이사보들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다. 

김영란법이 잡지 및 기타간행물을 발간하는 ‘정기간행물사업자’를 언론사로 규정, 일부 사보 담당자와 발행인이 언론인으로서 법 적용 대상자가 되면서 사보 시장 전반에 걸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관련기사: 디지털에 치이고 김영란법에 받히고…종이사보의 수난

이에 따라 종이사보 발간을 중단하거나 폐간 수순을 밟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영란법 시행 후 추이를 살피며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 사보 명맥을 이어가는 기업들도 있다. 

▲ 제일기획이 종이사보를 접고 온라인 발행으로 전환한 사보 <cheil> 9월호.

삼성생명은 지난 10월호부터 WM(고객자산관리)사업부 VIP 고객을 대상으로 배포하던 사외보 <WM REPORT(리포트)> 발간을 잠시 중단했다가 오는 12월호부터 정보간행물로 등록해 발행을 재개한다.

정기간행물이라해도 전자간행물과 정보간행물로 등록할 경우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두 달 가량은 잠시 쉬었지만 등록형태를 달리해 오프라인 사보 명맥을 이어가는 경우다.

기존 종이사보를 디지털로 전환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광고회사 HS애드는 지난 1985년부터 발행해 오던 사보 <HS Ad>를 9·10월호를 끝으로 온라인으로 전환키로 했다. 11월부터는 온라인 블로그 및 뉴스레터 형식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 hs애드가 <hs ad>의 온라인 전환을 알린 공지문.

제일기획 역시 지난 9월부터 사외보인 <Cheil(제일)> 발행을 종료하고 온라인으로 선보이기 시작했고, 미래에셋대우는 이달부터 <미래에셋대우인>을 웹진으로 대체했다.

지난 10월호로 휴간에 들어간 신한은행의 계간지 <PWM>은 향후 재발행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WM 고객을 대상으로 발간하던 거라 온라인으로 전환할 가능성은 없을 듯하고, 폐간하거나 정보간행물로 변경해 등록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드물게는 김영란법을 계기로 기존 온라인 사보마저 완전히 폐간한 곳도 있다. 삼성그룹 온라인 격주간지 <삼성앤유>는 지난 8월을 끝으로 운영을 완전히 중단했다. 대신 그룹 블로그 및 홈페이지로 일부 콘텐츠를 이관해 계속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기업들이 기존 사보의 폐간이나 등록 전환을 고려하는 이유는 발행인에 대표이사의 이름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의 최고경영자일 뿐인데 본의 아니게 언론인으로 분류돼 김영란법 적용을 받으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이같은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예 사보 발행인을 외주 제작업체 대표로 대체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사보협회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사보 제작 외주를 맡던 편집·디자인 회사들의 피해가 크다. 잡지 시장보다 사보 시장이 훨씬 크기에 인쇄·제지 업계도 여파가 만만찮다”며 “그러다 보니 발행인 자체를 편집·디자인 회사 사장으로 바꿔 발행을 지속하기도 한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자간행물로 전환한다고 해도 대부분 오프라인 사보 내용 그대로 온라인에 옮겨놓을 뿐인데, 전자는 되고 종이는 안 된다는 건 모순”이라며 “일단 주무부서에 사보 업계가 겪고 있는 일련의 혼란을 보고서로 전달했다. 내년 봄 쯤 시정될 것으로 바라보는데 6개월 동안 영세업자들은 못 버티고 폐간할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전환기에 김영란법이란 변수가 돌출하면서 종이사보 운영에 대해 다각도에서 변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언급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일례로 SK그룹은 회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던 사보 보기 서비스를 중단했지만 향후 방향성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사보 발행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게 없다. 모든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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