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소리와 내부고발은 한끗차이
직원소리와 내부고발은 한끗차이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6.10.31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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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컴 채널 디지털화 속도…콘텐츠 변화는 ‘글쎄’

[더피알=안선혜 기자] 최근 불거진 현대자동차의 차량 품질 논란은 현직 부장의 내부고발로 인해 촉발됐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현대차 구매본부 협력업체품질강화1팀 소속 김모 부장은 지난 10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세타Ⅱ 엔진’과 ‘에어백 결함’ 문제 등을 폭로했다.

그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25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했는데 양심의 가책을 느껴 가만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회사에 먼저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며 “회사가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후 외부에 이를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대차 차량 결함 문제를 고발한 현대차 김모 부장. 조선비즈 온라인판 화면 캡처

결과적으로 현대차는 국토교통부 조사와 소비자 불매운동이라는 대형 위기에 놓였다. 회사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내부 목소리를 수렴, 반영하지 않아 이같은 상황을 맞았다는 점에서 투명한 내부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다.

요즘과 같은 다채널 시대에 수평적 조직문화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일순위로 꼽히는 미덕이다. 최근 비용절감을 이유로 많은 기업들이 사내커뮤니케이션(이하 사내컴) 채널의 디지털 전환을 꾀하고 있지만 이제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출발점은 ‘직원=고객’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한화그룹은 최근 45년간 발행해오던 종이 사보를 폐간하고, 사내보와 사내방송을 한 데 묶은 디지털 미디어 ‘채널H’를 오픈했다. 전통적 방식을 통해 진행해오던 사내컴을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한 시도다. 계열사 및 글로벌 사업 확대 등을 통해 그룹의 ‘덩치’가 커진 만큼 사내컴 채널을 조정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란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 한화그룹 사내 디지털 미디어인 '채널h' 콘텐츠들. 한화 제공

직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전체 임직원의 70% 가량이 회원가입을 했고, 젊은 직원 중심으로 의견 게재도 이뤄지고 있다. 한화그룹 사내컴을 담당하고 있는 나인화 과장은 “푸시(push)가 아닌 자발적 참여로 커뮤니케이션하길 원한다”며 “디지털로 전환하면서는 언제라도 접근이 가능하고 다시보기가 가능하기에 사우들의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담당자 입장에서 어려움도 있다. 기존 종이사보 발행 시는 월 단위로 이뤄지던 편집이 디지털로 전환되면서 하루 평균 4~5개 가량의 콘텐츠를 발행하다보니 보다 바빠졌다.

모바일 이용을 고려했지만, 아직은 PC에서 접속하는 비율이 3:7 내지 4:6 가량으로 더 많은 편이다. 영상 콘텐츠와 비영상물 콘텐츠는 3:7 가량의 비율로, 아직 텍스트 발행 비중이 높다.

사내컴 채널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나름 명성을 쌓으며 장기간 종이사보를 고수해온 유한킴벌리도 최근 온라인으로 채널을 변경했다. 콘텐츠 소비 패턴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 오면서 일어난 일련의 변화다. “더 많은 분들과 폭넓게 커뮤니케이션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했다”는 게 유한킴벌리 관계자의 말이다.

때론 ‘아마추어리즘’으로

실제 지난 2013년 7월부터 ‘유진에버’라는 자체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 중인 유진그룹은 종이사보 발간 때보다 직원 참여율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난 2012년 말 종이사보를 폐간하고 웹과 모바일로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사보로 전환한 이후, 사내 ‘뉴스’ 전달이라는 성격에 맞춰 아예 온라인 매체처럼 사이트를 구축하면서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직원들이 이 시스템에 익숙해지기까지는 1년 가까이 걸렸지만, 지금은 평균 참여율이 30~40% 가량 될 정도로 높다. 전직원이 2000여명인데, 메인 기사의 경우 평균 조회수 1200~1400건, 월 전체 클릭은 1만건을 넘어선다. 디자인, 편집에 들어가는 자원과 비용을 줄이면서 확보한 예산으로는 직원들을 위한 이벤트를 보다 많이 진행한다.

외주 없이 내부 인력만으로 운영하고 있는데다 전문 기자는 아니기에 가끔 오타도 나고 문장이 매끄럽지 않을 때도 있지만, 이를 용인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일명 ‘아마추어리즘’이다. 반드시 전문적이어야 한다는 부담을 덜면서 한정된 인력으로도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내부 구조가 갖춰졌다는 해석이다.

▲ 온라인 매체처럼 사내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운영 중인 유진그룹. 화면 캡처

임진택 유진그룹 홍보팀장은 “첫 시작은 예산에 대한 압박으로 비용 절감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지만, 당시의 절반 정도 되는 예산으로 몇 배의 효과를 보고 있다”며 “제일 중요한 건 직원들이 바뀌었다. 사보에서 인터뷰 한 번 하려면 되게 힘들었는데, 지금은 워낙 많은 사람이 노출되다보니 부담 자체가 준 듯하다. 조직문화라고 봐야할 것”이라 밝혔다.

온라인 매체와 동일한 시스템을 취하다 보니, 이메일과 모바일로도 접근이 쉬워졌다. 중요한 기사가 나오면 문자로 알리기도 하고, 카카오의 옐로아이디 계정도 만들어 이를 통해 이벤트를 알리고 직원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 유진 역시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응답 속도가 빠르다는 전언이다.

모바일 접속은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초기에는 뉴스레터 등 이메일을 통해 접속하면서 PC 이용률이 높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접속이 꽤 늘고 있다. 이벤트 문자 등이 이를 높이는데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사내컴도 모바일·동영상이 득세

해외 유수 기업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사내컴 채널의 디지털 전환을 꾀해왔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빠르게 해외 지사들에 본사의 소식을 전해줄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용 디바이스를 업무에 활용하는 BYOD(Bring Your Own Device) 시대가 도래했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는 분위기는 디지털 전환 흐름에 더욱 불을 붙였다.

형태는 다양하다. 인트라넷, 사내방송, 전자 사내보부터 오디오·비디오 컨퍼런스나 위성 미팅 등의 가상회의는 이제 일반적이다.

노키아는 지난 2008년 전담팀을 만들어 내부 직원들을 위한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해오기도 했다. 기업문화를 일방적으로 주입하기보다는 어떤 사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가진 직원들 간 대화를 통해 회사 고유의 진짜 목소리를 끌어내기 위해서다. 다양한 이슈에 대한 직원 피드백을 검색 기능을 통해 모아볼 수 있고, 임원이 아니라 멤버들에 의해 규칙이 정해지는 역동적인 커뮤니티를 추구한다.

▲ 노키아의 사내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소셜미디어인 블로그허브 이미지.

모바일은 앞으로도 주요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떠오를 전망이다. 편의성 때문이다. 어디든지 휴대하고 다니면서 쉽게 정보를 접할 수 있고, 피드백도 빠르게 줄 수 있다.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아무래도 텍스트보다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직원들의 선호도도 높은 편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직원들의 75%가 이메일이나 기사와 같은 텍스트보다 비디오 시청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OI도 기존 커뮤니케이션 도구보다 효과적으로 측정 가능해 다수 솔루션 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분야다. 전문가들은 사내 동영상이 반드시 세련되고 완성도 높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물론 고품질일수록 나쁠 건 없으나, 제작에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넘치는 콘텐츠, 떨어지는 충성도

기술이 진보하고 시대 흐름은 급변하고 있지만, 실상 일선 현장에서 사내컴의 변화 움직임은 더딘 추세다. 플랫폼의 디지털 전환은 진행됐지만, 내용 측면에서는 여전히 일방향, 톱다운(top down)식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때가 많다.

담당자들이 나름 직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지만, 예산도 부족한데다 이미 너무도 많은 볼거리가 넘쳐나는 환경에서 사내 소식지 정도가 직원들의 주목을 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토로다.

모 대기업에서 사내컴을 맡고 있는 한 담당자는 “요즘은 사내 소식을 유통하는 채널들이 예전보다 다양해졌다”며 “블라인드 앱(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도 있고, 조직별로 자기들끼리 만든 카톡방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그룹 포털 등 사내소식지 보다 전파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고 현황을 전했다.

게다가 임직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파급력 크고 가치 있는 기사들은 사내보다 사외에서 먼저 터져 나오는 경우도 잦다. 이 관계자는 “독자들이 업무로도 바쁘지만, 우선 볼거리가 너무 많고 예전만큼 니즈가 없다”며 “IMF를 거치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과거만큼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소속감들이 많이 옅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계속 줄어드는 예산도 걸림돌이다.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라 디지털 전환은 자연스런 현상이나, 비용 절감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줄어든 인쇄 비용 등을 콘텐츠 제작이나 사내컴 활성화에 더 투자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 관계자는 “마른 수건 짜기 한다고 더 줄일 것도 없는데, (예산을) 계속 줄여나가고 있다”며 “리더들이 관심을 가져야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 예단했다.

다른 대기업에 종사하는 사내컴 담당자는 “디지털영상시대에 맞게 사내방송이라는 사내커뮤니케이션 매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넓어지고 좋아졌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사내방송을 활용해 사내홍보, 나아가 대외홍보(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등)에 나서려는 그룹사나 부문·팀들이 많아졌다”면서도 “이러한 요청들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 예산, 설비 등의 부족이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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