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갈 길 가련다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갈 길 가련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6.11.01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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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돌고래유괴단

[더피알=조성미 기자] 지난해 독버섯을 먹고 자연과 하나가 된 최현석 셰프에 이어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인 안정환마저 보내버렸다. 그렇게 매해 한 명씩 보내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약빤’ 영상. B급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엄지척을 불러모은 주역들은 이름마저 독특한 ‘돌고래유괴단’이다. ▷기사 바로가기

이들은 올 상반기 ‘병신 같지만 멋있는 영상’으로 꼽혔던 ‘반하트 디 알바자’를 만들기도 했으며, 비운의 명작 <클레멘타인>을 재해석해 속편을 제작하는 한 마디로 골 때리는 감각의 집단이다. 작품수가 많지 않음에도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는 그들만의 문법을 캐치해낼 정도로 독특한 감성을 폴폴 풍긴다.

많고 많은 동물 중에 왜 하필 돌고래를 노리는 걸까라는 별로 웃기지도 않는 생각을 하면서 인터뷰 장소를 향했다. 좋게 말하면 개성 넘치고 나쁘게 표현하면 ‘똘끼’ 넘치는 모습을 기대했건만 직접 마주한 유괴단의 모습은 ‘우리 샤이(shy)’였다.

말문을 트니 더욱 더 어려운 사람들. 진지한 얘기를 물으면 ‘별 거 없다’는 말로 일축하고 논란거리에 대해서는 ‘내가 연출한 것 아니니까’란 말로 나 몰라라, 조금이라도 오글거리는 얘기는 오글거려서 못하겠다며 웃음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돌고래를 유괴하게 된 사연을 듣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 (왼쪽부터) 이주형 감독, 이민섭 감독, 백종호 pd, 신우석 대표, 황보덕 pd, 서준범 감독

돌고래유괴단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최근 화제가 된 캐논의 바이럴 영상이다. 기존 캐논은 진지한 톤앤매너로 카메라의 전문적 이미지를 소구했다. 그런데 돌연 허세와 유머코드로 180도 변신. 파격적 노선은 어떻게 그려지게 됐을까.

일단 약빤 캐논 영상이 탄생한 과정이 궁금해요.

캐논의 바이럴필름 작업을 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아이디어가 지난해 최현석편과 올해 안정환편에 동일하게 들어가 있는 ‘곰’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기존 카메라 광고를 비틀어 본 것이었는데요. 최고의 사진을 찍기 위해 오랜 시간 미동도 않고 고독하게 기다리다 카메라에 담아낸다는 광고를 보며 광고의 과도하게 감상적이고 진지한 면들을 비틀어보고 싶다는 욕망이 일었어요. ▷기사 바로가기

그래서 기존 광고 전반에 퍼진 과도한 설정과 클리셰를 뒤집어 보기로 했죠. 이렇게 찾아낸 것이 축구공 하나로 세상을 구하는 스포츠 음료의 광고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안정환이 등장하는 첫 번째 에피소드 ‘캐논슛’ 편입니다.

아, 앞서 상반기 히트를 친 반하트 디 알바자 역시 패션업계는 무게 잡고 폼 잡고 멋있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어 보고 싶다는 것에서 출발했습니다.

모델 선정도 탁월했던 것 같아요. 카메라 광고의 허세를 뒤집는다는 의미에서 ‘허셰프’ 최현석과 잘 어울렸고, 선수 시절의 샤프하고 고급스런 이미지에서 현재의 소탈함으로 180도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안정환의 반전 매력도 콘셉트와 딱 맞아떨어졌습니다.

바이럴 영상에서 일종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지난해엔 광고주(캐논)의 기존 이미지를 깨는 작업이다 보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전작의 성공을 기반으로 올해는 저희를 믿어주셔서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작업했어요.(웃음) 추측컨대 내부에서도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분명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을 텐데, 무엇보다 원안대로 진행될 수 있게 결정하고 밀어붙여준 광고주와 대행사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애초에는 후속작 개념은 아니었어요. 전편에서 하나의 코드로 활용된 ‘죽음’을 키워드로 에피소드를 만들면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시리즈가 될 것이라 판단했는데, 광고주 또한 반응이 좋았죠.

하지만 여기에서 고민은 또다시 시작됐어요. 최현석이 등장하는 전편을 본 사람들에게는 새롭게 다가서야 하고, 못 본 사람들에게도 어필을 해야 했으니까요. 그래서 4개의 에피소드 마다 목적과 타깃을 달리했습니다. 세 가지 에피소드는 전작을 안 본 사람들의 시선도 끌 수 있는 내용으로, 마지막 군대 이야기는 최현석편을 재미있게 본 이들이 식상함을 느끼지 않도록 ‘죽음’이란 코드를 확장해 좀 더 강하게 어필하는 방향으로 설정했습니다.

일단 ‘죽음’이라는 소재 자체가 강렬한데, 광고주나 소비자들의 거부 반응은 없었나요?

온라인이 워낙 다양한 의견을 나타내는 곳이지만 크게 문제되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영상에서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고 죽음을 암시하는 간접적 표현으로 위트 있게 표현하기도 했고요.

광고들이 논란에 휩싸여 중단되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때문에 요즘의 바이럴 필름은 ‘선’을 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약빤 영상이라고 해서 밑도 끝도 없이 나가는 것들도 많아요. 그렇다고 해서 꼭 흥행하는 것은 아닌데 말이죠. 그런 면에서 캐논의 영상은 적정선에서 건드려도 되는 부분까지만 잘 터치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죽음 시리즈가 등장할 가능성은?

▲ ‘돌고래유괴단’이 제작한 캐논 바이럴 영상의 한 장면.

그건 광고주님 마음이겠죠(웃음). 웹 콘텐츠나 바이럴 필름의 후속편이 나와 성공적으로 시리즈가 된 사례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이번 영상을 제작하면서 두 번째를 성공시키면 또 하나의 커다란 포맷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캐논이_일년에_한명씩_보낸다’란 해시태그를 복선으로 이용, 시리즈에 대한 야욕을 드러냈죠. 일 년에 한 명씩 보낸다고 했는데 딸랑 두 명만 보내기는 애매하잖아요.(영업용 웃음)

해당 영상이 회사의 공식 채널보다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유머 계정에서 더 많이 소비됐다는 분석도 있네요.

저희는 이게 맞다고 생각해요. 바이럴 필름은 광고보다는 콘텐츠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유머 채널에서 소비되는 것이 당연하죠. 이미 공식 계정을 확인하고 보는 순간 ‘광고네’란 선입견이 들기 때문에 그 재미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고요.

광고주 입장에서는 공식 채널로의 유입도 중요하지만 바이럴 필름의 본질대로 재미있다고 생각해 자생적으로 가져가고 재확산이 이뤄지는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생각해요.

제작자로서 어떤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제작물의 반응을 꼼꼼히 모니터링하는 편인데요. ‘구속시켜야 한다’ ‘마약사범이다’라는 반응이 재미있었어요. ‘이래야 광고지’라는 의견은 기존 광고에서 염증을 느껴 새로운 것을 만들려고 하는 저희 의도를 대중들이 알아주는 것 같아 뿌듯했고요. 또 다른 사람을 태그한 것은 같이 보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캐논 영상의 경우 중간 중간 숨겨둔 장치들을 찾아낼 때는 저희도 놀라워요. 영상을 디테일하게 보고 복선이니 뭐니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니까요.

요즘은 ‘돌고래유괴단이 만들었구나’란 반응들도 꽤 보이는데, 영상의 뉘앙스만으로 저희를 알아채주면 우리의 스타일을 잘 가져가고있음을 확인받는 기회가 되는 것 같아요.

신우석 대표를 중심으로 함께 하고 싶은 걸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해 결성된 돌고래유괴단. 지난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합류한 첫 공채 감독을 제외하곤 대부분 초창기부터 같이해온 멤버들이다. 지향하는 바에 대한 물음에는 ‘없다’ ‘되는대로’라고 답하는 이들이지만 자신들의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근데 왜 돌고래유괴단인 거에요?

사실은 아무 뜻이 없어요. 아무렇게나 지은 이름입니다. 후에 영화를 제작해 돈을 벌면 수족관의 돌고래를 사서 바다에 풀어주자는 이상한 계획이 있었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 사람들이 꿈꾸는 것들이 돌고래라고 생각해 그럴싸하게 갖다 붙였습니다.

여러 가지로 정형화되지 않은 느낌적인 느낌인데 돌고래유괴단의 스타일은 뭔가요.

저희는 기존 광고의 시스템 안에 있던 사람들이 아니에요. 소규모 콘텐츠 제작집단으로 시작해 꼭 광고를 하겠다는 것도 아니었죠. 그저 아이디어를 짜고 좋아하는 것을 만드는 데 힘을 합쳐왔어요.

처음에 모일 때에도 ‘기존의 시스템 안에 들어가지 말고 자주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는 조직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고요. 팀의 모토도 ‘생각대로 가자’입니다.

▲ (왼쪽 하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주형 감독, 신우석 대표, 이민섭 감독, 황보덕 pd, 서준범 감독, 백종호 pd.

그래도 현실적으로 타협을 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있잖아요.

작업을 하다보면 광고 콘셉트가 정해져 넘어오는 경우도 있고 카피(copy)이거나 바이럴 요소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그럼 뒤집어서 광고주에 의견을 제시해 보기도 해요. 때론 기업 이미지에 좋지도 않고 소비자에 각인되지도 않는 아이디어라고 판단해 거절하기도 하는데, 그 내용 그대로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틀린 걸까’라고 질문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결론은 ‘우리 것을 할 수 있는 팀’이 되자는 거. 돌고래유괴단은 따로 영업을 안 해요. 저희를 예쁘게 봐주시는 분들이 제안주시는 일을 하죠. 오히려 이것이 최대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고민하는 원동력이기도 해요. 지금 뭐라도 내놓아야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웃음)

이렇게 지켜왔기에 돌고래유괴단의 시스템을 지킬 수 있었고 방향이 흐트러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 헷갈릴 때마다 ‘한 방이 있는’ 신우석 대표가 돌고래유괴단이 갈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웃음)

앞으로의 행보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콘텐츠에 집중할 겁니다. 무엇보다도 웹에서 통하는 문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재의 웹 콘텐츠들은 저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아직은 웹 콘텐츠의 성공사례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성공문법을 찾는 자가 고지를 점령할 것이라 확신해요.

돌고래유괴단은 그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 이를 담은 자체 콘텐츠를 개발 중이예요. 아직 자세히 말씀 드릴 수는 없지만 내년 상반기 돌고래유괴단의 1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에요. 특히 커머셜과도 닿는 부분이 있어요. 그러니 광고주의 많은 연락 바랍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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