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바라보는 광고업계,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
‘최순실 게이트’ 바라보는 광고업계,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11.10 16: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차은택 사단 전횡의혹에 ‘충격·착잡·허탈’…“세대교체 가속화될 것”

[더피알=문용필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광고계가 술렁이고 있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씨를 비롯, 차 씨와 친밀한 전·현직 광고인들의 연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전통 광고시장의 하향세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광고인들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업계 전체가 매도당하지 않을까 경계하는 분위기다. 아울러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의 불공정 경쟁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지난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후 검찰에 압송되고 있는 차은택 씨. 뉴시스

CF감독 출신의 차 씨가 광고계에서 전횡을 휘둘렀다는 정황이 하루가 멀다하고 양파처럼 드러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포스코 계열의 광고회사였던 포레카를 강탈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포스코는 지난 2014년부터 포레카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이듬해 3월 중소 광고회사인 컴투게더PRK(이하 컴투게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런데 포레카를 인수한 후 지분을 넘길 것을 차 씨 측 인사들이 컴투게더에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광고인 출신이자 차 씨의 측근인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개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9일 송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이름도 언론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관련기사: ‘기승전최순실’에 얽힌 삼성·YG

차 씨가 대기업 광고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차 씨와 연관된 회사들이 단기간에 대기업 광고를 무더기로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설립된 플레이그라운드는 올해 9월까지 6편의 현대차 광고를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플레이그라운드는 김홍탁 전 제일기획 마스터가 대표를 맡고 있는 회사다. 김 대표는 차 씨가 설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모스코스의 대표를 지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플레이그라운드의 실소유주는 차 씨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타나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김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도 했다.

KT는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 집행한 총 24건의 방송광고 중 6건을 차 씨가 대표로 있는 아프리카픽쳐스를 통해 진행했다. 다만, 현대차와 KT 모두 정상적인 발주였다며 특혜가 아니라는 입장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딸이 제일기획에 재직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언급한 차 씨의 측근들이 모두 제일기획 출신인 까닭. 지난 7월 발표되자마자 표절논란에 휩싸였던 국가브랜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에 차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이런 일련의 사건을 바라보는 광고인들의 심경은 착잡하기만 하다. 가뜩이나 TV 등 전통미디어에서 모바일 등 디지털로 광고산업의 축이 움직이는 과도기를 맞아 국내 광고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정적인 여파를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한 모 대학 광고홍보학과 A교수는 “이렇게 부정적인 측면에서 광고업이 부각되는 것은 업계나 광고계 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나 모두 불행한 일”이라며 “정치적인 영향이 업계를 퇴행시키는 상황이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B교수는 “업계가 당장은 위축되겠지만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광고시장의 위축으로)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이라고 언급했다.

광고계 인사 C씨는 “플레이그라운드의 경우 디지털과 접목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허탈해하거나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모 광고회사 D국장은 “이번 사건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광고주들이 갑자기 광고 진행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일반인들 보다는 실제로 일을 주는 클라이언트의 인식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 차은택 사단의 포레카 지분 강탈의혹을 보도한 jtbc 뉴스화면.

이번 사건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 중 상당수가 업계 전반에 두루 인맥을 갖춘 ‘스타급’인 만큼 언급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D국장은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개인적으로 아는 분도 있어서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고 언급했다. 또다른 회사의 E대표도 “다들 힘들어한다. 잘 알던 사람들이 어느 날 검찰 조사를 받는 장면을 보면 기분이 어떻겠느냐”며 “이야기하기 굉장히 조심스러운 분위기”고 전했다.

한편에선 국내 광고업계가 ‘비리의 온상’으로 인식될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차 씨와 그의 측근들이 광고인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한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

여기에 크리에이티브 과정과 결과물을 정확한 금액으로 계량할 수 없는 업의 특성상, ‘대금 부풀리기’를 통해 비자금 조성이 비교적 용이하다는 점도 부정적인 시선의 근거가 된다. ▷관련기사: ‘나쁜 관행’이 반복되는 이유

실제로 올해 들어 광고주에 대금을 과다 청구하는 수법을 통해 1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외국계 광고회사 JWT애드벤처 임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된 바 있다. 이 회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KT&G 직원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D국장은 “안 그래도 이전부터 광고계는 비자금이 많이 돌아다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다. ▷관련기사: ‘비자금 파문’ JWT애드벤처, 이번엔 ‘몰래 폐업’ 논란

반면, B교수는 “몇 사람의 일탈로 인해 광고계 전체가 매도 당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대표는 “광고인은 전문 지식노동자인데 이들이 비리수단으로 전락해서야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참에 불공정 경쟁구조 개선해야”

오히려 최순실 게이트가 광고계의 모순을 타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특정 인맥이나 대기업 계열의 인하우스 에이전시가 좌지우지하는 불공정 경쟁구조를 이번 기회에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D국장은 “특정 라인이 아닌 실력으로 광고회사들이 공정하게 경쟁하는 풍토가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E대표도 “공정경쟁을 위한 업계의 자정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A교수 역시 “인맥보다는 실력과 아이디어로 무장해야 광고계가 발전하지 않겠느냐”며 “자율경쟁 시스템을 업계에 구축하기 위해 업계와 학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C씨는 “앞으로는 인하우스 중심의 경쟁체제를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인맥으로 광고를 수주하는 관행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몇몇 유력 인사와의 인맥이 아닌 SNS같이 오픈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구조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며 “뉴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광고계의 세대교체도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