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한테 안 좋은데, 참 안 좋은데…
기업한테 안 좋은데, 참 안 좋은데…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6.11.21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호식품·뉴발란스 정치적 발언 도마위, 불매운동+기업이미지 ‘이중손해’

[더피알=문용필 기자] 시류에 맞지 않는 중역의 정치적 발언으로 ‘불매운동’이라는 악재에 휩싸인 한국과 미국의 기업이 있다. 건강식품회사 천호식품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가 그 주인공. 소신에 따른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잘못 건드리면 한순간에 기업 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일깨운 케이스들이다.

천호식품은 김영식 회장이 지난 4일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로 구설수에 휘말렸다. 김 회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 ‘뚝심이 있어야 부자된다’에 게시한 글에서 “촛불시위, 데모 등 옛날 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런지 모르겠다”며 “국정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생각을 밝혔다.

▲ 김영식 회장의 발언에 항의해 다음 아고라에 개설된 천호식품 불매운동 페이지. 해당 사이트 캡처

또한 “똘똘 뭉친 국민 건드리면 겁나는 나라, 일당백 하는 나라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해야 되는데 다른 나라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이 무섭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한 ‘촛불 민심’을 비판하는 뉘앙스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한 보수단체가 제작한 동영상을 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대통령이 사람을 잘못 써서 일어난 일일 뿐”이라며 촛불집회 참여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는 내용의 발언이 담겨 있다.

문제의 게시물은 20분 만에 삭제됐지만 언론보도와 인터넷 퍼나르기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온라인상에는 김 회장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고 급기야 천호식품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결국 김 회장은 공식 사과에 나서야 했다.

김 회장은 19일 해당 카페를 통한 사과문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동영상을 올렸다”며 “내용을 파악하고 제 의도와 다르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많아 바로 내렸지만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이고 불찰”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김 회장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불매운동 기류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다음 아고라에 마련된 천호식품 불매운동 동참 서명 사이트에는 21일 오후 기준 3500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서명을 마친 상태다. 시류와 타이밍을 잘못 읽은 CEO의 발언 탓에 위기를 자초한 셈이다.

이와 관련, 온라인 위기관리 전문가인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컨설턴트는 “개인적인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조직의 주요 임원이라면 자신의 발언이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생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온라인 공간은 단지 친한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어디서나 오픈돼서 외부에 공개될 수 있다는 개념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이것이 소비자들의 생각과 반대됐을 땐 사회적 책임을 져야한다. 불매운동이라는 이슈로 불거질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선 뉴발란스가 자사 임원의 대선 관련 발언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발단은 매튜 로브레톤 대외 홍보 사장이 지난 9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언급한 내용. 로브레톤 부사장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인해 향후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이번 대선 결과에 불만을 품은 미국인들의 심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에 반대하는 트럼프의 입장을 두둔한 것이었지만 ‘불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의 모든 정책을 지지한 것처럼 오인 받으면서 뉴발란스 불매운동이 진행됐다.

여기에 ‘뉴발란스를 백인의 운동화로 지정하자’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발언까지 겹치면서 SNS상에는 뉴발란스 운동화를 변기나 쓰레기통에 버리고 불에 태우는 내용의 사진과 동영상들이 쏟아졌다.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뉴발란스는 성명을 내고 “어떤 편견이나 혐오도 용인하지 않는다”며 “트럼프의 모든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천호식품과 뉴발란스가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입은 위기는 비단 불매운동 뿐만이 아니다. 그간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도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김영식 회장은 과거 자사 제품 광고에 직접 출연해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대중 친화적인 기업인으로 인식돼왔다. 최근에는 로또 2등에 당첨돼 당첨금 전액을 출산 지원금으로 기부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뉴발란스 역시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신는 신발이라는 ‘혁신’의 이미지가 퇴색돼 버렸다. 

송동현 대표는 “(두 케이스 모두)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맞다’ ‘안 맞다’의 문제가 아니라 적절성의 문제다.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논란을 만들어낸 것 자체는 부적절할 수 있다”며 “민감한 정치, 사회, 종교 문제에 대해 언급할 경우 부적절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업 임원들에게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으로 권고한다”고 전했다.

수습방안에 대해서는 “개인의 발언을 회사 입장과 분리해야 하지만 CEO라면 그것도 쉽지 않다”며 “자사의 입장과는 다르다는 커뮤니케이션에 나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회사차원의 공식적인 해명 보다는 (문제의 발언을 한) CEO가 개인적으로 나서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돌발적인 커뮤니케이션 위기는 과거 여러 차례 되풀이된 만큼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