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위기관리 이렇게 해보자
2017년 위기관리 이렇게 해보자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7.01.09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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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법을 아는 홍보인, 프로세스 구축하는 관제실로

[더피알=정용민] 이슈관리나 위기관리라는 것이 어느 하나 똑같은 것이 없다. 발생 상황만 놓고 보면 이전과 동일해 보이던 이슈나 위기도 진행되면서 환경이 그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하다가 어느 순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성질이 돼버린다. 당연히 대응 체계나 방식 그리고 전략들도 바뀌어야 한다.

이슈나 위기를 관리하는 주체 또한 모두가 다르다. 체계적으로 훈련돼 있고 그간 실제 이슈나 위기를 관리해 본 역량이 풍부한 기업이 있다. 반면, 회사 규모에 비해 실제 대응 체계나 역량이 다른 유사 규모의 기업들에 비해 모자라는 곳도 있다. 홍보, 대관이나 법무 등과 같은 여러 주요 기능이 탄탄한 기업이 있는 반면에, 실질적인 형태의 법무나 대관 담당자가 하나도 없는 기업도 있다.

국내기업이냐 외국기업이냐에 따라서도 이슈나 위기를 보는 관점이 서로 다르다. 생산 조직을 품고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역시 각기 다르다. 서비스업이 다르고, IT가 다르며, 그 중에서 스타트업들의 이슈나 위기관리는 또 다르다.

‘이슈나 위기관리란 이런 것이다’라고 하나로 정의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기업에게는 절대적인 선(善)으로 보이던 대응 전략이 다른 어떤 기업에게는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 돼버린다.

기업 문화 또한 다르니 심각한 이슈가 발생 했을 때 “대표(오너)가 가시성을 보이셔야 할 때입니다”라는 아주 당연한 조언이 조직 내 광풍을 일으키는 경우도 생긴다. 어떤 상황이라도 각각 조직에 맞추어 각기 다른 대응 조언과 전략을 강구해 내야하는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다.

미디어트레이닝 언제부터인가 이슈나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이야기하면 많은 인하우스에서 우선적으로 미디어트레이닝을 주로 생각한다. 물론 이슈나 위기관리 관점에서 미디어트레이닝이라는 것이 관련 없거나 기본이 아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아무런 준비 없이 미디어트레이닝을 실행한다는 것은 문제다.

트레이닝 시 대표이사나 임원들에게 회사의 주요 이슈들을 질문해 보면 내부적으로 별반 정리된 핵심 메시지가 없는 경우들이 많다. 오히려 “이 경우 우리 회사가 어떤 메시지와 논리로 언론과 이야기해야 하냐”며 외부 컨설턴트들에게 묻는 임원들도 있다.

미디어트레이닝은 회사 내부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주요 이슈에 대한 포지션과 핵심 메시지들을 세팅 한 후 그 각각을 검증해 보는 기회여야 한다. 이미 만들어져 내부 공유되어 있는 메시지와 논리, 근거들을 대표와 임원들이 자유자재로 전달할 수 있는 수준을 만들기 위해서 진행하는 것이 더 이롭다. 아무런 준비 없이 진행하는 미디어트레이닝은 이제 최소화돼야 한다.

매뉴얼 위기관리 매뉴얼도 그렇다. 많은 기업들이 이제 매뉴얼을 가지고 있을 만큼 갖고 있다. 문제는 해당 매뉴얼을 만들어만 놓고 공유하거나 활용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기적으로 교육 훈련이나 시뮬레이션을 통해 업데이트 하지 않는다.

몇 해마다 습관적으로 겉장부터 매뉴얼을 새로 만드는 기업들이 있다. 담당자가 바뀌면 다시 만든다. 더 슬픈 상황은 갑자기 위기관리 매뉴얼을 만들겠다고 여기저기 매뉴얼 자문을 얻고 다니는 경우다.

그런 경우 필자는 이런 질문을 한다. “내부적으로 어떤 위기 상황을 예상하고 있는 건가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로부터 그 회사는 몇 개월 후 바로 대대적으로 언론에 회자되곤 한다. 엄청난 위기와 맞닥뜨린 것이다.

실제로 해당 기업의 실무자와 실무 임원들은 위에서 내려온 ‘위기관리 체계를 구축하라’는 지시의 이유를 잘 몰랐을 수도 있다. 일단 위에서 ‘위기관리’를 말씀 하시니 먼저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위에서 바랐던 위기관리체계란 문서더미인 매뉴얼이 아니었을 수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매뉴얼이 핵심이거나 문제가 아 닐 수 있다. 좀 더 내부에서 진의를 확인하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 절실한 준비 방식을 찾아야 한다.

온라인 소셜미디어 수년전만 해도 소셜미디어를 포함한 온라인 위기관리 대응은 ‘통제(control)’ 개념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온라인을 통제한다기 보다는 그에 대응하는 조직이나 채널 그리고 메시지들을 중심으로 하는 ‘통제 가능한 부분들에 대한 통제’ 개념이었다. 이는 지금도 아주 당연한 핵심 개념이다.

문제는 그간 제대로 된 조직, 채널, 메시지들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들에게서 발생했다. 여러 번에 걸쳐 당하다 보니, 그리고 여러 기업들이 온라인에서 쓰러지는 것을 보다 보니 다른 생각이 드는 게다. ‘온라인은 무엇으로도 답이 없다’하는 일종의 자포자기다.

차라리 체계를 만드는 수고를 하기보다 사후에 청소를 하는 업무로 온라인 위기관리를 정의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누가 무엇을 하더라도 온라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을 하기 전에 ‘우리는 기본적으로 어떤 대응 체계와 역량을 갖추었는가’에 대한 끊임없는 점검과 반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야 맞다.

▲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도 법을 공부해야 한다. 최소한 현 상황과 법적 쟁점들을 제대로 보고, 이와 관련한 향후 법적 대응 프로세스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법무와 로펌 VIP 위기나 대형 위기가 발생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팀은 사내 법무팀이나 로펌 등과 함께 일하게 되 는 상황이 벌어진다.

위에서는 협업을 통해서 좀 더 나은 대응과 환경 조성을 원한다. 그러나 실상은 커뮤니케이션팀이 법무팀이나 로펌과 완전하게 협력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 고민과 관련해 몇 차례에 걸쳐 기고를 했었지만 기본적으로 변호사들의 성향이 대부분 그렇게 협조적이거나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지 않다.

또, 그들이 다루는 이 슈의 성격에 따라서도 커뮤니케이션팀과 공유하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 힘든 건 커뮤니케이션팀이다.

특히나 법조 기자들이 시시 각각 변화하는 상황들에 대해 문의하게 되면 커뮤니케이션팀 수준에서는 제대로 된 설명이나 입장을 피력하기가 힘들다. 당연히 입을 다물게 되거나 별 의미 없는 메시지들로 시간을 허비한다. 위에서 기대한 협력을 통한 보다 나은 위기관리는 요원해진다.

이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들도 법을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고 법과 관련된 자격증이 없는 상황에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을 만한 경계를 넘는 업무까지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최소한 현 상황과 법적 쟁점들을 제대로 보고, 이와 관련한 향후 법적 대응 프로세스를 기본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더 나아가서 법무팀이나 로펌에게 문의할 때 핵심을 짚어낼 수 있으면 더욱 좋다.

법조 기자들을 보자. 법이라는 것이 그리 어렵거나 취득 불가능한 지식이 아니다. 평소 관심을 가지고 여럿이 다양한 이슈들을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것으로도 상당 수준 이해가 가능하다. 앞으로는 법을 아는 커뮤니케이터가 성공할 것이다.

홍보실 기업내부에서 홍보실이 가장 가시적인 리더십을 보여 줄 수 있는 분야가 바로 이슈나 위기관리다. 홍보실에서 고위임원으로 은퇴하신 어떤 분의 말을 빌리자면 “이슈나 위기관리 체계를 사내에서 구축하는 프로젝트는 다분히 정치적인 것”이라며 “최고경영자들에게 홍보부문의 실질적인 업무와 위상을 그대로 보여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방법”이라고 했다.

한 대기업 홍보임원은 “외부 컨설턴트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홍보실)가 내부에서 할 수 있는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적절히 나누어 전달한다는 데 있다”라고 했다. 그 분은 “전략적으로 외부 컨설턴트들을 활용해 사내 최고 의사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는 것도 프로로서의 한 기술”이라고도 했다.

이는 맡겨진 업무, 그리고 제한된 역할을 뛰어 넘어,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내·외부를 아우르는 경영 커뮤니케이션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비전을 가진 홍보 임원들의 이야기다.

이슈나 위기관리라는 분야의 뿌리는 원래 경영학이었다. 커뮤니케이션 부분에서 이를 주로 다루는 것은 다분히 전술적이고 한국적인 업무 분장 환경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기존과 같은 미봉책, 방어, 커넥션에 기반한 모면 등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이제 문제가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정치적인 역량 강화의 포석으로 이슈나 위기관리 업무를 다뤄보자. 책임질 수 없고, 책임지기 어려운 ‘실행’에 대한 부담에서 조금만 벗어나 보자. 대신 체계를 논하고 프로세스와 관제를 홍보실이 담당하면서 변신을 꾀해 보자.

전문 담당 분야에 기반해 사내에서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 배분하고, 이를 관제·통제 하는 역할에 보다 집중해보자. 더 나아가서 평가하고, 환류(어떤 요구나 지지를 받아들이고 이를 다시 반영하는 체계) 관리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지휘해 만들어 보자. 현재와는 다른 더욱더 강력한 조직적 위치를 점하게 될 것이 다. 이 개념은 이미 낯선 것이 아니다.

2017년은 2016년과는 다를 것이다. 달라야 한다. 아무것도 스스로 바꾸지 않으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를 바라는 것은 정말 부질없는 짓이다. 개인적으로도 지난해 여러 이슈 및 위기관리 프로젝트들을 통해 얻은 아픈 인사이트들을 올해는 최대한 실무에 적용해 비슷한 실패를 방지해 볼 생각 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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