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위기관리는 ‘필가근불가원’으로
VIP 위기관리는 ‘필가근불가원’으로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01.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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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초청 ‘제37회 굿모닝PR토크’ 현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서면보고 일상화, 톱다운 지시에 대한 의아한 배경, 가족이나 비선의 상시 개입, 가신 몇몇에 의한 대리와 호가호위, 불법적 사안에 대한 간접지시, 공중에 대한 거짓말, 언론관리, 비밀주의…

열거된 내용들을 보면 청와대발 국정농단 사태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는 “상당수 일반 기업들의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톱(top)의 의중, 공식라인보다는 비선에 의한 의사결정 등이 빈번한 상황에서 VIP의 위기는 그래서 더 관리되기 어렵다.

▲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사진: 성혜련 기자

‘총수·CEO PI와 위기관리’를 주제로 20일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7회 굿모닝PR토크에서 정 대표는 “VIP 위기관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전제로 하라”는 다소 선문답 같은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상적인 모범 답안보다는 현실적인 맞춤 전략이 요구되는 사안의 특수성을 감안한 발언이다.

정 대표는 일본에서 경험한 지진 상황을 비유로 ‘내공쌓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당시 지진경보가 발령된 후 약 1분 뒤에 호텔이 흔들리더라. 작년 경주 지진과 비교할 때 일본의 ‘선경보 후감지’ 시스템은 놀라웠다”며 “이는 반복된 지진 경험과 실행을 통한 개선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VIP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홍보임원의 스킬, 법무팀장의 실력보다는 유관 부서(팀)를 아우르는 협업체계 안에서 반복적인 실행을 통해 대응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적으로 기업 VIP 위기는 경찰, 검찰, 규제기관 등 여러 단계를 거쳐 궁극적으로 법원에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대응시 법무와 대관, 비서, 홍보 등이 풀가동되는데 “각자의 역할 속에서 홍보부서도 관련 법, 수사 프로세스 및 재판 과정을 이해해야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고 정 대표는 조언했다.

내·외부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항상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대표는 “특히 (다툼의) 상대가 있는 경우엔 작은 메시지라도 법적 리뷰 후 내보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VIP 당사자는 물론 홍보임원이나 실무자들이 줄줄이 법정에 설 수도 있다”면서 “위기관리 상황에선 늘 소송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메시징에 대한 철저한 검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VIP 위기관리가 어려운 근본 원인은 사전 진단이 불가하다는 데 있다. 사회적 공분을 샀던 오너가(家) 자제의 개인 일탈행위는 물론 오너리스크의 단골소재인 횡령·배임 등의 문제도 실무단에서 사전에 감지하고 정보를 공유 받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에 대해 정 대표는 “VIP 위기는 핸들링하는 부서들도 비밀 준수 하에 조용히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면서 “결국 홍보팀 등 실무부서에서 할 수 있는 건 사건이 터졌을 때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VIP 위기관리팀이라도 일단 구성해 놓을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필가근불가원’ 원칙을 언급하며 “VIP를 위한 위기관리팀은 가까울수록 좋다. 신뢰를 얻으려면 평상시 홍보부서만의 고품질 정보망을 관리, 유지해 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더피알 주최 제37회 굿모닝pr토크 현장. 사진: 성혜련 기자

기업 VIP 위기관리의 최대 장애물도 ‘비선’일 때가 많다. 비전문가, 친인척, 지인 및 친구 등이 관여하게 되는 순간 통합적 대응체계의 스텝이 엉켜버린다. 

정 대표는 “VIP 이슈나 위기관리에선 100% 비선이 존재한다”면서 “사적 개입으로 홍보, 대관, 법무, 로펌 등의 정보나 대응전략이 배격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특히 비선이 언론 접촉까지 하게 되면 위기관리 성공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진다”며 이를 경계하는 차원에서 평상시 VIP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력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멘탈관리’는 VIP 위기관리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다. 정 대표는 “실제 위기 상황에선 필요한 체계들이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90%라고 보면 된다”며 “사안에 너무 몰입하게 되면 실무자부터 우울증이 와버린다. VIP위 위기관리는 멘탈게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의 보다 자세한 내용은 <더피알> 매거진 2월호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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