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 적응하고 준비하라
가상현실에 적응하고 준비하라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7.01.21 13: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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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보는 것이 믿는 것→느끼는 것이 믿는 것

소셜미디어와 스마트 디바이스로 무장한 대중을 마주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 환경 속에서 2017년 PR인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을 제언합니다.

1. 절대가치 시대 PR인의 생존전략
2. 실시간 PR을 대하는 자세
3. 가상현실의 적응과 준비

[더피알=임준수] 가상현실(VR)이 게임의 영역을 넘어 이제 마케팅과 PR에도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 PR은 기본적으로 현실(reality)에 대한 공중의 지각(perception)에 영향을 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가상현실의 확산은 PR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가상현실의 대중화에는 분명 기술적·자원적 장벽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상현실이 가까운 미래에 PR계에 새로운 빅뱅이 될 것을 예상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페이스북 360이 가상현실 관련 콘텐츠 유통에 필요한 장벽을 허물어뜨리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연동된 페이스북은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동영상 기반 콘텐츠의 중요한 유통과 소비의 창구가 됐는데, 2016년에는 페이스북 라이브에 이어 페이스북 360을 더했다.

누구라도 스마트폰 카메라의 파노라마 기능이나 360도 앱을 이용해 올리면 페이스북에서 360도 영상으로 변환해준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Oculus)사나 삼성의 VR헤드셋을 이용하면 가상현실적 체험을 할 수도 있다. ▷관련기사: 라이브방송 시대 히트 팁

콘텐츠 제작업체들도 360도 콘텐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삼성의 협찬으로 꾸준히 VR콘텐츠를 내보내고 있다. 가상현실의 대중화에 주요 걸림돌로 여겨졌던 화질과 콘텐츠가 계속 발전하고, VR콘텐츠 소비를 도울 수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진화하면서 가상현실이 주는 사회적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스북 360 주목

2006년에 구글이 인수한 유튜브가 동영상 콘텐츠의 대중화를 이루는 데 10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동영상 공유 시장을 영원히 석권할 것 같았던 유튜브가 페이스북 비디오의 맹추격을 받는 데 걸린 시간은 2년도 안됐다. 페이스북을 통한 동영상 공유에서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들의 제작물을 페이스북 공유 친화적으로 재편집해서 올려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다.

이제 방송사의 뉴스는 생방송으로 내보낸 후 편당 에피소드로 디지털화되어 팟캐스트로 공유되고, 인기 있는 보도는 다시 떼어내어 유튜브에 올리고, 이마저도 재편집해서 평균 2분 내의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재공유하고 있다. 주의폭(attention span) 이 짧은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 세대를 위한 적응의 결과다.

동영상으로 구성한 현실이 문자와 사진으로 전달되는 현실을 대체할 수 없듯, 가상현실이 ‘보여지는 그대로의 현실’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가상현실로 전달된 현실은 더 생생한 현장감으로 몰입을 높임으로써 더 강한 기억의 단서를 남기고 더 많은 공감을 일으킬 것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에 VR은 ‘경험’을 이어주는 PR이벤트에 많이 이용될 것 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VR≠360도’…감성에 의존해야

일례로 개발도상국의 주민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사명을 가진 미국의 채리티워터(Charity:Water)라는 비 영리조직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개최한 연말 기부행사에서 엄마를 잃은 한 13살 이디오피아 여자아이가 가족을 위해 매일 동트기 전에 25리터의 물통을 이고 멀리 떨어진 연못에서 물을 구해오는 VR 다큐멘터리를 상영했다.

소녀는 그 연못의 흙탕물에 있는 거머리가 몸에 들어와 자신을 아프게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간호사의 꿈을 가진 이 소녀와 주민들을 위해 채리티워터가 마을에 우물을 파주고 환호하며 소녀가 희망을 갖는다는 이야기로 끝나는데, 기부 행사의 참석자들은 삼성 기어VR을 통해 이 다큐멘터리를 봤다. 행사를 주최했던 채리티워터 관계자는 VR헤드셋을 벗었을 때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참석자들을 무선 할당(random assignment)해서 VR로 본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간의 차이를 본 것은 아니기에 이런 목격자적 관찰을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VR로 시청했을 때 영상 속 화자에 더 큰 공감이나 동정을 느낄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영상을 시청한 참석자들로부터 받은 기부 약정이 애초 기대했던 것을 크게 상회해 약 29억원에 달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중 한 참석자는 6만달러를 약정했다가 나중에 돈을 전달하러 왔을 때 40만달러를 냈는데, 그 이유가 해당 영상을 보고 크게 감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는 “경험하기 전에는 그 어떤 것도 결코 현실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현실의 개념을 정밀하게 확장시켜 보여주는 가상현실 기술은 사용자의 시·공간적 경험과 지식을 확장시켜주는 이른바 공간·현장의 PR을 위해 많이 활용될 전망이다. 특히 박물관이나 전시관, 브랜드의 임시매장, 컨퍼런스나 오픈하우스 등의 행사에서 행해지는 일련의 PR에 많이 접목되리라 본다.

사용자의 경험을 기본으로 하는 비즈니스에서 가상현실의 중요성도 점점 증가할 것이 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협찬에 의존하던 아웃도어 브랜드가 매장의 방문객에게 자사 브랜드의 텐트나 외투가 극한의 추위에서 사람들을 얼마나 잘 보호할 수 있는지를 VR로 보여주는 날이 가까운 미래에 올 수 있다.

경험PR로의 확장

많은 조직들이 사용자 경험을 중시 여기고 강조하는 PR을 시도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이제 포지셔닝에 의한 제품의 상대적 가치보다는 이타마르 시몬슨 교수가 쓴 동명의 책 제목처럼 제품의 ‘절대가치(absolute value)’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케팅 패러다임의 변화가 깔려 있다.

특히 비즈니스 대 소비자(B2C) 영역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기업의 브랜드 자산(brand equity)과 브랜드 충성도(loyalty)는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캐나다 기업 RIM의 블랙베리나 ‘코닥 모멘트’로 세계인의 기억에 존재했던 코닥의 소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 삼성의 주력 상품이었던 갤럭시노트7이 잇단 발화 사건으로 시장에서 피워보지도 못하고 단종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절대가치의 시대에는 제품의 절대가치나 소셜커런시(social currency, 사회관계적 자산 혹은 소셜캐피탈을 쌓고 늘리 는 데 도움이 되는 일체의 것)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면 시장에서 금방 도태된다. 체험의 공유가 소셜커런시를 형성하는 이 시대에 많은 조직들은 사람들의 체험의 공유가 조직이나 브랜드의 ‘현실’ 지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PR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기에 PR인은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경험과 체험들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조직의 의사결정 과정에 신속하게 반영시킬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또 기술적 향상과 플랫폼의 진화에 따라 수많은 동영상 콘텐츠가 가상현실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감에 따라 향후 PR에서도 가상현실의 활용과 영향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학술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지만, 가상현실을 통한 캠페인은 실재감(presence)이나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을 높여주고 특정 상황에 대해 더 직접적이고 생생한 느낌을 주며 현실에 더 큰 공감을 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조직이 의도한 행위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도와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지금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에서 ‘느끼는 것이 믿는 것이다’(feeling is believing)의 시대로 전환 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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