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오보, 패러디도 넓은 의미의 가짜뉴스”
“언론의 오보, 패러디도 넓은 의미의 가짜뉴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2.14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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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단·언론학회 세미나…개념·범위·법규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더피알=서영길 기자] 탄핵정국에서 최근 사회문제로 거론되고 있는 이른바 ‘가짜뉴스(fake news)’. 앞서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세계 곳곳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짜뉴스가 우리사회에서도 혼란을 부추기는 선동수단이 되면서 이를 긴급진단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관련기사: [트럼프 캠페인 복기] 소셜미디어 통한 가짜뉴스 확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언론학회는 14일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페이크뉴스(가짜뉴스) 개념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대학교수, 언론인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이날 세미나에선 가짜뉴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립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팩트체킹 시스템과 관련 법규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14일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페이크 뉴스(가짜뉴스) 개념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14일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페이크 뉴스(가짜뉴스) 개념과 대응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제공

‘페이크뉴스, 풍자인가 기만인가’로 첫 발제에 나선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한국 언론에서 대체로 쓰이는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가짜뉴스의 범위가 너무 넓다”며 “규제를 위해 어디까지가 가짜뉴스의 대상인지 개념 분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오보, 패러디, 루머, 유언비어 등을 예로 들며 이들도 가짜뉴스의 광의적 범주라는 견해를 밝혔다.

황 교수는 가짜뉴스를 “언론의 외형을 띤 일종의 사기물 또는 선전물, 허위정보”로 규정하면서도 “풍자적 가짜뉴스까지 규제될 경우 표현의 자유 침해가 일어날 소지가 있다”고 경계했다. 또 언론과 기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하는 ‘팩트체킹’ 협업 시스템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관련기사: 팩트체크를 말하다

이와 함께 “가짜뉴스라는 용어도 실제 ‘페이크 뉴스’에 대한 포괄적 의미를 담지 못한다. 페이크 뉴스라는 표현을 그냥 사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갈수록 수법이 교묘해지는 가짜뉴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박아란 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은 ‘가짜뉴스에 대한 법률적 쟁점과 대책’이란 주제 발표에서 “앞으로 훨씬 정교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진 가짜뉴스가 등장한다면 이를 판별하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박 연구위원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가짜뉴스는 실정법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특정인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려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전반적으로 규율할 법규는 없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이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을 불러오거나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가짜뉴스는 법적 규율이 필요하다”면서도 “온라인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자를 처벌하려 한 전기통신기본법(제47조 제1항)이 위헌 판결을 받은 것을 고려하면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사 팩트체킹 조직 꾸리는 첫 대선 될 듯

이와 함께 지정 토론자로 참석한 안명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보도심의위원회 심의팀장은 가짜뉴스의 개념적 혼란 때문에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안 팀장은 “최근 선관위에 손학규 의장과 문재인 전 대표가 특정 보도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적이 있다. 살펴보니 문제되는 측면이 있어서 조치를 취했다”며 “이후 이 부분이 기사화되며 타 매체들이 해당 매체를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곳으로 보도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결국은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이 정리가 안 돼 ‘가짜뉴스’라고 언론들이 받아썼던 보도마저 가짜뉴스가 된 셈이다.

또 안 팀장은 가짜뉴스가 횡행하는 현 상황의 근본원인 중 하나로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꼽았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의 언론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가 25개국 가운데 22위를 차지할 정도로 낮았다.

이봉현 한겨레신문 부국장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이 부국장은 “대선을 앞둔 지금 시점에서 정확한 뉴스 보도를 해야 할 책임이 언론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대선은 언론사들이 팩트체킹 관련 조직을 꾸리는 첫 번째 대선이 될 것”이라 보면서도 “개별 언론사로서는 한계가 있다. 복수의 매체나 기관 등이 팩트체킹에 대해 협업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익현 지디넷 미디어연구소 소장은 ‘가짜뉴스’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던졌다. 김 소장은 “가짜뉴스라는 용어에 문제가 있다. 가짜뉴스가 있으면 진짜뉴스는 무엇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주류 언론이 아닌 나머지 언론들이 가짜뉴스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정필모 KBS 방송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관심이 지나치게 과잉된 면이 있다고 주장하며 “기존에 가짜뉴스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고, 같은 맥락의 사안들이 시대에 따라서 확산되거나 변화돼 왔다. 규제나 처벌이 능사가 아니고, 가짜뉴스 같은 잘못된 정보가 생산되는 토양을 개선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방청석에서 경청하던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뉴스에는 가짜뉴스의 요소가 담겨 있을 수 있다”고 정의한 후 “그 중 무엇을 더 중요한 가짜뉴스로 지목해서 팩트체킹을 할 것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교수는 “누가 팩트체킹을 하느냐를 놓고 봤을 때 정치적 문제가 크게 불거질 수 있다”며 “어떤 주체가 가짜뉴스를 선별·검증하는 것 자체가 가짜뉴스 현상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윤 교수는 팩트체커로 대학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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