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술~ 이대로 넘어가도 괜찮을까
술~술~술~ 이대로 넘어가도 괜찮을까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02.23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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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주(酒)님’ 두고 팽팽한 시각차, “현실의 거울” vs. “음주만 조장”

[더피알=조성미 기자] 기쁜 일이 있어 한 잔, 속상해서 한 잔, 슬퍼서 한 잔 그리고 즐거워서 한잔. 우리의 희로애락에서 술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이렇게 일상과 맞닿아 있는 술이 요즘 미디어에서도 단골소재가 된다. 한층 과감해지고 캐주얼해진 주류 마케팅이 젊은층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의 예능은 자연스러움을 포인트로 스타들의 무대 위 모습보다는 일상 속 우리와 같은 편안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에 따라 홀로 사는 스타들의 모습을 살펴보는 관찰예능이나 맛집을 찾아가 군침 도는 음식을 먹고 좋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 다수 선을 보이고 있다.

내추럴 트렌드 속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술’이다. 생활인으로서 스타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술이 등장하는 것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는 치열하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친구들과 혹은 혼자서 한 잔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음주 중 에피소드나 술버릇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간다.

‘미운 우리 새끼’의 출연자인 김건모는 주당 캐릭터로 술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유독 많이 풀어놓는다. 소주 전용 냉장고를 들여놔 어머니를 놀라게 하거나 지인을 초대해 함께 술자리를 갖고, 전국소주지도를 보고 맛기행을 떠나 ‘소주예찬론’을 펼치기도 한다.

여기에 지난 연말에는 집 안에 모아둔 소주병을 이용해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 모습까지 전파를 탔다. 소주병 300개를 씻고 매달아 조명을 켠 이색 트리는 많은 화제를 모으며 시청률 14.8%(닐슨코리아 수도권 기준)를 기록했다.

▲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한 김건모의 소주트리(위)와 ‘배틀트립’을 통해 삿포로로 여행을 떠난 박나래와 장도연이 현지 맥주를 마시는 장면.

먹방 프로그램에서도 술은 종종 등장한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또 먹으며 소주 혹은 맥주가 생각나는 맛이라며 조심스레 술을 곁들이기도 한다.

또 많은 이들이 여행의 즐거움 가운데 국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주(酒)님을 접하는 것을 꼽는 만큼 여행 프로그램에서는 현지 술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최근 방송된 ‘배틀트립’은 원샷투어를 콘셉트로 맥주가 유명한 일본의 삿포로와 중국의 칭따오 여행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술을 메인으로 내세운 프로그램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혼자 술 마시는 세태를 반영한 드라마 ‘혼술남녀’는 혼술을 하며 힘든 일상을 스스로 위로하는 요즘 사람들의 현실적인 모습으로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또한 ‘스타’의 이야기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나눈다는 기획의도로 탄생한 ‘인생술집’은 술을 매개로 한 토크쇼이다. MC 역시 주당으로 잘 알려진 신동엽과 탁재훈, 김준현이 맡았다. 여기에 조진웅, 박성웅, 하지원 등의 배우들과 야구선수 김현수 등 그간 TV를 통해 만나기 힘들었던 스타들이 한 잔 하고 얼굴이 빨개져도 신경 쓰지 않는 등 진짜 술자리에서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스타를 통한 자연스런 ‘술 노출’은 TV뿐만 아니라 소셜미디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생술집이 배우들의 단골집이라면 2015년 11월 시작된 ‘이슬라이브’는 가수들의 취중 라이브를 표방한다. 주당으로 알려졌거나 편안한 느낌의 가수를 비롯해 자기관리가 철저해 보이는 아이돌도 자주 눈에 띈다. 실제로 술을 마시면서 술병과 숟가락을 꽂아 마이크 삼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비쳐지며 평소 보지 못한 가수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술 마시는 스타들

이슬라이브 영상들은 제작사인 딩고뮤직의 공식 페이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채널들로 확산되고 있다. 덕분에 지난달 치러진 ‘서울영상광고제 2016’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등 소셜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영상 콘텐츠로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 참이슬이 제작에 참여하는 ‘이슬라이브’ 다비치편과 처음처럼 모델 수지의 ‘오프 더 레코드, 수지’에 등장한 입간판.

성공에 힘입어 딩고뮤직은 또 하나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네이버TV를 통해 방송되는 ‘오프 더 레코드, 수지’는 인기 아이돌인 수지의 일상과 사생활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수지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음주장면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지인들과 고깃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가하면 집으로도 초대해 술을 즐긴다. 주량이 소주 한병 반이라고 밝히거나 박진영 PD와 술 마시며 연애상담을 한다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롯데주류 처음처럼이 수지를 광고모델로 기용했다는 점도 떠오른다. 영상 안에서 처음처럼이 쓰인 앞치마를 착용하고, 테이블 위 소주에는 수지의 모습이 그려있으며, 자신의 주방에 처음처럼 입간판을 가져다 두는 등 브랜드 노출도 잦은 편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별도로 PPL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수지가 실생활에서 모델로 활동하는 제품을 자주 접하는 것이라 생각된다”고 전했다.

2030 잡아라! 젊어진 주류 마케팅

주류 마케팅에서 소셜미디어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됐다. 술을 즐기는 모습을 인증하는 일명 ‘술스타그램(술+인스타그램)’족이 늘면서 이를 활용한 바이럴도 주류업계의 주요 마케팅 채널이 된 것이다.

우선 롯데주류는 브랜드별로 소셜미디어 페이지를 만들고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사진에 다양한 효과를 넣어 재미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롤리캠과 콜라보레이션해 꾸밈 툴을 제공하거나, 클라우드의 모델 설현 이모티콘을 밴드에서 배포하기도 했다. 또 수지와 함께 술을 마시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안주패키지 ‘혼술상’은 매번 빛의 속도로 매진된다.

▲ 인스타그램에 ‘#술탄오브콜라’로 올라온 게시물들.
보해양조 역시 소셜미디어를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제품명부터 소셜미디어 세대의 문법을 따른 탄산주 ‘부라더#소다’를 출시하고 시즌 한정판 제품 역시 ‘#딸기라 알딸딸’ ‘#풋사과라 풋풋’ 등 튀는 네이밍을 선보였다. 여기에 론칭부터 2030 소비자를 겨냥,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하는 것은 물론 광고모델의 모습을 담은 이모티콘도 배포했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술탄오브콜라酒’의 경우 ‘19금 콜라’를 표방하며 용기도 355ml의 캔으로 제작했다. 콜라에 위스키를 탄 맛이라는 새로운 자극에 소비자들 스스로 제품을 맛보고 인증샷을 공유, 인스타그램에서 ‘#술탄오브콜라’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는 등 자발적 바이럴 효과도 누렸다.

무학의 ‘좋은데이’는 우리나라 명소 곳곳에서 좋은데이가 새겨진 소주잔을 들고 있는 이미지를 공식 인스타그램에 공유하고 있다. 멋진 풍경과 함께 술을 즐기는 좋은 날이라는 의미를 담아 감성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셈이다.

이처럼 주류 마케팅이 캐주얼해진 것은 최근 불어 닥친 저도주 열풍과 닿아 있다. 과일향을 가미해 알코올 도수를 낮춰 젊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만큼 패셔너블하고 경쾌한 느낌의 마케팅이 함께 진행되고 있다. 초록색의 소주병이 아닌 페트나 캔 패키지를 내놓거나 인기 캐릭터 제품과 콜라보레이션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앞서 저도주 열풍을 이끌었던 과일소주들이 론칭 초기 구하기 힘든 제품으로 여겨지며 희귀템을 맛본 이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증·공유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마케터가 되면서 소셜미디어가 주류 마케팅의 한 가운데 자리하게 된 것이다.

집에서 혼자 가볍게 즐기는 ‘혼술’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술상을 공유하는 이들도 부쩍 많아졌다. 때문에 주류업체들도 자발적 마케팅을 꾀하며 소비자들의 인증욕구를 자극하거나 공유할 만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처럼 술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흔하고 친밀한 ‘일상템’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9월 대한보건협회는 이슬라이브가 청소년들의 음주를 조장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영상 자체가 술자리의 흥과 분위기를 담아내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모방심리를 자극, 음주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주류광고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뉴미디어의 확산에 발맞추지는 못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형애 대한보건협회 기획실장은 “유튜브 등 소셜채널의 경우 주류업체의 주타깃은 2030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것과 더불어 청소년의 접근이 쉽다는 문제도 있다”며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한 광고의 경우 변형이 가능하고 또 인터랙션하기 때문에 광고스럽지 않은데다가 규제기준이 없으니 주류업체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김건모의 소주트리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출연자가 술을 마시는 장면을 방송한 ‘미운 우리 새끼’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음주장면을 반복적으로 보여줘 음주를 미화시켰다고 판단, 심의규정 28조(건전한 생활기풍) 위반 사유로 논의를 진행했다. 그 결과 해당 프로그램은 ‘심의위반’ 보다는 약한 ‘의견제시’로 징계가 내려졌다.

희로애락 vs 음주조장

이처럼 미디어를 거치며 음주문화가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에 대해 마케팅을 진행하는 주류업계에서도 신중한 모습이다. 지나친 음주는 지양하면서 국민정서 안에서 소비자에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을 연구해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오비맥주 백주환 차장은 “기업이기에 광고를 집행하면서도 술을 무모한 행동과 함께 담지 않는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주류 양문영 수석은 “술은 태생적으로 부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마케팅도 너무 재미있게만 가면 안 된다”며 “음주문화 조장으로 오프라인 마케팅에 제한을 많이 받기 때문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처음처럼이 한정판으로 내놓은 ‘혼술상’은 소셜미디어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김동석 엔자임 대표는 백해무익한 담배와 술은 다르다고 전제하면서 “고주망태가 되는 과음 폭음, 중독이 되는 부분은 경계해야지만 술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무시할 순 없다”면서 “중독은 심각하게 받아들여 근절을 위해 노력해야지만 일반인들이 음주를 즐기는 것까지 제재를 가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김 대표는 “주류업계 스스로 프로모션 과정에서 양심에 따라 선을 넘지 않아야 하며, 발생하는 비의도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적극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단순히 수익을 나누는 것을 넘어 음주의 폐해나 중독 치료 등 주류 마케팅 활동으로 생기는 부정적 효과를 상쇄해 나가는 측면에서의 CSR활동이 적절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기업 스스로 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편에서는 규제가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보건협회 방형애 기획실장은 “매체 집중도가 높은 방송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나 ‘애주가’라는 이름으로 음주 후 실수담이나 주량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쉽게 오간다”며 “이들이라고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은 아닐 텐데 주당 캐릭터에 맞춰 매번 술 마시는 모습이 노출되는 점에서 방송이 음주를 조장·과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비속어 등 방송에 부적절한 표현을 짚어주듯, 음주와 관련된 이야기를 자제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또 드라마 등에도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등장해 당당하게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드라마 및 연예오락의 음주자연 심의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정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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