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님들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2.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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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오리콤 ‘이것저것팀’의 이런저런 이야기

[더피알=서영길 기자] ‘지금 뭐해’ ‘어. 이것저것’ 참 애매모호한 말이다. 무언가는 하고 있지만 정확히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크리에이티브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광고판에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두루뭉술한 표현 아래 뭉친 이들이 있다. 글자 그대로 ‘이것저것팀’. 하지만 결성된 지 2년밖에 안된 이들이 광고계에 던지고픈 메시지는 전혀 두루뭉술하지 않다.

▲ (왼쪽부터) 박종문 차장, 여희정 대리, 김민정 대리, 황원 차장, 안양우 팀장. 사진: 서영길 기자

폭풍전야란다.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서울 논현동 오리콤 사무실에서 이들이 처음 던진 말이다. 뭘 하기에 그렇게 바쁘냐는 물음에 돌아온 대답. “이것저것 하느라 바쁩니다.” 아재개그로 첫인사를 나눈 오리콤의 어벤저스는 결성된 지 2년 남짓하지만 실험정신을 발휘하는, 광고계에서 그야말로 ‘핫한’ 팀이다.

리더인 안양우 팀장(크리에이티브디렉터)을 필두로 황원 차장(카피라이터), 박종문 차장(아트디렉터), 김민정 대리(카피라이터), 여희정 대리(아트디렉터)까지 총 5명. 저마다 합류한 시기는 달라도 “다섯이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팀 결속력이 대단하다. 팀장을 구심점으로 알음알음 모인만큼 이것저것스러운 정체성도 명확하다.

팀이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합니다. 

안양우 팀장(이하 안 팀장) : 오리콤이 아무래도 광고회사 중에선 가장 오래된 조직이다 보니 쇄신이 필요한 시기였어요. 이때 박서원 부사장이 부임했고, IMC그룹을 표방하면서 조직을 정비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근간을 모두 흔들 수 없어 실험성을 갖고 이것저것 시도해 볼 수 있는 팀으로 저희가 구성된 거죠. 개인적 생각으론 그 실험은 아직도 진행형이고요.

요즘엔 팀명도 다들 있어 보이게 만드는데, 이것저것팀은 단순하면서 재미있어요. 머리에 쏙 박히는 이름은 누가 지었나요.

안 팀장 : 팀을 꾸릴 준비를 하면서 저와 박 부사장이 ‘팀 이름을 뭐로 할까’하며 가볍게 대화중이었어요. 그러다 제가 ‘이것저것 하니까... 뭐가 좋을까요?’라고 반문했는데, 박 부사장이 ‘그래 그거 좋네. 딱 맞아’라며 정해진 팀명이에요. 거창한 의미를 담진 않았어요.(웃음) 하지만 그 당시에도 디지털 전문으로 갈지, 모바일 플랫폼으로 갈지 전혀 콘셉트가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광의의 이름을 짓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이것저것팀의 현 멤버들은 2기로 볼 수 있다. 창단 멤버들은 개인 혹은 회사 사정 등으로 보직을 이동했다. 안 팀장을 제외하곤 이 팀에서 가장 오래 활약한 멤버는 의외로 제일 막내인 여희정 대리다. 그 밖에 황원 차장과 김민정 대리가 1년여 동안 몸 담고 있고, 박종문 차장은 이제 5개월차다.

▲ (왼쪽부터) 안양우 팀장, 여희정 대리, 황원 차장, 박종문 차장, 김민정 대리.

다른 분들은 팀명이 마음에 드나요.

여희정 대리(이하 여 대리) : 퀵 주문할 때 마다 아저씨들이 자꾸 되물어요. 보내려면 소속을 밝혀야 하는데 이것저것팀이라고 하면 장난하는 줄 알아요.(웃음) 구구절절하게 설명하기도 힘들어요. 올해는 이제 그만 좀 바꿨으면.(웃음)

안 팀장 : 저도 대출받을 때 한번 씩 다시 질문을 해서 직원도 당황하고 저도 당황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밖에서 이것저것팀이라고 하면 말장난하는 걸로 오해해요. 그래도 전 맘에 들어요.

팀원들은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따로 선발 기준이 있었나요.(이 질문을 듣자 안 팀장은 팀원들에게 되물었다)

안 팀장 : 대체로 이 업계는 지인이나 소개 등으로 인원을 데려오거든요. 근데 제가 팀원을 선발하면서 거절당한 경우가 좀 있었어요. 이 팀의 정체성이라든가, 불확실성 또는 일반 광고팀으로 가지 왜 이런 특이한 팀으로 가야하나 같은 이유로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우리팀 구성원들에게 왜 이것저것팀에 합류했는지를 묻고 싶어요.

황원 차장(이하 황 차장) : 경력이 좀 되면서 매너리즘에 빠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기존 광고를 만드는 메커니즘에요. 안 팀장의 제안이 새로운 걸 해볼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갖게 했어요. 꼭 광고주가 하라는 것만 하는 게 아닌, 뭔가 아이데이션(ideation)하고 재밌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또 향후 광고회사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있었죠. 거기에 이 팀이 부합할만한 콘셉트였구요.

▲ 이것저것팀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한 의자받이 문구.

박종문 차장(이하 박 차장) : 요즘 다들 디지털 쪽으로 가더라고요. 저는 '꼭 디지털로 가야하나?' 하는 의문이 들었죠. 근데 면접을 하면서 이것저것팀이 광고든 디지털이든 어떤 한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브랜딩을 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꼈어요. 근데 막상 와 보니까 힘들긴 하네요.(웃음) 어쨌든 저는 브랜딩 할 수 있는 관점에서 봤을 때는 이것저것팀이 확실하다고 생각해요.

안 팀장 : 여담이지만, 박 차장 말대로 저도 요즘 광고회사가 유행 따라 흘러가는 것에는 불만이에요. 대행사가 본연의 임무인 컨설팅, 마케팅 혹은 더 큰 것까지 고민할 수 있는 집단이 돼야지 자꾸만 조그만 콘텐츠 하나에 매몰되서 그냥 흘러가는 듯 해요. 이런 점이 결국 광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것 같아 맘이 편치 않죠. 그래서 이것저것팀의 존재가 꼭 필요한 거고요.(웃음)

여 대리 : 어느 한 곳에 국한돼 있지 않고 다양한 방면으로 일해 볼 수 있고, 또 가능성도 많은 팀이라고 느껴져서 왔어요. 이것저것팀에서 많이 시도하면서 저를 성장시킬 기회도 많이 생길 것 같아서.

김민정 대리(이하 김 대리) : 저는 미래, 비전 이런 것 보다 이것저것팀에 가면 재밌는 게 많을 거란 기대가 컸어요. 클래식로얄, 배달의민족 등 제작한 광고를 보면서 오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면접 때 안 팀장님이 ‘나한테 궁금한거 없냐’ 물으셔서, ‘지금 하는 일 재미있느냐’고 하니 ‘재미있다’라고 하시더라구요. 더 가야겠다 마음먹었죠.(웃음)

크로스오버를 추구하는 타 광고회사팀과의 차별성을 어필하신다면.

안 팀장 : 보통은 광고주가 ‘이건 이렇게 해주세요’라면서 숙제를 주잖아요. 그럼 대행사에서 숙제에 대해 분석 후, 솔루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됩니다. 근데 저희 팀은 광고주가 숙제를 주기 전에 그 문제에 같이 참여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해요. 즉 마케팅 관점에서 첫 단계부터 같이 문제를 공유하고, 그 솔루션을 찾아나간다는 점이 다른 대행사와의 차별성이라고 볼 수 있죠.

박 차장 : 업계의 시각으로 보면 팀명의 각인이 잘 되는 게 확실한 차별성 같아요.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버리질 않아요.

황 차장 : 아 저희 팀 이름이 주는 효과가 있어요. 오히려 광고주 쪽에서 ‘오리콤에 이것저것팀이 있다든데’ 하면서 뭘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이름 자체가 직관적이다 보니까 ‘이런 것도 해줄 수 있나’하고 거꾸로 일이 들어와요.

▲ 안양우 팀장과 여희정 대리가 사무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서영길 기자

이것저것팀 숙명답게 통합적 업무를 다 숙지해야 할텐데, 그러면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안 팀장 : A부터 Z까지 다 소화 할 수는 없어요. 저희가 아이디어를 내고 그걸 구체화하고 수행하는 단계에서는 아웃소싱을 하게 되죠. 확실히 온라인이 됐든 디지털이 됐든 업체랑 협업을 하다보면 아쉬운 부분들은 보여요. 그래도 전문성이 떨어진다고까진 생각하지 않아요.

김 대리 : 내부에서 모든 걸 소화하자는 주의는 아니에요. 예를 들면 무산되기는 했지만 심지어 웹드라마도 만들자는 계획을 짜긴 했어요. 그렇다고 저희가 시나리오를 짤 수는 없고, 우리 취지랑 맞는 작가 분을 섭외해서 같이 협업을 하는 시스템이 맞다는 거죠.

그간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꼽자면 뭐가 있을까요. 

여 대리 : 이런쨈병, 추자삼춘네, 배민의류 패션쇼 등 저희 콘셉트에 맞게 진행된 프로젝트가 기억에 남아요. 특이하게는 아직 론칭이 안됐는데 패션관련 앱(101, 원오원) 개발도 있고요.

안 팀장 : 배민의류 패션쇼요. 배달의민족이랑 했던 건데, 2015년 3월에 시작해서 그해 10월 패션위크때 쇼를 했어요. 이때도 ‘패션쇼를 하고 싶어요’라는 숙제를 받고 쇼를 진행한 게 아니고, 광고주와 처음부터 같이 고민하며 제안했어요. 결과적으로 브랜딩을 강화하고 싶었던 저희 의도는 성공적이었죠. 광고주가 굉장히 맘에 들어 했고, 일회성이 아닌 브랜드로까지 발전했기에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고 이런쨈병은 회사 내에서 진행한 프로젝튼데, 연말에 CSR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저희가 참여해 같이 계획을 짰어요. 그 당시 여름 태풍이 많이 와서 낙과가 많아 농민들이 힘들어 한다는 기사를 접하고, 이걸 도와주자고 결심했죠. 그러다 보니 과일을 어떻게 할까... 낙과라 상품성이 떨어져 팔수는 없고, 그럼 잼을 만들자 해서 만든 거에요.

▲ 이것저것팀이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진행한 배민의류 패션쇼(왼쪽)와 사내 프로젝트 이런쨈병. 오리콤 제공

각자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방식이나 노하우가 있을 텐데, 살짝 들려줄 수 있나요. 

여 대리 : 고전영화, 예술영화 보는 걸 좋아해요. 마음에 드는 장면, 표현 기법 등이 있으면 캡처해놓고, 이런 콘셉트에서는 이런 게 필요할 것 같다 싶으면 찾아보는 거죠. 실생활에 서 아이디어를 많이 찾으려고 노력해요. 결론은 많이 노는 만큼 인풋도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많이 놀아야 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웃음)

박 차장 : 저는 쉴 때 잠만 잘 때가 있고, 아예 집중해서 5~6시간 일에 대한 생각을 할 때도 많아요. 선택과 집중을 하는 거죠. 쉴 때는 확실하게.

황 차장 : 노하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웃음) 저는 광고를 즐겨봐요. 그냥 보는 게 아니라 관점을 달리해서 이걸 차용할 수 있나 하고 보는 거죠. 같은 카테고리가 아닌 전혀 다른 광고를 보면서 아이디어를 캐치할 수도 있고 또 풀 수 있겠구나 하고 공부해요.

▲ 이것저것한 플랜이 가득한 박종문 차장의 책상.

김 대리 : 저는 이런 질문 정말 많이 받아요. 근데 저도 궁금하거든요. 다른 광고인들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낼까하고. 저는 광고주가 하고픈 말, 브랜드가 하고픈 말을 소비자가 듣고 싶은 언어로 바꿔주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사람을 많이 만나요. 광고인이 아닌 사람들을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거든요. 시간이 안될 땐 출퇴근 시간에 다양한 인터뷰를 찾아봐요. 아이디어 숙제가 오면 그 분야의 인터뷰를 보며 거기서 힌트를 얻기도 하죠.

안 팀장 : 아마 광고인들이라면 다 똑같은 고민을 할 거에요. 저도 대리 때는 남의 것도 막 보고 이런 저런 연구 많이 했어요. 그 연차 땐 다 비슷한 과정을 겪는 거죠. 지금은 숙제를 맹목적으로 해결하려 답을 찾는 게 아니고, 왜 그런 숙제를 줬을까부터 고민하다 보니 그들이 원하는 답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걸 얻게 됐어요.

예전 보스가 광고인이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소비자, 광고주, 광고인이 좋아하는 광고가 다 다르거든요. 광고주가 좋아하는 광고는 대체로 뻔한 광고, 나쁜 것은 없는데 딱히 좋은 것도 없는 광고가 되기 십상이죠. 결국 그런 의미에서 광고인이 좋아하는 광고를 만들어야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먼저 소비자를 이끌 수 있어야죠. 이런 생각들이 지금 이것저것팀의 색깔과도 부합하고요.

앞으로 이것저것팀의 큰 그림을 이야기해주세요. 

안 팀장 : 아까 지인들에게 팀에 합류해 달라고 제안했는데 거절당했다고 했죠? 저희가 보여줘야죠. 저희가 가는 길이 광고계에서 꼭 필요했던 길이라는 걸. 그래서 합류 안 한걸 후회하게 해줘야죠.(웃음) 저는 이것저것팀을 꾸리며 5년 안에 이 팀의 정체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제 3년 남았네요. 아직까지는 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회사처럼 좁히고 들어가는 게 아니라, 큰 명제 안에서 누군가에게는 답을 줄 수 있는 팀이 되고자 하는 거고요. 아이디어로 뭐든지 할 수 있고 해결 할 수 있는 팀, 말 그대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팀이 저희의 방향성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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