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대선후보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 김동진 (hasom75@hanmail.net)
  • 승인 2017.03.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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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에만 고개드는 차별금지법, 정치적 계산 없어야

처음 차별금지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굳이 법으로까지 만들어야 하는 현실에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나이, 장애, 병력, 출신국가, 출신민족, 인종,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종교, 사상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성소수자를 위한 법으로 생각한다. 물론 성적 성향도 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이다.

▲ 차별금지법은 다름을 이유로 차별받는 우리사회의 불합리를 개선하자는 취지다. 픽사베이

차별금지법은 선거 때마다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이번 조기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한때 강력한 대선후보였지만 결국 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현재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차별금지법과 관련, 동성애를 지지하지는 않지만 성소수자가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다소 모호한 발언으로 반발을 낳았다. 사랑의 여러 가지 형태 중 하나를 지지하거나 지지하지 않는 것이 과연 가능한 행동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고기를 아주 좋아한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을 이해할 수 없지만 채식주의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고기나 채소를 먹는 것은 개인의 취향과 관련된 것이지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없다. 여기서 ‘지지’라는 말 대신 ‘이해’와 ‘인정’이라는 말을 넣는다면 모순이 사라진다. “나는 이성애자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이해할 수 없다. 다만 동성애라는 사랑의 또 다른 형태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성적 취향으로 인해 차별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면 어땠을까.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자기 편의대로 해석하고 고치려 한다. 그러나 가끔씩 스스로도 나의 말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데 타인의 말과 행동을 이해하려 하는 것은 오만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나에게 어떤 피해를 주지 않는 한,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세상에는 ‘아침형 인간’이 있고 ‘저녁형 인간’이 있다.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멜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물론 둘 다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은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지, 나와 다르다고 지지하지 않거나 억지로 고치려 해선 안 된다.

동성애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고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고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성적 성향일 뿐이다. 동성애가 공론화되면서 어쩌면 호기심에 한두 번 끌릴 수는 있겠지만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성 정체성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는다. 성적 정체성은 머리 스타일을 바꾸거나 자신이 평소 입는 옷과는 다른 스타일의 옷을 한번 입어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또한 치료될 수 있는 정신적인 질병도 아니다. 언제 깨닫는가에 따라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타고 나는 것이고 본능에 가까운 것이다.

▲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 참가자들이 동성애 혐오를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많은 정치인들이 평소에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막상 선거에 닥치면 입장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동성애를 인정하지 않는 보수적인 기독교 유권자들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장이나 신념에 의해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표를 얻기 위해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바꾸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도 지난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공약에 포함됐는데 이번에는 소극적이다. 견해가 바뀔 수는 있지만 그렇다면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비단 문 후보 뿐만이 아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재명 성남시장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대권주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

성적 취향이나 성별, 장애, 인종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는 정치적 계산의 대상이 아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당연한 사실을 깨닫고 하루 빨리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길 바란다.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이 있는 그대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김동진 

한때 배고픈 영화인이었고 지금은 아이들 독서수업하며 틈틈이 글을 쓴다.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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