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PR을 위한 법(法)
이 시대 PR을 위한 법(法)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04.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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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관련 법은 기본, 명예훼손·공정공시제 등도 필수…잘못된 메시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더피알=박형재 기자] PR과 마케팅에 역할이 국한됐던 홍보인들도 법을 알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제품리콜, 오너리스크, 저작권 등 각종 이슈에 대처하려면 법적 판단과 절차를 알고 있어야 적절한 대응전략을 짤 수 있기 때문이다.

법률자문 (가나다 순)
강현철 법무법인 공명 변호사 
김재헌 법무법인 천고 대표변호사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원회 홍보팀장

기업 민낯이 드러나고 비밀이 사라진 시대다. 각종 이슈에 휘말리거나 선제적 위기관리에 실패하면 대기업도 한방에 훅 간다. 리콜 등 제품 관련 이슈부터 블랙컨슈머 대응, 청탁금지법까지 법적 분쟁 시한폭탄이 도처에서 째깍댄다. 그러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찾기 어렵다. 

홍보인이 법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식품, 유통, IT 등 기업 관련법은 물론 명예훼손, 공정공시제 같은 기본 법지식을 갖춰야 업무에 무리가 없다. 때론 잘못된 메시지, 보도자료 하나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기업에 타격을 주기도 한다.

홍보팀이 알아야 할 법적 분쟁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기에 평상시 숙지하고 있어야 탈이 없다.

실제로 ◯◯통신사는 보도자료에 경쟁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아 명예훼손 소송에 휘말렸다. △△기업은 공시하지 않은 내용을 보도자료에 포함시켜 공정공시제 위반으로 과징금을 맞았다. □□기업은 의약품으로 의심될만한 홍보 문구를 사용해 제품 판매가 중단됐다.

게다가 오너이슈 등 대규모 법적분쟁시 홍보와 법무가 함께 전략을 수립해야 제대로 된 이슈관리가 가능하다. 사건 터지면 최고경영진을 비롯한 핵심인력들이 한곳에 모이는데, 홍보가 법을 모르면 법정재판만을 고려한 전략이 나오기 십상이다. 사과 타이밍을 놓쳐 불매운동이 벌어지거나 화난 소비자를 자극하는 메시지로 헛발질을 한다. 법정재판에서 이겨도 여론재판에 패소해 브랜드가 너덜너덜해진다.

대기업 홍보임원 A씨는 “홍보와 법무는 업무 접근방식이 정반대다. 홍보는 적극적인 사과로 비판여론을 달래야 하지만, 법무는 ‘사과=잘못 인정’으로 여겨 법정에서 불리하다는 입장”이라며 “결국 법을 어느 정도 알아야 적절한 개입 시점과 메시지를 내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분쟁 생활 곳곳에

홍보팀이 알아야 할 법적 분쟁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한다. 단순하게는 블랙컨슈머 논란이 있다. 실제 ◇◇파스타 전문 체인점에서 생긴 일이다. 고객이 해산물 파스타를 시켜 먹다 조개껍데기 때문에 이빨이 깨졌다고 항의했다. 회사에 치료비를 요구하는 한편 인터넷에 부정적 게시물을 올려 회사를 씹어댄다. 이 경우 홍보팀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당시 법률전문가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해산물 파스타엔 당연히 조개가 들어가고, 조개를 씹으면 안 된다는 것은 일종의 ‘허용된 위험’이므로 고객 책임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반면 이런 경우도 있다. 유명 농구선수 역시 ◎◎초콜릿을 먹다 이빨이 깨졌다고 주장했다. 초콜릿이 굳고 녹는 과정에서 딱딱해진 부분을 씹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주변 지인과 SNS에 올렸다. 그러나 초콜릿 먹다 이빨 깨졌다는 논리는 상식적으로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 이번에도 법률가는 “소송 진행해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결과적으로 어떻게 됐을까. 파스타 고객은 사측에서 소송을 걸었고, 초콜릿 고객은 회사에서 치료비를 내줬다. 소송까지 갔을 때 승소 여부와 기업 이미지 실추 사이에서 고민하다 내린 결정이다.

기업마다 꼭 알아야 할 법조항들도 있다. 예컨대 반도체 기업의 경우 최신 기술을 공개하면 산업기술유출방지법에 저촉된다. 그러나 같은 반도체기술이라도 4기가램은 공개 가능하고, 16기가램은 불가능할 수 있다. 홍보가 이런 차이를 알아야 공개 범위를 두고 법무와 대화가 된다.

유사시를 대비 홍보인들이 기본적인 재판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두꺼운 법전 속에서 사실 홍보인이 꼭 알아야 할 법률은 많지 않다. 기업 관련법, 경제 관련법, 노무·환경·재무 등 기초적인 내용을 알면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 물론 법적 논리로 무장하면 사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을 수 있다.

만일 회사 공장에 간판을 하나 세운다고 치자. “지금 우리가 만드는 광고물은 관련법에 의거해 가로세로 규정과 내용 모두 어긋나므로 설치하면 안됩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이 간판 너무 큰데요?”라고 말하는 것. 어느 쪽이 설득력 있나. 만일 홍보가 내버려뒀는데 법무가 해당 사실을 지적하면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다.

이런 경우도 있다. 홍보인 B씨는 어느 날 타블로이드 신문에서 대표 얼굴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비판기사를 발견했다. 그런데 악의적으로 편집된 대표 사진이 알고 보니 기업에서 찍은 것이었다. 사내 법무팀과 상의해 초상권 문제를 제기했고 언론사는 해당 사진을 내려줬다.

홍보인 B씨는 “그냥 이야기하면 씨알도 안 먹히지만, 법적 근거에 기반해 설명하면 수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홍보인들은 사내 법무, 재무, 인사 등과 두루두루 네트워크를 갖고 법이나 제도 변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재판 절차는 알도록

홍보인들이 기본적인 재판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이 이슈에 휘말렸을 때 적절한 메시지 전략, 여론 대응 타이밍 등을 재기 위해서다. 이슈·위기관리 업무는 법무팀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지만 홍보팀이 전략적으로 개입할 경우 사태 수습이 원활해진다.

재판은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으로 나뉜다. 형사는 기본적으로 처벌해달라는 것이고 민사는 대체로 돈을 달라는 문제로 생각하면 쉽다. 재판은 1심, 2심, 3심까지 진행되는데 민사의 경우 각각 6개월~1년 정도 소요된다. 반면 형사는 피해자의 데미지가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판결나며 민사에 비해 처벌규정이 훨씬 엄격하다. 소송은 민·형사 동시에 진행하거나, 형사가 결론난 뒤 민사를 따로 진행하기도 한다.

기업에서 법적 분쟁에 얽히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로 오너리스크(개인 분쟁)와 제품 관련 이슈다. 오너리스크는 음주, 폭행, 성추문, 폭언과 갑질 등 사건사고가 많고, 제품 이슈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만일 기업 오너가 형사소송에 휘말려 구속될 위기에 처한 경우 풀려날 기회가 총 3번 있다. 영장실질심사, 구속적부심 심사, 병·금품 보석이 그것이다. 기업에서는 이 시점에 맞춰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너가 구속되기 전 법원이 신병 구속 여부를 따지는 것이고, 구속적부심은 구속된 상태에서 ‘내 구속이 타당한지 심사를 한번 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마지막으로 재판 단계에서는 병 보석과 금품 보석을 신청할 수 있다.

이는 법무팀 업무라고 할 수 있지만 홍보팀도 반드시 알아두면 좋은 내용이다. 만일 기업 오너의 신병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구속되기 전 아직 영장심사가 남았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본다거나 구속적부심 심사를 통해 빼내는 방안, 보석을 신청할지 말지 여부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

이밖에 피해자와 합의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재산 피해가 있는 범죄의 경우 형사처벌 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재산적 피해 회복 여부가 중요한 양형 기준이기 때문이다.

컨설팅회사 C대표는 “기본적인 형사소송법이나 민사소송, 재판 프로세스를 모르면 기업 위기관리 과정에서 변호사들과 엇박자를 내고 수동적으로 따라가게 된다”며 “선고, 구형 등 기본적인 법정용어와 절차를 알아야 PR전략이나 메시지 전략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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