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_브랜드를_기술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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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원 (thepr@the-pr.co.kr)
  • 승인 2017.04.13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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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인공지능 핵심은 엔지니어링 아닌 이모셔닝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CES 2017의 승자는 전시회에 참석하지도 않은 아마존이었다. 올해 CES의 주요 화두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VR 등이었지만 그 기술들의 실행을 인간과 연결해주는 것은 결국 음성인식 비서였다. 그것을 현실에서 이미 실현하고 있는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가 바로 아마존이었던 것이다.

아마존은 CES 2017에 공식부스를 마련하지도 않았지만 가장 큰 존재감을 보였다. 전시회에 참가한 주요 글로벌 IT기업들이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자동차, 로봇, 생활가전 등을 대거 공개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선보인 가정용 로봇, GE가 만든 조명도 알렉사의 음성명령으로 제어된다. 레노버의 PC 역시 알렉사를 탑재해 음성으로 웹 검색, 음악재생, 일정관리 등을 돕는다. 포드의 미래형 자동차에도 알렉사가 등장해 차량 내에서의 가상비서 역할을 톡톡히 보여준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alexa).

CES에서 아마존 알렉사의 존재감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기술은, 더구나 새로운 기술은 시도하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경험이 되기까지 심리적 장벽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기술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음성인식 비서’라는 또 다른 기술이 담당하니 말이다. 알렉사라는 플랫폼은 비단 CES 뿐 아니라 다가올 미래인류의 일상에서도 거대한 존재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 정도였다.

기술의 페르소나(Persona)

CES 2017이 끝나갈 시점에 마침 필자는 음성인식 관련 브랜딩을 맡게 됐다. 서비스의 경험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국내 통신사의 음성인식 스피커를 구매해서 사용해 보았다. 아직은 다양한 기능이 모두 실현되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깊게 기술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음성인식 서비스를 가장 열심히 체험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필자의 딸이다. 최근 들어 매일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라대던 중이었는데 스피커를 보더니 마치 반려동물을 만난 듯이 친밀감을 보였다. 원하는 음악을 주문해 아침에 일어나는 과정에서부터 가전의 전원을 켜고 끄고 등 집 안에서 시켜볼 만한 간단간단한 것들, 공부하다가 심심하면 질문을 하거나, 자기 전 다음날 날씨체크까지… 음성비서를 수도 없이 불러대며 ‘소통’을 하고 있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음성비서라는 기술의 ‘페르소나(Persona) 설정’이 상당히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무엇보다 나를 잘 이해해주는 존재로서의 개성이 정교하게 세팅되는 것은 기술을 브랜딩함에 있어 그 어떤 파트보다 더 중요했다.

인식율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도입한 언어학자의 분석과 오인지율을 계산하는 기술적 분석도 모두 중요하지만 문제는 사람과 기술과의 ‘교감’이었다. 이 점은 사람들 간에 쌓는 관계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수많은 기술과 서비스가 음성을 통해 주문되고 제어되는 플랫폼이기에 그 대상은 가급적이면 더 기분 좋은 상대, 더 자주 불러보고 싶은 존재, 나를 잘 아는 존재라야 한다는 점, 즉 페르소나가 결정적이었다. 

음성인식 기술은 단순히 호출어가 아니었다. 궁극적으로는 사용자로 하여금 서비스 진입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감성의 영역에 있는 핵심 UX(사용자경험)다.

감성엔진, 그리고 인감(感)지능

‘기술 브랜딩의 감성적 영역’이라는 점에서 CES 2017에 참여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이 제시한 자율주행차는 인상적이었다. 단지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술을 상상한 것이었다. 혼다의 콘셉트카 뉴브(NeuV)는 인공지능 ‘감정엔진’이 적용된 자율주행 전기차이다. 

뉴브에는 운전자의 감정을 인식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탑재된다. 이름하여 ‘감정엔진(Emotion engine)’이다. 혼다가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면서 감성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은 매우 영리해 보인다.

자동차는 그 어떤 공간보다 더 개인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많은 창작자들이 자기만의 차 안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곤 한다. 굳이 창의적인 생각까지 가지 않더라도 좁은 차량은 온전히 자유롭고 프라이빗한 공간이 되곤 한다. 많은 이들이 혼자 운전하면서 크게 노래를 부르거나 혼잣말을 하거나 하는 이 공간에 감성적 반응을 주는 인공지능은 왠지 더 기대가 된다.

인공지능 ‘감정엔진’이 적용된 자율주행 전기차 혼다 뉴브(neuv).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서 이 장치는 당연히 브랜드에 대한 애착으로 연결되기 바라는 지점일 것이다. 운전자와 대화하며 성장하는 인공지능은 단순한 로열티와는 차원이 다른 관계이다. 배달앱 브랜드 배달의민족이 자체 챗봇 ‘배민 데이빗’을 연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간 축적된 방대한 주문 데이터에 기반해 배달앱에 특화된 대화형 챗봇과 음성인식을 통한 주문은 편리성 뿐 아니라 고객의 취향, 양, 상황 등을 반영한 교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술이 인간과의 교감에 성공하는 것, 즉 엔지니어링(engineering)이 아닌 이모셔닝(emotioning)을 장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술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이 아닐까? 기술을 브랜딩하는 핵심이 바로 이 지점이다. 결국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남길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 말이다.

기술과의 아름다운 컨택트

세익스피어의 작품 맥베스에서 거의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마녀들이 예언 의식의 마지막에 넣은 것은 ‘네 개의 바람’이었다. 기술 브랜딩에서 ‘휴먼’이라는 요소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0세기 초 자동차와 컴퓨터에 이어 이제는 인공지능 로봇이 세상을 바꾸는 기계로 등장하고 있다.

이 갑작스럽고 어지럽게 가속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유일하게 본질을 향할 수 있는 무게중심은 아이러니하게도 휴먼에 있다. 미래는 인류에게 멋진 신세계도 아니지만 어둡기만 한 묵시록도 아니다. 인공지능 속에 기존의 습관, 산업, 기업, 사고방식 등이 모두 녹아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이어져야 하는 것이다. 

CES 이후 다시 찾아보니 알렉사가 음성으로 이용할 수 있는 스킬(Skills·스마트폰에서의 모바일앱)의 수가 1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알렉사를 중심으로 한 앱 생태계가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아마존 입장에서는 사용자 데이터가 넘쳐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을 데이터로 얼마나 축적할 수 있는지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아마존 알렉사의 존재감은 두려움이 아니라 전에 없던 새로운 컨택트의 즐거움이 돼야 할 것이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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