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솔루션, 결국은 ‘기획질’에 달려”
“디지털 솔루션, 결국은 ‘기획질’에 달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5.2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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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융합 좌담③] 퍼스트무버- 팔로어 갈림길, 이종업 벤치마킹도 필요

커뮤니케이션 업계에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 사업 통폐합이나 감원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유망 기업과 제휴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전략적으로 이질적 업종과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것. 즉 디지털발 구조조정이다. 요동치는 판세에 아직 승기를 완벽히 잡은 자는 없다. 저마다 컨트롤타워가 되기 위해 분투 중인 각 분야 선수들이 펼치는 이른바 합종연횡 토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참석자
김성민 인터브랜드 수석 디자이너, 김은아 미디컴 국장, 김재호 아이프로스펙트 부장, 이상훈 엘베스트 그룹장, 이시우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이사, 최문희 칸타TNS코리아 상무
진행·정리 - 안선혜 기자 / 사진=송지은 기자

“데이터 노동력이 디지털 경쟁력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를 수치화해야”에 이어

[더피알=안선혜 기자] 환경 자체가 급변하다보니 지금껏 해왔던 전통적 업이 위협받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다. 가령 PR은 메인 스트림이었던 언론홍보가 갈수록 쉽지 않아지고 있고, 브랜딩 쪽에선 브랜드 무용론이 대두되는 등 각자의 도전이 커진 듯하다.

김성민 인터브랜드 수석(이하 김성민):
 가격경쟁과 유통망 확대로 기업 또는 제품 브랜드의 주체들이 브랜드가 없이도 세일즈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고객들은 노브랜드(No Brand)나 PB브랜드를 통해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믿게 됐다. 하지만 이런 무상표, 자체상표 또한 엄연히 브랜드의 속성과 전략이 녹아있다.

브랜드는 사람을 키우는 일과 같다. 탄생 과정에서 명확한 콘셉트와 차별적 DNA가 부여되는 걸로 끝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또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코카콜라나 올스타(Converse All Star)같은 브랜드를 보면 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대체불가(irreplaceable)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다. 브랜드 개발과 관리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브랜드 가치를 만들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김은아 미디컴 국장

김은아 미디컴 국장(이하 김은아): 언론이 이전과 같이 독보적인 위상이 아니라 할지라도, 수십년 간 해온 언론의 콘텐츠 생산 질서가 있다. 우선 언론 본연이 가진 아젠다를 제시하는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보를 접할 채널이 다양해지다보니 언론의 위상이 떨어진 듯하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분석이나 다양한 배경, 인사이트가 담긴 기사에 사람들이 반응한다. 기사를 시발점으로 추가적인 이야기가 생산되고 사회적 논의가 이뤄진다.

위기관리가 여전히 언론홍보의 중요한 역할로 남아있다는 것도 언론의 아젠다 세팅 기능을 역설적으로 대변해준다. 어찌 보면 이전보다 더 전략적으로 아젠다를 만드는 데 PR회사도 노력하고 있다.

게다가 정통언론도 이제 디지털화를 시도하며 변하고 있다. 내용적 측면에서는 심층·탐사 보도 비중을 늘려가고 있고, 콘텐츠 생성 방식에서는 비주얼·영상·VR 등을 시도하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전달 방식을 독자에 맞게 변화시켜 나간다면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거다. 홍보회사도 기존에는 보도자료와 사진만으로 자료를 전달했다면, 이제는 바뀌는 추세다. 언론홍보도 방식 자체를 언론의 변화에 맞춰야 한다.

최문희 TNS 상무(이하 최문희): 조사회사의 경우 최근 영국의 EU 탈퇴 찬반 투표,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에서 나타난 선거 결과 역전 현상으로 위상이 흔들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이 사건들만으로 조사 전반의 신뢰를 얘기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 두 사건 모두 박빙이었기에 예측이 그만큼 어려울 수 있었다. 다만, 이렇게 예민한 이슈일 경우에는 샘플의 크기, 자료 수집 방법론, 예측 기법 등이 충분히 고려가 됐어야 하는데, 현재의 전화 조사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어찌됐든 마케팅 조사도 데이터 신뢰성에 대한 도전을 받는 건 사실이다. 업의 본질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에, 다중 스크리닝(multi screening) 장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신뢰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떤 경우는 해당 제품을 실제로 구매했는지 사진을 찍어서 첨부하게 하거나, 영수증을 첨부하게 하는 등의 방법까지도 동원되고 있다.

마케팅 조사는 선거처럼 누구를 찍을 것이냐는 행동의 결과보다는 행동의 근원을 비롯해, 여기에서 어떻게 상황이 전개될 것인지 연구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기에 데이터를 해석할 때도 해당 숫자가 전체적 맥락에서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전략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합리적 설득이 가능한지 살펴본다. 최근에는 기존 조사 방법을 통해 도출하는 정보 외에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들이 합리적이고 타당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측면에서 업의 본질은 분명 강화되고 있다고 본다.

이상훈 엘베스트 그룹장(이하 이상훈): TV광고 시장에 대한 일부 우려가 있지만, IPTV나 케이블방송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변하고 시청이 급증하고 있다. 이에 연계한 여러 형태의 수익모델을 창출하며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맞추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 따라서 전통 광고회사의 주요 시장인 ATL 영역이 당장 사라지거나 급감하지는 않을 거다.

단, TV광고라는 프레임을 영상광고라는 프레임으로 바꾸면 디지털 광고회사, 홍보회사 등 수많은 업체들이 각 장점을 극대화해 전통 광고회사들과 대등한 경쟁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영상광고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발휘해온 전통 광고회사들에게 디지털 시대는 따라가야 할 시대가 아닌 리더십을 갖고 이끌어 나가야 할 시대다.

시장과 소비자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발견해 전략 관점을 갖고 광고를 만들어온 오랜 노하우는 분명 전통 광고회사들의 중요 자산이다. 이것을 시대에 맞는 유연한 자세로 활용할 수 있다면 강력한 무기가 될 거다.

전통 광고회사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유관 회사들은 고객사가 요구한 과제를 풀어오는 기존 관념에서 벗어나, 한발자국 앞선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고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결국 그렇게 할 수 있는 회사가 디지털 시대에 리더가 되고 지속적인 디지털 아젠다를 생산할 수 있게 될 거다.

(왼쪽부터) 최문희 상무, 김재우 부장, 이시우 이사

모바일이 업무에 끼친 영향이나 이 시장에서 엿보는 기회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달라.

최문희: 일단 조사 주제가 모바일 관련해 많아졌다. 모바일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소비자 행태가 중요해지니 늘어난 것이지만 그로 인해 큰 영향을 받는 건 아닌 것 같다. 모바일 서베이 비중이 5% 미만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해외는 조금 사정이 다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다.

모바일 서베이를 할 때는 3~5분이 최대다. 세밀한 조사에 들어가려면 한 사람에게 20분짜리를 물어봐야 하는데, 방법은 그걸 5분짜리로 쪼개서 동질적인 패널 4명에게 나눠 묻는 거다. 하지만 국내 광고주가 그런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고객들이 단편적으로 알고 싶은 건 우리 같은 조사회사가 아니라 스스로 설문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조사라기보다는 단편적으로 알고 싶은 것에 대한 반응 체크다. 큰 틀에서 보면 모바일 이용이 늘어나는 건 맞으나 조사라는 업으로 보면 큰 변화가 없다.

김재호 아이프로스펙트 부장(이하 김재호): 원래 모바일에서도 데이터 트래킹의 사각지대가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보다 고도화된 타깃팅이 되면서 실제 데이터를 다 볼 수 있게 됐다. 하다못해 애드ID(Advertising ID)라는 일종의 휴대폰 식별번호를 갖고 있으면, 어떤 어플을 깔았는지 통계내서 개인정보법 때문에 못 보던 성별 등을 95% 수준까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계속 고도화된 타깃팅을 구현하고 있고 트래킹하고 있지만 광고시장에 도움이 될지 족쇄가 될지는 모르겠다. 타깃에 맞춰 시간 단위로 매체를 바꾸고 크리에이티브를 바꿔야 하는 건데 점점 어려워지지 않을지… 하지만 일단 변화는 주시해야 한다.

이번에 나온 포켓몬고 게임을 보면 유저들에게 자신들만의 시공간을 만들어줬다. 모바일 변화가 트래킹, 커머스 측면이 아니라 생활과 밀착되는 방향이라는 걸 대변해준다. 이 변화 흐름에서 대행사가 선두로 나설 것인가 시대 흐름을 쫒아갈 것인가는 앞으로 행보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서 정답을 드리는 건 어렵다. 분명한 건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김성민: 모바일로 인한 변화라면 소소하지만 큰 영향력이 있는 ‘브랜드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타벅스의 그린과 티파니(Tiffany & Co.) 패키지의 민트 컬러는 각자의 브랜드다움을 나타내는 중요한 자산이다.

예전에는 명함, 브로셔 등 인쇄매체와 간판이나 차량 도색 표현의 퀄리티를 위해 별색 및 4원색 컬러(Spot & CMYK Color)를 중시했는데, 이제는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구현되는 디스플레이 컬러도 못지않게 중요해졌다. 모바일 디스플레이와 스크린 등을 통한 브랜드의 노출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제조사 디스플레이에서 색과 톤(tone) 구현을 테스트해 가장 적합한 컬러를 찾아내고 있다.

이시우 애드쿠아인터렉티브 이사(이하 이시우): 요즘 애들은 대화하다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 운동화 매장에서 신발을 고르면서도 스마트폰으로 검색한다. 생활에 그냥 스마트폰이 녹아 있다. 때문에 모바일에서 브랜드 마케팅을 진행할 때 SOV(광고점유율)를 고려하면 SEO(검색최적화)나 SEM(검색엔진마케팅)적인 접근이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디지털 대행사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동영상이나 콘텐츠 만들어서 유튜브에 올리는 곳이라고 대답할 거다. 스마트폰이 점점 중요해지면 과연 그 대답이 솔루션으로 정말 유효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환경은 내가 뭔가를 찾아서 보는 경우가 많기에 페이드(paid)로 밀어내는 영상을 만드는 것만 디지털이라고 생각하면 불과 10% 정도의 소비자들에게만 접촉할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고민하다보면 결국 ‘기획질’이 되게 중요해진다. 디지털에서 어떤 브랜드에 필요한 수많은 툴과 솔루션이 있을 텐데 어떤 것이 최적의 효과를 낼 것인지 골라야 한다. PR회사, 조사회사, 구글과도 경쟁하면 그만큼 선택지가 많아진다.

또 하나는 피(fee) 구조와 관련된 건데, 우리가 최근 따온 프로젝트 예산이 30억이다. 그중 미디어 예산은 1억밖에 안 잡았다. 29억원은 제작비 및 운영이다. SNS 채널을 운영하거나 홈페이지를 만들어주는 것도 없다. 미디어 예산을 이렇게 낮게 책정한 건 결국 페이드를 안 하겠다는 거다. 어떤 브랜드를 검색했을 때 화면에 나오는 SOV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TV광고나 바이럴 영상으로 인지하고 여러 검색 과정을 거칠 때 나오는 수많은 콘텐츠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게 우리 주장이다. 정말 화제가 되면 모를까 이런 것들은 기본적으로 광고를 태우지 않는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해봐야 알 수 있다.

광고 집행에 대한 수수료만을 받는다면 우리는 30억짜리 프로젝트를 땄지만 1억의 20% 선을 받고 땡이다. 그렇기에 4개월에 몇 억원, 이런 식으로 피를 청구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업무들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이런 식의 솔루션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성민 수석(왼쪽)과 이상훈 그룹장

이상훈: 디지털과 모바일을 구분하기보다는 디지털이라는 거대한 영역 안에서 변화를 찾아가고 있다. 종대사 대부분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광고주와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다. 설계, 전략,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우리가 만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만일 수도 있고, 굉장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가 되고 어마어마한 변화와 진통을 겪을 텐데, 혼재된 것을 하나로 융합시키고 그 가운데서 리더십을 가져가려는 시도가 우리 업에서 계속 될 거다. 종대사라면 마케팅 내 모든 파이의 가장 꼭짓점에 서겠다는 목표가 있을 거고.

지금 우리 그룹은 회사 내에서 디지털솔루션 단일 그룹이다. 각 기획팀 2~3개 정도가 합쳐진 규모다. 엘베스트 전체를 종합 디지털 에이전시화시키는 게 현재 목표다. 사실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이상할 만큼 이제 디지털이 아닌 게 있기나 할까. 결국에는 소비자, 고객사들에게 어떻게 솔루션을 제공할 것인가가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융합시키는 중심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은아: PR회사도 컨트롤타워를 꿈꾸고 있다. 모두가 꿈꾸고 있는 것 같다.(웃음) 미디컴도 PR은 PR단에서 진행하되 광고회사, 렙사와 조인하면서 전체 커뮤니케이션 영역은 우리가 관장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

PR에서 보면 모바일은 중요하다 아니다 논할 단계도 아니다. 이제 생활이다. 정통 PR에서 보는 디지털 기회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브랜드 저널리즘이다. 어쨌든 PR영역은 페이드미디어(유료광고)와는 다른 방식을 가져가야 한다는 마지막 자존심과 고집이 있는 것 같다. PR회사가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영역이 바로 브랜드 저널리즘이 아닐까한다.

예컨대 현대카드가 채널 현대카드라는 자사 플랫폼을 만들고 소비자들이 즐길만한 여러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접근이다. 최근에도 관련 의뢰를 받고 있다. 우리가 그걸 뉴스룸이라고 부르든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하든 이런 시도는 계속될 거다.

다른 하나는 전통 언론의 디지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미디어가 굉장히 보수적이기에 더디겠지만 그래도 디지털 상에서 본인들의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거다. 중앙일보도 디지털화를 천명했고 어느 정도 실효성도 거두고 있는 분위기다. 여전히 전통 언론은 아젠다 제시 역할을 갖고 있다. PR회사들이 그들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 강점이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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