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씨가 불러온 병맛혁명
넥슨씨가 불러온 병맛혁명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6.16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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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넥슨 홍보기획팀 SNS담당

[더피알=이윤주 기자] ‘약빠셨네’ ‘저 이분 너무 좋음’ ‘넥슨직원 극한직업’ ‘회사에서 롤하면 혼남?’ ‘정상 아니다’ ‘먹고살기 힘드네요’… 흔한 국내 게임 회사 페이스북에 달린 댓글이다.

2013년 5000여명이던 넥슨 페이스북 ‘좋아요’ 수가 3년 새 100배 이상 급증해 현재는 57만을 넘어섰다. 넥슨의 SNS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은 누굴까. 바로 일명 ‘김넥슨’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영상에 등장해 절규하다가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며 때론 쫓기기도 한다. 베일에 가려진 김넥슨 씨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판교에 위치한 넥슨 본사를 찾았다.

조금래pd와 오성규pd. 사진=이윤주 기자

김넥슨님이 아니라 님들이네요. 각자 소개해주세요.

조금래(이하 조): 저희는 홍보기획팀 소속으로 두 명의 PD로 이뤄져 있습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 기업 계정을 관리하고 있고 페이스북을 주력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성규(이하 오): 2월에 팀에 합류하게 된 오성규입니다. PD라고 소개하라고 하는데 아직은 어색해요. CG(컴퓨터그래픽)를 주로 맡고 있고요. 이 팀에 합류하게 돼서 좋아요. 특히 B급 감성을 가지고 있는 영상을 좋아하는데, 같이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니 제 색깔도 넣고 싶어요.

역할은 어떻게 나눠져 있나요.

조: 경계가 없어요. 저도 전 과정을 소화할 수 있고 성규님도 마찬가지에요. 일거리가 있을 때 누가 키(key)를 가지고 가느냐에 따라 달라요. 성규님의 아이디어면 그대로 진행합니다. 동시에 서로 도와가면서 해요.

소셜 커뮤니케이션에서 넥슨의 운영기조는 무엇인가요.

조: 재미와 즐거움을 주는 페이지가 되자는 겁니다. 요즘은 사람들이 자투리 시간에 페이스북을 보잖아요. 게임을 못하더라도 관련 영상이라도 보면서 재미를 느끼시라고…. 어쩔 땐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페이지가 되려고 해요.

크로스체킹하는 의미에서 항상 윗선에 콘텐츠 검사는 받고 있어요. 희화화하는 과정에서 상처받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항상 예민하게 보는 거죠.

넥슨만이 갖고 있는 홍보의 이점이라면?

오: 넥슨이 게임 서비스를 굉장히 오래했어요. 특히 우리가 어렸을 적에 했던 캐주얼 게임이 많아요. 그 유저들이 지금 2030대가 됐고, 그래서 스펙트럼이 넓어요. 굉장한 이점이죠.

조: 카트라이더나 크레이지 아케이드(이하 크아) 한 번 안 해본 사람 있을까요. 그들에게 브랜드 이미지가 각인돼 있다는 게 유리한 점이에요. 어떤 상황에서도 다오나 배찌 옷을 입고 등장하면 “아! 넥슨!”이라고 한 번에 알 수 있으니까요.(웃음)

콘텐츠에 드립이 많은데요. 두 분 성향인가요.

크레이지아케이드 캐릭터를 그림판으로 그렸다. 넥슨 제공

조: 학창 시절 앞에 나가서 애들 웃기는 걸 좋아했어요. 그런 것들이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남들에게 내 생각을 재미있게 표현했던 때처럼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 있지 않나 싶어요. 반 친구들이 팔로어인거죠.

오: 전 앞에서 활발하게 나서는 성격은 아니고 사람들하고 이야기를 자주해요. 소셜 커뮤니케이션에서 아무래도 유머가 중요하니까 그 부분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하다 보니까 콘텐츠에도 제 색이 묻어나게 된 것 같아요.

조: 예전에는 페이스북이 경품을 지급하고 이벤트를 알리는 정도였다면, 이젠 콘텐츠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크리에이터들의 역할이 커지고 중요해졌어요. 브랜드 자체 콘텐츠를 만드는 곳이 많아졌고요.

바깥에선 재미있게 봐도 그 일을 하는 데 있어 내부적으로 고민을 있을 것 같아요.

조: 트렌드에 맞춰야하고 바이럴이 잘 돼야 하면서 게임홍보도 해야 하고…. 만약 오늘 올라갈 게시물이 없다고 하면 출근할 때부터 조급해져요. 성규님과 채팅방을 보면 ‘오늘 뭐하죠?’ ‘오늘 없는데 어떡하죠?’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오: 웬만하면 하루에 하나씩 제작하려고 합니다. 주 5일 근무니까 최소 4개의 콘텐츠는 진행하려고 해요.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조: 유머페이지가 신설됐다고 하면 무조건 피드백을 받아요. 재밌는 게 보이면 넥슨식으로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요. 곧장 “성규님, 이거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의논하죠. 특히 영상 콘텐츠를 많이 만드는 피키캐스트를 중점적으로 봐요. 포맷도 다양하고 출연자도 다양하고… 아 저렇게 하면 되겠구나 생각해요.

오: 전 워낙 B급 감성을 좋아해요. SNL 같은 콩트를 자주 찾아봐요.

콘텐츠가 고퀄 보단 저퀄에 가까워요.(웃음) B급으로 보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인 건가요.

오: 잘하려고 하면 잘할 수 있지만 자제하고 있는 거죠.(웃음)

조: 게임의 본질이 즐거움이라고 했을 때, 콘텐츠 역시 진지하고 멋있기보단 발연기나 우스꽝스러움으로 편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소소한 재미를 주는 거죠. 등하교길이나 출퇴근길에 잠깐씩 보기 때문에 가벼운 콘텐츠가 바이럴이 잘되고요.

B급 영상을 만드는 목적은 뭔가요.

조: 유머요. 유저들이 하하하 웃고 공감하고 추억하는 것들이 바이럴이 잘 되고, 좋아요 받기에도 용이해요. 유머가 가장 좋은 콘텐츠에요.

넥슨 게임이 수십 개지만 페이스북에 게시되는 게임콘텐츠는 한정적이에요. 카트, 크아, 메이플 등. 왜 그런 거죠?

조: 사람들이 알만한 게임을 올려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야 하니까. 던전앤파이터, 크아, 카트 등 굉장히 오래된 서비스 중심으로 어느 정도 반응이 예상되는 것들이요. 저희 나름의 킬러콘텐츠에요.(웃음)

유난히 메이플스토리 OST에 관련된 콘텐츠가 많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오: 워낙 OST가 좋기로 유명한 게임이에요. 음악콘텐츠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잖아요. 메이플스토리가 특히 유저들의 공감대를 많이 가지고 있어요.

조: 메이플스토리 음원은 원래 백그라운드만 있고 가사가 없어요. 그런데 한 유저가 멜로디에 맞춰 ‘메이플스토리~’를 반복해 부른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된 적도 있어요.

페이스북이 몇 년 새 팔로어가 많이 늘었어요. 다음 스텝은 뭔가요.

조: 초반 팔로어를 모으는 데 집중했다면, 이젠 이들의 도움을 받아서 신작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노출하려고요. 새로 나온 게임 같은 경우엔 코스튬을 이용한다던가, 병맛영상을 제작해서 그냥 넥슨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재밌는 영상 중 하나로 인식하게끔 해서 홍보하는 거예요.

오: 최근 올린 신작영상 중에 게임하는 중간에 전원을 꺼버려서 일부러 열 받게 한 뒤 쫓기는 내용이 있어요. ‘직접 쫓겨보고 만든 게임’이라는 식이죠. 

병맛 콘텐츠에 대한 내부 반응도 궁금해요.

조: 긍정적이에요. 사업팀에서도 “이번에 이것 업데이트 하는데 이런 것 좀 만들어주세요” “재미난 바이럴 콘텐츠 만들고 싶어요” 등 요청하는 빈도가 높아졌어요.

아무래도 두 명으로는 일을 해나가기 부족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 네. 저희의 신선함도 많이 떨어졌고, 2인 이상 출연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오: 둘이 하면 빠르고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지만 콘텐츠는 제한적인 게 사실이에요.

갑툭튀 홍보팀: 이 이야기 좀 써주시는 게... 충원이 시급하다고...(웃음)

조: 콘텐츠 특성상 시기를 타잖아요. 늦어도 3일 후에는 나가야 하는데 콘텐츠나 촬영장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요. 합성도 좋지만 그 장소에서 실제 촬영하는 게 아무래도 더 리얼하긴 하죠. 그나마 성규님 CG기술이 나날이 좋아져서 절 아프리카로 보내는 게 가능해졌다는….(웃음)

넥슨하면 만우절 콘텐츠가 유명한데요, 주목 받는 만큼 은근 부담도 클 듯합니다.

조: 2015년 만우절 당시 캐릭터들이 출근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이거 터질 것 같다’ 했는데 역시나였죠. 기사, 팔로우 유입, 활동 유저, 노출 등 한꺼번에 터졌어요. 그 붐이 일주일 갔고요. 그 후로 만우절 콘텐츠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졌죠. 올해도 한 달 전부터 기획했어요.

오: 사실 올해 만우절 영상도 처음 버전은 엔딩이 달랐어요. 지나가는 택시를 보면서 “여기가 아니라...” 이렇게 끝나는 건데 만들고 나니 너무 재미가 없는 거예요. 세 번이나 다시 촬영했어요. 그만큼 만우절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고 큰 콘텐츠가 됐어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B급 콘텐츠는?

오: 메이플스토리 노래 부르면서 하늘로 올라간 거요. 사실 페이스북 콘텐츠를 소리까지 들으면서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이 영상은 소리까지 신경 써서 만든 거라서 좋았어요.

조: 전 불 끄는 영상이요.

불 끄는 영상은 버전이 두 가지가 있는데, 어떤 의미인지 쉽게 이해가 안되던데요. 정말 B급스러웠어요.(웃음)

오: 과장한 거죠. 물 풍선을 던져서 건물이 누전되고 조금 더 오버해서 전 세계가 블랙아웃되는. 다른 버전인 FPS(1인칭 시점에서 벌이는 총 게임)으로 불 끄는 건 유머페이지에서 본 영상이에요. 잠자기 전에 불끄기 귀찮다고 총으로 끄는 건데 우리도 슈팅게임이 많으니까 적용해봤죠. 

조: 영상에서 제가 총을 쐈는데 ‘쟤 미필이다’라는 댓글이 많았어요. 제가 철원에서 의무병으로 근무했는데 어떻게 알았지?!

페이스북에서 ‘김넥슨’ ‘넥슨 페북지기’로 알려져서 정체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던데요. 지인들 반응도 궁금해요. 

조: 페이스북 안에서 재미있게 행동하는 사람으로 각인되는 게 좋아요. 저희 엄마아빠는 페북을 안하셔서 모르세요. 지인들은 언팔했어요.(웃음) 농담이고, 제가 하는 일이 그거니 재미있게 봐주세요.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딘가에서 애쓰고 있을 다른 페북지기들에게 한 마디.

조: 다들 페이지 관리를 하잖아요. 어떤 유저들이 와 있고, 그 사람들이 이 페이지에서 뭘 보길 원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탐구하시길. 콘텐츠를 만들 때 고민의 시간이 줄어들거든요. 그리고 콘텐츠는 짧고 굵게!

오: 한 가지 스타일을 만들어서 계속 운영하면 좋아요. 우린 B급이에요. 이미지를 올려도 그냥 올리지 않고 나름의 캐릭터를 가지고 저희 스타일대로 (그림판으로) 그려요. 스타일을 정형화하고 느낌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비슷한 것만 봐도 우리 생각이 나거든요.(웃음)

조: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콘텐츠를 올린 후 댓글을 꼭 확인하세요. 댓글에서 날 것의 소스를 얻을 수 있어요. 보람도 얻을 수 있고요. 유저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반응은 꼭 체크하세요.

앞으로의 계획은?

조: 기업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채널 중 유튜브는 많지 않아요. 저변을 확대해서 유튜브도 잘 하는 회사가 되려고요. 이달 내로 넥슨 자체적으로 유튜브 채널을 열어 킬러콘텐츠를 만들 예정입니다. 재미를 추구하는 기조는 유지하되 표현의 방식이나 영상의 내용은 다를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오: 조금 더 넓은 층을 만들고 싶어요. 주로 어린 층이 많은 데 조금 더 나이 드신 분들, 과거에 게임했던 분들의 공감대를 만들어서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조: 넥슨 게임을 추억하고 즐기는 분들이 많아서 덕분에 운영이 잘되고 있어요.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 더 이상한 콘텐츠를 많이 만들 테니 기대해주세요.(웃음)

조금래pd와 오성규pd. 사진=이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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