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경험, 느낌까지 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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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06.2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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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렌탈, 소비 트렌드 전방위적 변화 불러와

[더피알=조성미 기자] ‘내꺼인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너’는 썸 타는 사람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무엇을 소유하는 즐거움보다 물품 및 서비스의 경험 자체나 느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렌탈이 또 다른 소비행태로 주목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 세대에게 인증샷은 이제 문화를 넘어 당연한 절차가 됐다. 추억을 저장, 공유하려는 욕구이지만, 그 기저에는 온라인 공간 속에서나마 타인에게 인정받고 때로 위안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

예쁜 카페에서 인증샷을 찍는 이들을 둔 색다른 풀이도 있다. 바로 내 집, 내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젊은 세대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장소에서 대리만족을 얻고자 한다는 것. 어차피 내가 소유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잠시나마 공간을 빌려 쓰면서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만을 간직한다는 웃픈 의미가 부여된다.

이처럼 젊은 세대는 이제 소유하기 위해 소비하기보다는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구매패턴을 보이며 빌려 쓰는 것에 눈을 돌리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한국 경제는 급변하는 세계 정세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으로 소비를 줄이는 이른바 ‘소비절벽’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지갑을 닫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개인의 만족을 높이는 스마트한 소비로 성향이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렌탈 시장의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렌탈 시장은 2011년 19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25조9000억원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사물인터넷(IoT) 관련 제품이 새로운 성장요인으로 작용해 2020년엔 40조1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일상의 주거공간을 렌트하는 개념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해 현재 기업가치가 34조원에 달한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렌탈 시장의 성장은 렌탈 품목의 다변화와 맞닿아 있다. 그간은 ‘렌탈=정수기’가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소형생활가전부문에서 활성화돼왔다. 고가의 가전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고, 정기적으로 제품을 점검해주는 편리성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정수기에서 시작한 렌탈 서비스는 비데, 연수기, 침대 매트리스, 안마의자 등으로 다양해졌다.

서울시 공공자전거 서비스 ‘따릉이’.

물품과 관리 서비스를 빌리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구매가 당연시되던 옷은 물론, 자동차나 자전거와 같은 탈 것의 공유도 일반화되고 있다. 또 특정한 사람들만 사용한다고 여겨지던 창고나 비즈니스 공간 대여나 고가의 취미를 위한 3D프린터, VR·AR기기, 드론 등 유지가 쉽지 않은 제품들도 그 대상이 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의류, 취미, 레저 등을 비롯해 무형의 것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렌탈 시장이 급속도로 확장되는 데에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발달이 한 몫 한다. 일단 인터넷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소유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한편 결제 등도 쉬워졌다. 소셜을 통해 관계 맺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모르는 사람과도 무언가를 공유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 또한 적어졌다. 여기에 누구나 원하는 정보에 쉽게 접근해 타인의 경험까지도 판단의 근거로 활용하는 행위가 일반화되면서 ‘빌림’이 자연스러워졌다.

제일기획은 이 같은 소비행태에 대해 “소유(所有)의 ‘소’에는 가지다, 얼마라는 뜻이 있으며 향유(享有)의 ‘향’은 누리다라는 뜻과 함께 잔치라는 의미가 있다”며 “가질 것인가 누릴 것인가는 결국 정량화할 수 있는 얼마짜리 소비에 만족할 것인지, 아니면 잔칫상처럼 풍성하고 다양한 경험의 가치에 무게중심을 둘 것인지의 문제”라고 바라봤다.

집 밖에 있는 옷장

렌탈 시장은 ‘입는 문화’도 바꿔놓고 있다. 예전엔 드레스나 한복과 같이 일생에 몇 번 입지 않는 옷을 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정장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면접의상, 나아가 일상복까지 빌려 입을 수 있는 ‘공유옷장’이 많아지는 추세다.

의류 렌탈 서비스의 확대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2013년 즈음부터 스마트폰 앱을 통해 옷을 빌려 입을 수 있는 스타트업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일본에서도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코트라 일본 후쿠오카무역관 고충성 연구원은 “‘매장에서 입어본 후 마음에 든 옷을 산다’는 기존 상식이 전자상거래 및 스마트폰 등 IT기술의 보급으로 인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은 한국과 달리 다양한 품목에서 중고품 시장이 일반화돼 있는데, 패션 대여 서비스가 인기를 얻는 점 역시 이러한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o2o ‘프로젝트 앤’ 모바일 구동화면.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의류 대여 서비스가 성업 중이다. 사회적기업과 스타트업은 물론, 일반 대기업들도 의류렌탈 서비스에는 가세하고 있다. SK플래닛은 지난해 패션 O2O 서비스 ‘프로젝트 앤(PROJECT ANNE)’을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다양한 브랜드들의 최신 상품들 중 나에게 맞는 스타일을 추천 받고 원하는 옷과 가방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김민정 SK플래닛 프로젝트1실장은 “음악은 디지털 음원을 통해 스트리밍 중심의 시장으로 재편되고 영화·VOD 역시 넷플릭스 등의 성공으로 소유보다는 즐기는 형태의 소비문화로 이동하고 있다”며 “패션 역시 단순히 옷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이 시도하고 싶은 다양한 패션을 미리 경험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비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셔츠 전문 브랜드 ‘셔츠바이시리즈’는 캐주얼이나 자율 복장으로 출근했다가 갑자기 비즈니스 미팅, 장례식 등 격식을 갖춰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도 가격대가 높지만 자주 입지는 않는 드레스, 정장, 주얼리 등을 빌려주는 ‘샬롱 드 샬롯’을 오픈했다. 특히 셀프웨딩 등의 트렌드와 맞물려 예상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어 향후상품군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취향도 전문가도 렌트

라이프스타일 전반의 트렌드로 떠오른 욜로(You Only Live Once)도 렌탈을 관통하고 있다. 자신을 위한 소비를 지향하지만 경제적 부담이나 취향에 대한 고민으로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제품에 대한 렌탈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오픈갤러리’의 경우 그림에 대해 잘 모르고 가격적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실제 가격의 1~3% 수준의 비용으로 그림 대여가 가능하다. 그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큐레이터에게 작품을 추천 받을 수도 있으며, 선택한 작품은 전문가들이 직접 운송 및 설치까지 마무리해준다. 3개월 마다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도 할 수 있어 다양한 작품을 접해보기 쉽다.

얼리어답터를 위한 대여 서비스 ‘플레이앤셰어(playnshare)’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쏟아지는 제품을 구매 전 체험해 보고, 현재 사용하지 않는 제품은 렌트물품으로 내놓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음료 한 잔 값만 내면 전동 휠, 드론, RC카, 콘솔 게임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도 마련해 두고 있다.

레고를 빌릴 수 있는 레츠고(Letzgo)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다. 키마의 전설, 스타워즈 등 다양한 레고를 구비, 쉽게 싫증을 내는 아이들과 이로 인해 경제적 부담을 느낄 부모들을 위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레고문화를 경험케 한다.

이처럼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위해 렌트가 향유되는 가운데, 다른 한편에선 스스로 해내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전문가의 손길을 빌리는 이들이 많다. 가사노동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하면 스스로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요즘에는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사노동을 하나의 전문영역으로 보고 대행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가족들이 모여 짐을 꾸리던 이사를 전문업체에 맡기게 된 것처럼 대리주부 등 O2O 서비스를 통해 편리하게 전문가에 의뢰한다.

그림 렌탈 서비스 ‘오픈갤러리’의 웹사이트. 왼쪽 아래는 고객의 집에 그림을 설치하는 모습.

스마트 매개 양방향으로

최근엔 빌리고 빌려주는 ‘양방향 렌탈’도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스마트폰을 통해 대여자가 사용자 간 쉽게 매칭이 돼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공유형 대학교재 대여 서비스 빌북도 이 가운데 하나다. 대학생의 교재비용 부담 해결을 목표로 하는 이 서비스는 학생들이 안 쓰는 교재를 맡겨두면 필요한 학생에게 대여한 후 수익금을 나눠주는 형태다.

다날쏘시오는 C2C(Customer-to-Customer, 고객 대 고객) 기반의 셰어링 플랫폼 쏘시오를 내놓았다. 유형의 상품 뿐 아니라 무형의 서비스를 셰어링 할 수 있는 ‘셰어링 포털’로, 개인 고객이 자신이 공유하고 싶은 물건을 앱에 올려두면 그 제품이 필요한 다른 고객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어린이 장난감, 유모차와 같은 육아용품부터 IT기기, 주방 가전, 명품 가방 등 제품군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렇듯 렌탈이 일상 전반으로 뻗어나가는 것에 대해 KT경제경영연구소는 “앞으로는 단순한 제품의 렌탈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IoT, 인공지능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해 고객에게 지금껏 체험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까지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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