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도 온고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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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06.2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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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광고 통해 쌓아온 브랜드 자산, 복고 타고 2017년 스타일로 재해석

[더피알=조성미 기자]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 ‘가, 가란말이야’ 10년에서 많게는 30년이 훌쩍 넘은 광고지만, 지금도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충분하다. 잘 만들어진 광고들이 수십 년이 지난 후 아이디어를 더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사회 전반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다.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그 시절의 모습을 한 제품이나,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초판본 복각판의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여기에 인형뽑기 등 추억이 담긴 놀이나 옛날 교복 체험과 다시 돌아온 나팔바지의 유행 등 문화와 패션 등 전반에서 레트로(retro) 무드가 확산되고 있다.

광고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빠질 수 없다. 광고의 콘셉트나 카피, CM송, 모델 등 옛 캠페인을 통해 쌓은 브랜드 자산을 2017년 스타일로 재해석해 선을 보이고 있다.

37년 전 ck 청바지 모델로 활동한 브룩쉴즈. 출처: 핀터레스트

복고광고는 기업과 소비자 양쪽 모두에게 효율성이 높다. 최근 할리우드 배우 브룩 쉴즈가 37년만에 캘빈 클라인 청바지 모델로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이 역시 향수를 자극하면서 바이럴을 꾀한 영리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정상수 청주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광고를 회피하려고 하는 무심한 소비자에게 복고광고는 ‘친밀함’으로 재빨리 다가가, 과거에 반응이 좋았던 광고의 ‘익숙함’으로 브랜드를 쉽게 기억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운한 선문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옛 추억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드는데, 이러한 복고광고는 감성커뮤니케이션의 하나로 바쁘고 삭막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울림을 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고는 어차피 기업이 갖고 있는 자산이다. 잘 활용해서 반복해서 쓴다는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좋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현우 동의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콘텐츠를 다시 활용한다는 것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는 것이고 이는 기존의 자산을 축적해 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캠페인이란 자꾸 바꾸기보다 기존의 것을 이어 아이덴티티를 확립하는 것이기에 어쩌면 캠페인의 본질에 충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자산을 품안에

실제로 장수브랜드로 기존의 메시지 강화를 위해 복고광고를 활용한 사례가 있다. 일동제약 아로나민골드는 복고와 코믹을 콘셉트로 1989년 방영된 광고를 리메이크해 바이럴광고로 선보였다. 광고는 오래된 브라운관TV를 통해 옛날 광고를 보는 형식으로 화면이 구성돼 있다. 또한 광고 속 연기자들의 복장과 말투, 음악, 배경 등이 80년대 모습이다. 특히 연기자의 입과 싱크가 맞지 않는 더빙 등이 진짜 옛날 광고를 보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 ‘무단배포할 경우, 감사합니다’ ‘반박불가’ 등과 같은 위트 있는 표현이나 스마트폰, 손가락 하트 등 지금의 유행 코드를 함께 심어뒀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복고 콘셉트로 인한 유머가 젊은 세대들에게 아로나민을 신선하게 받아들이게, 또 기성 세대들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했다”며 “소셜미디어 주 사용자층의 특성에 맞게 TV광고와는 또 다른 새롭고 참신한 형식을 통해 젊은 이미지를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LG전자도 80년대 광고카피를 다시 활용했다. 금성사 시절이던 1980년 금성하이테크 칼라비전 TV광고에 처음 등장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를 문구로 내걸고 이벤트를 진행한 것. 특히 이 카피는 1981년 제1회 한국방송광고대상 대상을 수상하고, 인생의 격언처럼 널리 재인용되기도 하며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명문(名文)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금성사 시절부터 이어온 품질에 대한 자신감과 기술 리더십을 알리기 위해 옛 카피를 다시 활용하는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의 카피를 다시 마케팅에 활용한 lg전자.

오래된 CM송을 재활용한 광고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i30 디스커버리즈’의 광고모델로 연예계 소문난 절친인 아이유와 유인나를 발탁, 2007년 내놓았던 ‘달라송’을 리메이크했다. 달라송은 당시 빅마마가 불렀던 i30의 광고 배경음악으로, 2008년에는 박기영-호란이 새롭게 선보이는 등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한 바 있다.

약 10년 만에 다시 공개된 2017 달라송은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란 후렴구를 빼고 모두 개사, ‘내가 찾아내고 발견하는 나만의 세상’ ‘휩쓸려 다니고 싶지 않아 나만의 길을 찾아 갈거야’와 같이 가사에 지금의 시대를 반영했다.

지난해 출시 30주년을 맞은 농심 신라면은 1996~1998년까지 광고모델로 활동한 최수종을 재발탁해 기념광고를 선보이기도 했다. 1986년 신라면 출시 당시 모델이었던 강부자의 광고에서 1996년과 2016년에 각각 최수종이 등장한 광고를 보여주며 신라면의 역사를 이야기했다.

이렇게 자사가 쌓아온 자산을 꺼내 쓰는 형태의 복고광고도 있지만, 소비자들이 익히 알만한 콘텐츠를 패러디하거나 타사의 유명광고를 오마주하는 형식도 선을 보이고 있다.

위메프는 ‘가, 가란 말이야’로 소비자들의 뇌리에 박힌 ‘2% 부족할 때’의 2000년도 광고를 패러디한 ‘쇼핑은 언제나 목마르다’ 캠페인을 기획했다. 이 광고는 나무들이 늘어선 길을 배경으로 낙엽을 던지며 여자를 향해 가라고 소리치는 17년 전 정우성의 모습을 정우성이 재연했다. 여기에 ‘가, 가란 말이야. 특가란 말이야’란 뜬금없는 아재개그로 위메프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당 광고를 제작한 애드쿠아 인터렉티브 문웅주 리더는 “앞서 이상민이 등장해 ‘날개 잃은 천사’를 부르던 캠페인에서부터 레트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위메프의 주 이용층인 30대 주부들에게 익숙하고 좋았던 시절의 콘텐츠를 다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2% 부족할 때의 광고는 오래된 캠페인이지만, 그 동안 꾸준히 패러디된 콘텐츠로 다양한 연령층의 소비자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고 덧붙였다.

KT의 경우 켄터키후라이드 치킨을 먹고 싶어 하는 손자에게 백숙을 해주던 할머니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집으로’를 패러디했다. 배스킨라빈스와의 프로모션을 알리는 이 광고는 아몬드봉봉이 먹고 싶다며 배스킨을 찾는 손자를 위해 ‘배숙희’를 찾아나서는 다소 엉뚱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로 시선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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