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위기관리, 이렇게만 안하면 된다
오너 위기관리, 이렇게만 안하면 된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7.07.0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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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숙제는 길고 위기는 계속…Don'ts에 주목

[더피알=정용민] 기업 오너가 촉발시키는 ‘사회적 공분(公憤)’은 왜 이렇게 자주, 끊임없이 발생할까? 기업의 리더라면 사회적 명성을 보유하고 있고 대부분 항상 조심하는 마음으로 살게 되는데, 왜 그런 문제들이 생기고 공분으로 연결돼 며칠 만에 파국으로 결론나 버릴까.

그 이유들 중 하나로 우리가 사는 이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에 주목해 보자. 사회 변화에 따라 미디어들이 바뀌었다. 변화된 미디어에는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들이 포함된다. 그에 따라 공중들의 생각도 바뀌었다. 둘러보면 불과 수년 사이에 상당히 많은 환경이 바뀌었다.

이 엄청난 변화 속에서 회사만 바뀌지 않았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회사를 소유하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오너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았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한국만 오너 위기(owner crisis)에 시달리고 있을까? 역사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유사한 위기들이 없었을까? 그렇진 않다.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을 때려 문제가 된 오너들이 한국에서 지탄 받고 있지만, 아주 예전 미국에는 사적으로 고용한 용병들을 사용해 파업하는 광산 직원들과 그 가족들에게 기관총을 난사한 기업 오너도 있었다.

일본에는 직원들을 도제화한다며 ‘하인’처럼 훈련시키는 기업들이 아직 존재한다. 역사와 사회와 미디어 환경만 다를 뿐 어디에나 오너 위기란 존재하고 발생한다.

숙제는 길고 앞으로도 위기는 계속될 텐데 기업의 위기관리 담당자들은 그 때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간 여러 케이스들을 대상으로 공통적인 유사점들과 습관들을 모아 봤다. 물론 이 항목들은 대부분이 하지 말아야 할 것들(Don’ts)에 해당한다.

일단 오너 위기관리에서 성공한 케이스 수가 매우 적으니 대부분 따라하면 안 된다 생각하고 의미를 새기면 좋겠다. 이렇게만 하지 않으면 공분은 관리된다.

실패를 부르는 습관들

항상 VIP는 늦게 등장한다.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른 후 공식 커뮤니케이션에 있어 화자(話者)가 자신이 아니다. 항상 놀라는 부분이다. 사내에서는 이를 일종의 의전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누구를 막론하고 문제를 일으킨 자가 가장 먼저 앞에 나와 커뮤니케이션해야 맞다. 이를 가시성(visibility)이라고 한다.

VIP가 해야 할 사과를 법인이 한다. VIP가 늦게 등장하시니 급한 법인이 기자들에게 보도자료를 돌리며 ‘대신’ 먼저 사과한다. 법인조차 늦게 사과하면 상황이 더 나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직원들의 심정은 이해된다.

심지어 오너의 개인적인 성추행 논란에 대해 임직원 명의로 사과한다. 완전한 희극이 된다. 오너는 그 스스로 법인이 아니다. 오너의 실수로 법인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비판이 이뤄지는 것은 그 오너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법인만 나서서 성공한 오너 위기관리는 없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지난해 mpk그룹 정우현 회장 경비원 폭행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대신 사과하는 모습. 뉴시스

원점관리를 어려워한다. 오너가 만든 문제를 임원들이 가서 풀려 하니 풀릴 수가 없다. 화가 나있는 이슈 확산자(비서 승무원 운전사 경비원…)들이 오너를 직접 보고 사과 받겠다고 하는데 그게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압도적으로 임원들에게 교섭권한을 주지도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난처한 표정을 짓고, 집 앞이나 직장 앞에서 대기하는 정서적인 접근을 한다. 말로 주고 되로만 갚겠다는 심산인 꼴이니 원점이 관리될 리가 없다. 한편 오너가 지닌 억울함과 흥분을 관리하는 것도 직원들에게는 원점관리가 된다.

최초 홍보실 해명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축소된 채로 진행된다. 사건 현장에 홍보임원이나 홍보팀장이 있지 않았을 때의 말이다. 그 당시 주변에 있었던 임원들의 전언을 듣거나, 흥분해 있는 오너의 개인적 상황 설명을 듣고 이를 전하니 대부분 팩트가 아닌 해명이 초기에 진행된다.

예를 들어 “손에 들고 있던 잡지가 상대의 뺨을 스쳤다” “때리긴 했는데 세게 때리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고환을 찬 건 아니다” “술 취한 여직원을 쉬게 하려 했다” 같은 해명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기자들이 피해자에게 듣고, 경찰에게 듣고,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취재해서 알고 있는 상황보다 형편없이 이해가 적다. 결국 회사는 오너를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공범 집단이 되어 버린다. 법인 차원에서는 이를 필히 경계해야 한다.

해명이나 사과 메시지가 일반적이지 않다. 어떤 회사에서는 오너가 홍보팀에게 직접 해명문을 써주기도 한다. 해명문의 핵심은 오너의 의중을 철저하게 반영한다.

내부에서 누가 아무리 “이런 표현은 위험합니다”라고 해도 좀 더 강력한 항변을 원하는 오너의 의중을 거스르기 힘들다. “내가 잘 못했나”하는 물음에 “예, 크게 잘못하신 겁니다”할 수 있는 임직원이 없으면 해당 메시지는 산으로 간다.

엉뚱한 사과 문구에 언론과 온라인 소셜미디어 공중들은 다시 분노한다. 걷잡을 수 없이 긁어 큰 부스럼을 만든 것이다 .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최근 가맹점 갑질 논란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직접 사과하고 회장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뉴시스

사과가 피상적이다. 어떤 회사 오너는 기자들 앞에 나와 “죄송합니다”라는 핵심 메시지만 수십회 반복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지 못한 채로 임직원들이 회장과 함께 단체로 머리를 조아린다.

죄송하다는 이야기만 할 뿐 정확하게 누구에게 죄송하고, 어떤 일로 문제를 일으키거나 해를 끼쳤다는 명시가 대부분 흐릿하다. 문제의 원점인 그들에게 먼저 머리를 숙여 사과해야 하는데 기자들에게 한다. 이 부분은 공히 반복되는 해프닝이다.

‘사과했다’ 하지 않고 ‘사과할 것’ 또는 ‘사과합니다’라고 한다. 미래형이다. 기자들도 알고 모든 국민들이 이미 다 알아버린 자초지종인데, 그때 앞으로 나와서 “사과드릴 것”이라는 뒤늦은 미래 의지를 나타낸다.

기자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사과합니다”라고 커뮤니케이션 한다. 어떤 케이스에서는 자신이 만든 위기에 대해 거래처, 파트너, 투자자들과 주주들에게 사과한다. 이슈 확산자(비서 승무원 운 전사 경비원…)는 그 자리에 없다. 기자들은 상황과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므로 “이미 사과했습니다” 같은 완료형이 옳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개인적으로 공식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법인과 개인을 분리하겠다는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그 다음은 채널이 문제다. 예를 들어 오너의 개인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통한 공개사과는 그리 적절치 않아 보인다.

물론 그 사과도 일부 언론에서는 받아 기사화해 주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법인의 오너로서 정상은 아니다. 아직까지 공식 커뮤니케이션은 언론을 통해서 온라인보다 먼저 또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사과는 하는데 개선 의지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 최소한 개선의지를 해석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이 사람과 법인이 꼼수를 쓰고 있구나’하는 감을 가지게 하면 안 된다.

해당 이슈의 중대성에 비춰 적절하거나 그를 상회하는 수준의 개선조치라면 위기관리 성공확률은 높아진다. 원점관리에 드는 비용도 그런 기준이 기본이다. 잠시 자리를 떠나 있겠다는 의지라든가, 그냥 말로 적당히 때우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리겠다는 의지가 투영되면 힘들다.

여직원 강제 추행 혐의를 받는 최호식 호식이두마리치킨 전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추가 개입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대비도 늦다. 대부분의 오너 위기를 보자. 먼저 이슈 확산자(원점)의 활동이 진행된다. 짧은 시기이지만 감지 가능하다. 온라인이나 오프라인 미디어발로 기사화된다. 이후 폭발적으로 확산된다. 이 또한 감지 가능하다. 법인 차원이나 개인 차원의 위기관리가 진행된다.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문제가 지적되고, 추가적인 이해관계자들(전직 직원, 이전 피해자, 증언자, 내부고 발자)이 나타나서 이슈를 키운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경찰, 검찰, 국세청, 공정위, 노동청, 관세청 등 수사권을 가진 규제기관들이 개입한다. NGO와 거래처들이 단순 피켓팅을 넘어 소송으로 개입한다. 초기 오너 위기관리를 진행하면서 추후 예상되는 추가적인 이해관계자 개입에 대한 감각과 대비 등이 진행되는 곳들이 그리 많지 않다.

규제기관 조사 대응 때는 반대로 개인 대응이 주를 이룬다. 일부 법인 차원에서 대응이 이뤄지는 그룹사들도 있지만,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 오너 위기관리는 약간 다르다. 초기에 대언론을 중심으로 하는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은 법인이 중심이 되지만,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조사 출두 명령이 떨어지면 오너는 개인적 대응을 시도하곤 한다.

이미 회사에 큰 데미지가 온 상태인데도 해당 조사에 대한 대응은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다. 개인적으로 아는 변호사를 구해 상담을 받는다.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려 자문 받는다.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공정 위, 국세청 등을 망라해서 해당 기관 출신 지인들에게 개인적 SOS를 친다.

국민들의 주목이 이미 생겨버린 이슈에 대해서는 이들도 흔쾌히 나서기 힘든 상황인데도 도와 달라 한다. 최초에는 오너의 개인 대응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작해 문제를 풀고, 사후 규제기관 대응에는 법인차원의 (협력된) 지원을 받는 것이 정석이다.

문제가 해결되거나 이슈가 잦아들면 사후 급속 명성관리에 힘쓴다. 보통 이럴 때 사용되는 것이 ‘흔적 지우기’다. 온라인상에서 여러 노력들이 실행된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라’하는 공중들의 기억을 원하기 때문에 흔적을 지우려 한다.

단기적으로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을 강화해 보기도 한다. VIP의 이미지를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려고 하는 곳도 있다. 홍보실을 대폭 개편(?)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상당기간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공중들의 기억을 제대로 지우는 방법은 생각보다 더 긴 시간, 더 큰 예산, 그리고 더 지대한 노력이 수반된다.

흔히 공유되는 워렌 버핏의 명언이 있지 않나. “명성을 쌓는 데는 20년이란 세월이 걸리며, 명성을 무너뜨리는 데는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분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앞으로 20년은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핵심은 공분관리

“성공한 위기관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성공한 위기관리란 공중들이 그런 위기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라고 답변한다. 이는 단순하게 언론을 비롯한 모든 미디어를 철저하게 물샐 틈 없이 완벽하게 틀어 막아버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미디어는 통제할 수 없다.

“그럼 일단 위기가 공중들에게 알려진 후에는 어떤 위기관리가 가장 잘 된 것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이렇다. “공중들에게 공분이 생기지 않도록 단기간에 이슈를 종결 시키려는 모든 노력을 행한 위기관리다.”

오너 위기관리에 대한 성공 기준도 마찬가지다. 오너가 직접 마주하고 관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하는 대상은 바로 ‘공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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